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청년 예술가 〈32〉 배태열 미술작가||대구에서 예술 활동 기반 잡아, 버

▲ 배태열(40) 작가
▲ 배태열(40) 작가
어릴 때부터 거창한 창작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낙서 같은 그림을 자주 그리고, 만드는 놀이를 많이 시도하며 제법 손재주가 있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상경해 건축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거기에 여러 잡다한 업무로 건강은 점점 나빠져 가족이 있는 포항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다 문득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가구'가 눈에 들어왔고, 손재주에 일가견이 있던 그는 '직접 가구를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의 한 가구 작업실에서 가구에 푹 빠져 살며 열심히 배웠다. 그의 성실하고, 정성스러운 열정에 '보다 체계가 있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권유가 계속됐다.

2015년 대구목공직업전문학교를 다니기 위해 대구로 왔다. 이곳에서 나무와 가구 제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많은 가구 중 유독 의자에 끌렸다.

▲ 배태열, My Gyeongju
▲ 배태열, My Gyeongju
▲ 배태열, 210 and 30
▲ 배태열, 210 and 30
"많은 건축가 거장들이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의자를 디자인해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 안에 놓는 걸 보면서 '많은 가구 중 왜 하필 의자일까'라는 생각이 먼저였다"며 "자연스럽게 의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가구를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유독 의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의 작가 배태열(40)은 대구에서 예술 활동의 터를 잡고 작가로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나무 의자'에 대한 그의 남다른 신념으로 의자를 만드는 작업을 6년가량 이어오며 최근에는 개인전 및 단체전 하나둘씩 개최 중이다.

작가는 "버려지고, 쓸모가 없어진 것들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번 사용된 나무는 기회가 없이 버려진다. 사람처럼 찬란했던 그때로 되돌려놓는 기회를 주고 싶다. 상처 많은 나무를 다듬어 그 나무에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의자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건축가의 길을 걷다 뜻밖에 예술가가 된 계기는 그에게 선물같이 다가왔다.

배 작가는 우연히 2019년 열린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영 디자이너 자격으로 의자 전시에 참여했다.

작가로서 자신이 만든 의자를 전시한 것이다. 호평은 이어졌고, 그를 찾는 문의도 제법이었다.

여기서 그의 욕구는 폭발한다. 그 길로 대구를 내려오면서 의자를 만들고 설치하는 작업을 하는 전업 작가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

그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가구 작업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많은 아이디어와 창작 욕구가 샘솟았고, 첫 전시회가 전업 작가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회상했다.

배 작가는 디자인과 크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만의 의자를 만들고 있다. 재료는 나무가 된다.

그는 하루에 한 시간가량 신천 인근에 산책을 나서며 버려진 나무를 직접 구하고, 의자로 재탄생시킨다. 작품성 위주의 의자가 아닌 기능성을 갖춘 가구로서다.

단순 나무 의자가 아닌, 페인팅 작업과 박스 작업 등 눈길이 가는 화려한 의자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또 저명한 작가의 작품을 본인만의 생각으로 재해석해 만들기도 하며, 과감하게 모조품을 만들거나 패러디도 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의자'를 완성했다. 판매가 이뤄진다면 전액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흔히들 의자는 가구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틀을 깨고 싶다. 의자가 가구가 아닌 아트 범주에 속해 의자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 "앞으로는 작업 범위를 넓혀 대형 설치물과 재료를 달리한 의자도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 배태열, Red-Blue chair
▲ 배태열, Red-Blue chair
배태열 작가의 첫 개인전이 오는 18일까지 어울아트센터 앞 컨테이너 전시장인 아트박스에서 열리고 있다. 또 그는 현재 수성구의 '들안예술마을, 청년예술공방'에 작업실을 두고 작업에 매진 중이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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