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김기둥 논설위원(마크원외과 원장)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최근 발표한 ‘연도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현황’에 따르면 흉부외과 신규 전문의는 2017년 29명에서 2021년 20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1993년 57명에 비하면 3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반면 정년 퇴직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매년 늘고 있다.

올해 24명, 내년에는 30명이 현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흉부외과 전문의는 1천535명이며, 이들 중 실제 진료를 하는 65세 미만 전문의는 75% 수준인 1천161명이다. 또 전체 60%는 50세 이상으로 전형적인 고령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24년이 되면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21명)보다 은퇴하는 인원(32명)이 훨씬 많아진다.

또 앞으로 10년 안에 실제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는 1천 명에 못 미칠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고지질혈증·고혈압·당뇨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중증심장질환자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심장수술과 폐수술 등을 받기 위해서 외국 원정을 떠나던지, 외국인 전문의를 섭외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대등한 수준을 갖춘 의료 선진국의 흉부외과 전문의를 유치할 확률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

국내 흉부외과 수술의 수가는 국제 의료계가 의아해 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는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의 대책은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흉부외과 전공의에 대한 예산 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의 대책은 전무하다.

병원 입장에서 중환자 수술과 치료에 대한 수가가 턱없이 낮다 보니 흉부외과 전문의 인력을 충원하고 운영하는데 경제적인 한계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고난이도·고위험이라는 흉부외과의 특성을 감안해 고가 장비를 갖추기 위한 투자는 물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원은 커녕 이 같은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의료수가를 산정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 포털을 장식했던 놀랄 만한 뉴스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의사 진료 과목별 연봉 1위를 흉부외과 전문의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문의의 연봉은 4억8천799만 원으로 의사 평균 연봉의 2배에 달했다.

자세히 따져 보니 가짜 뉴스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이 1천500여 명의 전체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닌 흉부외과라는 전공과목을 명시하고 개원 중인 52명으로 한정된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흉부외과 의사 연봉 1위, 5년 만에 두 배로 껑충’이라는 제목이 경쟁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과연 이 같은 제목을 본 국민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현재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병원 45곳 중 1~4년차 전공의가 모두 있는 병원은 5곳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적으로 흉부외과 전공의 붕괴 현상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아 심장수술 분야는 전국적으로 이미 붕괴한 상태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평일에만 63.5시간, 1일 평균 12.7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주말 근무도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현재 ‘번아웃’을 겪고 있다. 그들이 심장이식수술과 폐암수술을 포기할 경우 엄청난 의료 대란이 벌어질 것이다.

포퓰리즘 의료정책은 지지하면서 필수의료 공백 현상에 대한 원인을 의사의 책임으로 치부한 적은 없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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