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의 세상읽기<16>필수 의료는 의료의 심장

발행일 2022-10-04 09:40:5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손대호


대구 동구의사회 손대호 수석부회장(황금빛학문외과 원장)

“무엇이 중한디?”는 영화 ‘곡성‘의 명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의료계에 무엇이 중할까? 고사하고 있는 필수 의료의 회생이다.

‘위암 수술 집도의 연령이 대부분 50~60대이다. 상부위장관외과 전임의는 전국에서 1년에 10명도 배출되지 않고, 전공의도 없다. 앞으로 1년에 3만 명에 이르는 위암 환자는 어떻게 치료받아야 할지 막막하다.’

얼마 전 의과대학 교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240만 원VS1천100만 원.

이는 한국과 일본의 뇌출혈 환자에게 시행하는 뇌동맥류 결찰술의 수가이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명목 GDP 전망치가 4천200만 원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원가의 70% 수준이며, 특히 개두술 등의 중증 의료의 경우는 책정된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으니,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구조이다.

따라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최소 인원만으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해당 전공 의사는 열악한 근무 환경 및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 등으로 좌절감을 느끼며 근무한다.

이는 전공의들이 필수 의료 전공을 회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은 전공의 지원과 선택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필수 의료분야인 일부 진료과에 대한 전공의 지원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소아과의 지원율은 2022년 모집 기준 23.1%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지역 모든 대학병원에서 지원자가 전무 한 상태이다.

2017년에는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외과 등 총 8개 진료과가 미달 됐는데, 2021년의 경우 미달된 진료과가 10개로 늘었다.

안전하고 당직 없으며 수익 창출이 잘 되는 인기 진료과에 대한 쏠림이 심화된 것이다. 또 전문의 취득 후 타 진료과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이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불합리한 현상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할 것이다.

정부는 흉부외과의 경우에 건강보험 수가 100% 인상, 가산금액 대비 30% 인상, 수련 보조 수당 월 150만 원 지급 등의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필수 의료는 왜 고사 직전이라는 사태를 맞았을까.

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는 기간 산업과 같다. 인적·물적 인프라가 갖춰진 병원이 없기에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은 뒤 병원에 남지 못하는 것이다.

전공의 지원자가 필수 의료과에 가고 싶을 정도로 인적 물적 인프라에 장기적인 투자가 선행되고, 필요성을 조사한 뒤 수가를 획기적으로 올려야 하며, 외과계가 불필요한 의료 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서둘러 필수 의료를 살리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2만 명에 달하는 위암 환자가 수술을 받으러 외국을 찾아야 하고, 복막염이 발생한 환자가 응급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당직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서 어린 아기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이제 결단을 해야 한다.

의료 보험료를 적게 내면서 저수가로 인한 필수 의료의 붕괴를 맞이해야 할지, 의료 보험료 지원금을 세금으로 충당해 죽어가는 필수 의료를 살릴 것인지, 의료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원을 마련해 미래를 대비해야 할지.

이제 정부가 선택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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