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나 비난의 목소리만 높을 뿐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서는 나라는 없다. 핵과 확전이 두려운데다 남의 전쟁에 자기나라 청년의 피를 갖다 바칠 만큼 다급하지 않은 까닭일 터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에 마지못해 동참하거나 무기나 의약품, 구호품을 보내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나마 무기는 교체할 시기가 된 구닥다리일 가능성이 크다. 답답한 나라는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다. 이것이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국제사회의 비정한 현실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최근에 새롭게 드러난 건 아니다. 군사력을 동원해서 크림반도를 빼앗은 일도 오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 탱크를 몰고 들어갔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꼬리를 내리고 철수한 사실도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이러한 행태가 러시아만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 미국도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제거했으며 빈 라덴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쳐들어갔다. 아니다 싶으면 앞뒤 보지 않고 발을 빼는 것도 똑같다. 명분이 서고 자국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이 군사강국의 행태다. 명분이란 억지논리를 동원해 만든다. 필요 시 약한 나라를 치는 일은 말 그대로 일도 아닌 셈이다.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중국은 하나다’라는 구호아래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등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자 대만 봉쇄라는 군사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다. 미국이 중국보다 군사력에서 우위에 있다 하겠지만 핵을 다량 보유한 까닭에 중국은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나라다. 게다가 러시아와 연대할 개연성이 큰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도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중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의 참전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침략전쟁에서 반사이득을 얻을 수 있어 중국과 북한을 응원할 터다.

이러한 국제정세를 북한이라고 좌시하고 있을 것인가. ICBM, SLBM에 다탄두개별재돌입미사일(MIRV),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고 7차 핵 실험 준비까지 마친 북한은 지금 상황을 한반도 적화통일의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지 모른다. 북한이 경량 소형 전술핵을 탑재한 다탄두개별재돌입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 장사정포를 쏘는 등 속전속결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중국의 대만 침공과 양동작전을 펼친다면 미국이 군사 개입을 신속히 결정할 필연성을 가질 만큼 한반도와 대만이 미국에 절대적으로 중요할지 의문이다. 그 위험부담이나 가성비 차원에서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를 잇는 방어라인이 그 차선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와 중국의 통일을 분쟁지역을 해소하는 순기능으로 볼 가능성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곧추 서고 소름이 돋는다.

이젠 핵을 가질 때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무슨 논리가 더 필요한가? 핵 보유는 생존권이며, 정당방위다.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쟁 억지력을 갖자는 것이고, 적자생존의 장에서 살아남자는 것이다. 우리의 핵 보유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에도 힘이 되고 북핵 폐기에도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NPT의 벽을 넘고 미국과 우방의 양해를 구해내야 한다. 하다못해 실험을 거치지 않는 ‘실험실 핵’이라도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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