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지만 원래 5월 중순부터 9월까지 수확하는 여름 제철 과일, 새콤달콤하면서 감칠맛이 강한 과일, 가지과의 일년생 식물의 열매로 껍질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홍조를 띠는 과일….

토마토 이야기다. 이맘때면 시장이나 마트에 완숙토마토가 쏟아져 나와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이렇게 맛있는 토마토도 19세기 초까지 먹지 않았다. 다음은 EBS 프로그램 ‘지식채널e’에서 다뤘던 토마토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에서는 토마토가 전해진 16세기 당시부터 큰 잎과 열매의 오묘한 빛깔로 정원의 관상용 식물로 사용해왔다. 또 열매의 강렬한 냄새는 해충 구제 효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토마토에 관한 속설이 있었다. 이 과일을 먹으면 바로 열이 나고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똑같은 가지과의 유독식물인 맨드레이크(Mandrake)와 꽃모양이 유사해서였다. 이 식물은 마취와 환각작용을 일으키며 과용할 경우 급사할 정도로 독이 강했다. 때문에 주로 마술의식에 쓰일 정도였다. 토마토도 역시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독초로 간주해 먹지 않았던 것이었다.

미국에서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건 이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1820년이었다. 한 남자가 자신의 텃밭에서 관상용으로 키우던 토마토를 수많은 군중들이 모인 앞에서 먹었다. 토마토에 독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군중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쏟아져 나왔고 일부 심약한 여성들은 실신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당시에는 토마토 재배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토마토를 모두 안심하고 먹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00여 년이었다. 여기에서 ‘토마토 효과(tomato effect)’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나왔다. 아무 근거가 없는 추측 때문에 불필요한 일을 굳게 믿는 현상이다. 추측은 편견을 만들고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토마토 효과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내용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의 이름을 빨간색 펜으로 썼다는 데서 기원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폐쇄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사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사람들이 가진 이런 고정관념 혹은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한다. 특히 휴대폰을 통한 SNS의 범람으로 수도 없이 많은 정보를 수시로 접하게 된다. 이 중에는 사실여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정보도 많다. 어떤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마녀사냥식 보도가 난무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이런저런 말들이 모여 퍼지다보니 어느새 강력한 진실이 돼 버리는 일이 잦다.

여기에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굳어지고 있다.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이 지나치면 흑백논리로 포장되고 때론 사실이 왜곡되고 은폐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정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호의적이기도 하고 때론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고집하기도 한다. 극명하게 드러난 일이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였다. 평소에 염두에 둔 정당 소속의 후보자가 아니면 다른 후보자의 공약이 무엇인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잘못된 신념을 굳게 믿는 현상이 ‘토마토 효과’이다. 요즘은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세계 10푸드 중 하나인 토마토의 효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200여 년간 토마토를 먹지 않은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토마토 효과’처럼 또 다른 심리학적 용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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