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살다보면 좋은 일도 많지만 걱정거리가 늘 생긴다. 그때마다 잘 넘어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며칠 전 서울 강남에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호우가 몰아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때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빗물이 지하로 들어가지 않도록 모래주머니를 쌓고 물을 퍼낸 곳은 위기를 넘겼다. 또 이웃을 구조하려 사투를 벌이는 모습도 있었다. 반지하에서 속절없이 당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힘을 합하면 파국을 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최근 세계의 이목이 대만에 집중됐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문하고 떠나자 중국은 곧바로 대만을 포위하며 대규모 군사훈련을 강행했다. 이때 발사된 미사일이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갔다. 지금까지 말로만 하던 군사행동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력시위였다. 이번 일로 대만국민들은 중국에 크게 반발했다.

대만은 청일전쟁에서 청의 패배로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그러나 지배자가 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을 뿐, 생활은 오히려 나아졌다. 그래서 대만은 일본에 그다지 반감이 없고 오히려 우호적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중국은 전승국이 되고, 한국과 대만은 독립을 얻었다. 그러나 중국의 장제스 정권은 마오쩌둥 주석에게 본토를 내주고 대만으로 갔다. 장 총통은 대만을 재건하며 오늘날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생겨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그 사이에 중국은 일본, 미국,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대만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이어왔다. 일본도 중국만을 인정하지만, 대만과 단교 2개월 만에 일본대만교류협회를 만들어 사실상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경제, 문화 등 민간교류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대만과 국토 분단과 공산주의와 대치라는 같은 입장이었기에 무척 가까웠다. 그러나 1992년 8월24일 중국과의 수교와 함께 대만과는 단교를 했다. 이에 대만은 큰 충격을 받았고, 한국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 1년이 지난 뒤 타이베이와 서울에 상호 대표부를 두며 외교관계를 회복했지만 서운한 감정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때도 민간부문의 역할이 절실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국 화교협회가 나서서 양측 입장을 이해시키고 교류 재개에 기여했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다. 일본, 미국보다 각각 20년, 13년 늦었지만 한중간에는 경제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양국의 수출입은 매년 늘어나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국이 됐다. 한국은 큰 무역흑자를 내다가 최근 3개월 동안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미중관계가 악화되며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심한 압력을 가해왔다. 최근 칩4동맹에 대해서도 중국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정부는 원칙을 고수하고, 기업은 거래처와 협력함이 바람직하다. 일중관계가 나빠져도 일본기업이나 단체가 중국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가는 점을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 간에는 국민 여론을 의식하며 협상을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없다. 한쪽이 조금 양보하면 상대방도 호응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럴 때는 민간이 나서서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서로를 이해하도록 움직이면 수월하게 풀린다. 한국이 먼저 쉽게 오갈 수 있도록 8월 한 달간 일본, 대만, 마카오에 대해 무비자를 택했다. 일본도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으로 화답하면 좋겠다. 개인, 기업, 단체끼리 서로 오가며 대화를 나누면 그간 쌓였던 오해와 불신도 사라진다. 그럼 양국 정부의 움직임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잘 되는 집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가장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가족들은 감사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가장이 일을 못하게 되면 가족들이 나선다. 나라도 정부가 이끌어주면 국민들은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정부가 어려움에 처하면 국민들이 나선다. IMF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태안해변 기름때를 닦기 위해 개인과 단체가 나섰다. 인구·기업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도 자자체가 규제개혁으로 앞장서고 민간이 사업으로 받쳐주면 일어난다. 공공이 모두 하려는 것보다 민간에서 한 몫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많다. 지금이야말로 민간을 활용할 때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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