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대구지역 도서관들의 컨트롤타워이자, 대구시가 처음 직영하는 공공도서관인 ‘대구도서관’ 건립공사가 지난 3월31일 착공된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캠프워커 반환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서는 대구도서관은 2024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관 준비기간을 거쳐 같은 해 하반기 개관될 예정이다.

대구도서관은 2015년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남구 캠프워커 헬기장으로 입지가 결정됐으며, 2016년 국비 지원을 위해 행정자치부 중앙투자심사 승인을 받은 뒤 2017년 건축 설계공모, 2018년 도서관 명칭 시민공모를 통해 대구도서관으로 확정됐다. 2019년에는 미군 반환부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는 바람에 실태조사 및 정화작업을 위해 사업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환경오염 정화작업을 하던 중 유구(遺構)가 발견되는 바람에 지표조사와 표본조사를 진행해야 했고, 지난 3월 그 결과를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정밀조사에 나섰다. 대구시민의 열망이었던 광역대표도서관 건립이 또다시 지연될 고비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밀조사 결과, 문화재로서 보존가치가 낮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구시민은 지금부터 2년쯤 뒤에 제대로 된 광역대표도서관을 갖게 된다.

대구도서관의 하드웨어는 향후 2년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갖춰질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시간과 예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떻게 대구도서관을 운영해야 할 것인지, 특히 광역대표도서관으로서 대구지역 도서관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2021년 12월 공포된 도서관법 전부개정법률에 따르면 대구도서관의 법적 지위는 ‘광역대표도서관’이다. 이 법은 공포된 후 1년이 경과한 2022년 12월 시행된다. 대구지역 도서관들의 공공성 증진을 위한 중심기관으로서 맏형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공립 공공도서관인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도서관협회 주관으로 ‘도서관법 하위법령 개정안 설명회’가 열리는 등 도서관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도서관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구도서관이 건립되면 대구시가 대구시교육청에 위탁 운영하는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이 맡았던 광역대표도서관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2011년 3월부터 대구지역 대표도서관 역할을 맡고 있는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은 임시방편적인 면이 있다. 대표도서관으로 지정됐지만, 운영 주체가 대구시교육청이기 때문이다. 시민 중심으로 정책을 펴는 대구시와 학생 중심으로 정책을 펴는 대구시교육청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이다.

공공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엄청나게 달라진 점은 대구도서관의 개관을 학수고대하는 시민들의 기대와 비례한다. 공공도서관은 시험공부를 하는 독서실이나, 책을 빌려주는 책대여점이란 예전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활용해 지식정보뿐만 아니라, 문화를 공유하는 지역사회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 연령대, 경제력, 학력 등 모든 계층적 요소를 뛰어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기에 시민을 중심으로 한 도서관 정책이 필수적이다.

대구시는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의 취임 이후 본격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이제 광역대표도서관 운영을 포함한 시민 중심의 도서관 정책 수립과 운영을 위해 대구시교육청과의 관계도 제대로 설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 지금까지 대구시립도서관들을 수탁 운영해온 대구시교육청과 위탁 주체인 대구시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을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양 기관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대구시교육청은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중구에서 도서관이 사라진다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반면, 대구시 입장에서는 위탁업무를 회수해 대구시가 직영함으로써 장기적인 도서관 정책 기조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이는 단순히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의 문제가 아니었다. 향후 대구도서관 개관 이후 대구지역 도서관 정책의 주도권 다툼과 함께, 공무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해석된다.

이 대목에서 주안점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대구시민에게 집중돼야 한다. 시민들에게 양질의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도서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이 시민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이 공무원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운영되면 곤란하다. 공공도서관은 주민들이 시민역량을 강화해 지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운영돼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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