정권교체여론에 상응한 전략이 아쉽다

발행일 2022-01-25 15:01:4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전은 일종의 상대평가다. 선거는 그 게임 값의 총화가 제로는 아니지만 제로섬게임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자신의 득표를 끌어올려야 승리하지만 상대방의 득표를 끌어내리는 것도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비전이나 공약을 가지고 표 갈이를 하지만 네거티브로 상대방의 표를 깨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상대 후보와 그 가족의 신상을 터는 것도 선거의 본질적 특성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그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게 하는 변수가 너무 많아 양대 유력 후보의 지지율이 출렁거리고 있다. 상대방과 그 가족의 약점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등락 현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출렁거리는 양대 유력 후보 지지율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뒤집어 보면 수권세력인 야당이 정권교체 여론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왜, 무엇 때문에 형성된 것인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정권이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을 터다. 그렇다면 그 잘못이 무엇인지 자세히 밝히고 그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방책을 연구·검토하는 것이 민심에 부응하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야당의 선거 전략을 재점검할 필연성이 제기된다. 국민은 현 정권의 잘못을 잊지 않고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는데 정작 정권교체 대안세력은 지난 잘못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권세력이 잘못했다고 판단되는 것들이 워낙 많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탓에 식상한 감이 있긴 하다. 그런 연유로 되풀이 소구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허나 그 당시 비등했던 민심과 비교한다면 현 정권교체 여론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월이 흐른 지라 그 당시 상황을 잊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당시 상황을 복기해줄 필요가 있다. 그 누군가는 정권교체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

미래의 비전에 주력해야지 지난 잘못만 거듭 되풀이하는 선거는 과거 지향적이고 소모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가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택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현 정권의 잘잘못을 심판하는 장치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현 정권의 심판이 먼저고 새로운 리더십의 선택은 그 다음이다. 어쩌면 정권의 심판과 리더십의 선택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안일 수 있다.

과거는 무용한 허상이 아니라 책임져야할 대상이며 미래는 다가올 시간이지만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불확실한 가정이다. 과거만 평가하고 다투는 것이 쓸 데 없는 일이라면 장밋빛 미래만 내세우는 것은 판타지다. 과거와 미래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매개로 연동된 하나의 흐름이다. 미래는 과거를 털고 갈 수 없다. 정권심판 논리에 따르면 과거의 책임을 물어 수권정당을 선택하고 리더십 선택 논리에서 보면 미래 청사진을 보고 지도자를 선택한다. 양자는 다른 것 같지만 동전의 양면이다.

수권을 준비하는 정당이라면 집권세력의 성적을 평가해 그 무능을 증명하고 정권 연장이 불가함을 국민에게 설파해야 한다. 그때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선거 때 다시 한 번 집권 전반에 걸친 종합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 일도 긴요하다. 월례고사 성적을 안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종합평가를 해봐야 성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정권 연장이 불가하다면 그 이유를 따져보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탈원전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 부동산 정책 실패,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 북핵 대응 실패, 미·중·일과의 외교 실책, 국민 편 가르기, 무분별한 포퓰리즘, 국회의 독단적 운영 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연동형비례제와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을 실은 패스트트랙 파동도 빠트릴 수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조국 사태로 곪아터진 내로남불이 그 중 압권이다. 아직 늦지 않다. 무엇이든 잘잘못을 잘 따져봐야 옳은 판단이 나온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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