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섭 농협아그로 대표이사

평소 막걸리를 좋아 했고 늘 구수한 입담과 풍부한 지식으로 술자리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지역 언론인 모씨는 나를 볼 적마다 영화 ‘라스트사무라이’에 나오는 톰 크루즈를 닮았다고 한다. 애주가였던 그와 만나는 날은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얘기로 시작하면서 여지없이 빈 막걸리병이 식탁을 화려하게(?) 장식하곤 했다. 톰 크루즈 근처도 못가는 외모지만 뭔가 사랑을 듬뿍 담은 그윽한 표정은 닮지 않았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톰 크루즈를 참 좋아 한다.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세계 최강 미소’와 함께 한국을 사랑하고 남자로서의 매력을 모두 가진 배우이기 때문이다.

1986년 영화 ‘탑건’은 톰 크루즈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36년 만에 지난 6월 하순 개봉한 속편 ‘탑건:메버릭’에서는 6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4세의 앳된 청춘의 이미지는 그대로 살아 있다. 다만 눈가의 주름만이 그의 나이를 짐작케 할 뿐이다. 지난 달 20일 한국을 방문한 톰은 10번이나 한국을 방문해서 할리우드 배우 중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배우이다. 그래서 ‘톰아저씨’라는 애칭을 갖고 있으며 매너도 최고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방문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그는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한국을 방문하겠다면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톰아저씨에 이어 오드리 햅번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에서 본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역의 오드리 햅번은 클래식하면서도 로맨틱한 모습으로 영원한 나의 이상형인 여인으로 자리매김했다.

70년 가까이 기억되고 사랑 받으면서 고전영화의 대명사인 ‘로마의 휴일’은 오드리 햅번이 아니었으면 명작으로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외면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정말 사랑스런 여인이기 때문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이탈리아 관광청의 후원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로마의 관광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 영화이다. ‘진실의 입’은 원래 유명했지만 영화덕분에 더 유명해졌다. 스페인광장에서 앤 공주가 젤라토를 먹는 장면 때문에 이곳이 젤라토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이제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벌금을 무는 장소가 됐다고 한다. 20여 년 전에 갔었지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오드리 햅번을 검색하면 그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패션계의 선두자, 감성적인 성격의 소유자, 2차대전의 아픔을 가진 아이, 남다른 재능과 열정 등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말은 ‘인류애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다. 배우로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도 장기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으며, 실제 행동으로 아프리카는 물론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등 5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녀를 더 그녀답게 만들었다. 천사 같은 햅번은 소말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대장암 말기판정을 받고 1993년 63세의 일기로 별세한다. 나이팅게일과 같은 천사였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을 갖고 싶으면 나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눠라” 햅번이 눈을 감기 1년 전 자녀들 앞에서 세상에 남긴 말이다.

오드리 햅번은 “불가능은 없어요, impossible이란 단어는 I’m possible(나는 할 수 있어)이라고 말하니깐!”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톰 크루즈의 영화 ‘미션임파서블’ 제목과 클로즈업되는 명언이며, 톰과 오드리는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탑건’에서 톰이 항공점퍼를 입고 짙은 선글라스에 모터사이클로 해변을 질주하는 광경에서 영원한 나의 이상형 오드리 햅번이 뒤에 타고 가면서 외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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