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청년 예술가 〈37〉 안민수 베이스바리톤||최근 대구 고향 찾아 첫 공연

▲ 안민수 베이스바리톤
▲ 안민수 베이스바리톤
지난 18일 오후 프란츠홀(대구 남구 중앙대로49길 23)에서 베이스바리톤 안민수 리사이틀이 열렸다.

긴장감 속에 시작된 무대는 관객들의 호응을 자아냈고, 박수로 화답했다.

바리톤과 베이스의 그 사이. 중저음의 나긋한 목소리로 관객의 귀를 간지럽히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하는 베이스바리톤 안민수(38).

이날은 대구 출신인 성악가 안민수씨가 고향을 찾은 첫 무대였다.

공연 개최 전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밝은 미소와 우렁찬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대구에서 찾아준 첫 번째 무대라 감개무량하다”며 “제가 대구사람인 줄 모르고 연락을 줬더라. 대구인이라고 소개하니 뜻깊어했다. 대구는 역시 문화도시로서 관객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거주 중인 그는 빈 국립음대 성악과 성악강사 및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성악과에서 동양인 최초 강사로서 어엿하게 자리 잡은 4년 차다.

25살인 어린 나이에 평생을 함께할 아내를 만났고, 꿈을 위해 함께 오스트리아로 떠나게 됐다. 그렇게 오스트리아에서 삶을 꾸린 지 13년가량.

20대 초반 성남에서 군시절을 보내면서 독일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서울을 오가며 음악 레슨을 이어오다 유럽 음악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 이끌려 제대 후 유학을 결정했다.

서울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를 만났고, ‘함께 외국으로 갈 수 있겠냐’는 진심 어린 물음에 흔쾌히 ‘좋아’라고 대답한 아내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타국살이가 쉽지만은 않았다. 학사 생활인 4년 내내 교내에는 동양인이 단 1명도 없었고, 이곳에서 적응해야 했다.

그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이른 오전 기름때를 닦는 아르바이트와 한글 학교 강사, 박람회 철거 도우미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생계를 이어갔다”면서도 “감사하게도 지금은 내 꿈을 위해 기꺼이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아내와 자리를 잡게 됐다. 아내도 같은 학교의 강사(빈 국립음대 지휘과 음악 코치 종신전임강사)다. 한 학교에 유일한 동양인 부부로 근무 중이다”고 웃음 지었다.

안민수 연주자는 2009년 빈 시립음대 성악과 학사시험에 당당히 합격했고, 여기서 메조소프라노 가브리엘레 시마(빈 국립극장 궁정가수)에게서 사사하며 최우수 학사와 동대학 오페라 석사과정 최우수를 졸업했다.

2014년 빈에서 열린 ‘피델리오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16회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및 특별상, 2015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제2회 ‘Giangiacomo Guelfi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2019년 오스트리아 푀르트샤흐에서 열린 26회 ‘브람스 국제 콩쿠르’ 현대곡 해석 특별상, 2021년 체코 이흘라바에서 열린 ‘Gabriela Benackova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및 특별상 등을 줄줄이 거머쥐며 유럽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빈에서 오페라 솔리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는 오페라 ‘마술피리’, ‘Cosi fan tutte’, ‘Le nozze di Figaro’, ‘The Rake’s Progress’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굴지의 현대음악 축제 등의 무대에도 올랐다.

안 연주자는 “독일음악을 많이 좋아했고, 그런 음악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본토로 무작정 가게 됐다”며 “당시엔 바그너가 누군지도 잘 몰랐다. 배우고 싶다는 막연한 호기심과 도전으로 떠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 지난 18일 오후 대구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씨와 그의 아내.
▲ 지난 18일 오후 대구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베이스바리톤 안민수씨와 그의 아내.
그는 매년 아내와 여름방학 시즌(7~9월) 한국을 찾는다. 돌아오자마자 서울, 대전, 밀양, 부산 등 그를 찾는 전국의 순회공연을 소화한다. 그런 가운데 대구에서는 올해 처음 무대에 섰고, 고향으로서 가족이 있는 곳이라 더욱 뜻깊었다는 것. 피아니스트인 아내도 국내에서 ‘신박듀오’로 활동하고 있다.

쉴 틈 없이 국내외를 오가며 무대를 할 수 있는 동력에 대해 그는 “정말 좋아해서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 일로 많은 돈을 벌거나 부푼 꿈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과 그 초심으로 늘 무대에 선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며 “좋아하는 것 때문에 혹독한 연습이 있다. 진짜 좋아하는 것이 기반이 돼 예술로서 관객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다”고 했다.

성악가 안민수씨는 예술의 본질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는 “작곡가들의 혼이 담긴 노래의 매개체로서 관객들에게 영감을 주고, 관객들에게 삶이 윤택해질 힘이 나로 인해서 생겨났으면 한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대구에서도 여러 관객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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