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여성주의 미술가' 윤석남 작가, "여성 독립운동가에 전념해 공개할 것"…제23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발행일 2022-11-15 10:06:5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9년 만주 출생, 7세 내려와…40세 늦깎이 나이에 미술작가로 결심

어머니, 모성애, 동물 등 소외받는 대상 주제의 작업 꾸준하게 이어와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라 불려…여성 독립운동가 내년 전시서 공개

윤석남 작가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석남 작가가 제23회 이인성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나이 많은 작가에게 상을 준다면 미술계 발전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느지막이 받아도 되나 하는 솔직한 심정이에요. 상에 부끄럽지 않을 작업을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제23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윤석남(83·여) 작가의 시상식이 지난 10일 오후 대구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시상식에 앞서 만난 윤석남 작가가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대미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천위원 회의에서 '여성, 생태, 역사 등 국내 문화예술의 유산을 현대미술 매체와 결합하는 유연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한국 근현대사의 아름다운 기록과 의미 있는 시대 증언의 중요성에 인정받았다.

윤석남 작가는 "상의 이름에 걸맞게 생전 이인성 선생의 작품을 많이 봐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이 상을 받게 돼서 선생님께 감사함과 함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윤석남 작가는 1937년 가족이 함께 만주로 이주하면서 해방되기 전까지 만주에서 생활하다 7살에 내려왔다. 결혼과 동시에 살림의 연속이었던 40세의 나이에 그는 어느 미술 교육도 받지 않은 늦깎이 화가가 되길 결심했다.

1세대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그의 작품에는 어머니, 모성애, 여성 독립운동가 등을 등장시켜 본인이 보아왔던 여성의 강인함과 존재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모성애로서 세상의 여성을 어루만진다.

그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여성의 삶을 대변한 '어머니의 눈' 전시를 시작으로 1천25마리의 유기견을 키우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모티브한 개 형상 및 999개의 여성 목상 등을 꾸준히 보여줬다.

최근 그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찾기 어렵다는 데서 충격을 받고, 여성 독립운동가를 그리며 여성주의 작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45명을 완성했으며, 100명을 목표로 한다. 이는 내년 개최되는 그의 대구미술관 개인전에서 공개된다.

그는 "대모라는 단어가 굉장히 거부감이 크다"며 "하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가 됐고, 이를 거부하는 것도 내가 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하나의 행태가 아닐까 싶어 이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나는 그저 여성작가이고 화가가 직업일 뿐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23회 수상자인 내가 이인성미술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라고 들었다"며 "좋은 여류작가들이 많은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0년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센터와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공부했다. 198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OCI 미술관 개인전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 단체전에도 활발하게 참여했으며 제29회 김세중조각상, 제8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윤석남 작가는 "내년 대구미술관 전시에 100명에 가까운 꽤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채울 예정이다. 어쩌면 여성들만을 보여줘 지루할 수도 있을까 염려되지만 잘풀어내보겠다"며 "전시장 규모가 상당해 걱정이 크다. 1년의 시간이 남았으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 매일을 열심히 작업하겠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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