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포스텍에서 보건복지부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경북도, 포항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초청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관한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각 기관에서 나온 참석자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포스텍이 추진 중인 공학 기반의 연구중심 의대는 2028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키를 잡고 있는 정부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학 학과 신·증설 등은 교육부와 협의사항이지만 의대 정원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의료인력 정원 배정이 있어야 협의할 수 있다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는 2020년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의정 협의에 따라 추진할 거란 입장이다.

연구중심 의대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고 그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의대 정원과 결부시키는 정부 태도는 너무 안일하다. 의사과학자란 의사면허 소지자이긴 하지만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게 본업이 아니라 치료제나 백신 등 신약 개발과 난치병 극복 등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과학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의료인력 정원에 묶여 연구중심 의대 설립인가를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현재 세계 바이오·의료산업 시장 규모는 2조 달러(2천400조 원)가 넘을 거란 추정이다. 여기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학·의학을 다 공부한 의사과학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은 1964년부터 매년 약 170명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미국이 세계 바이오산업의 강국이 되는 데 축이 되고 있다. 경북의 경우 안동에는 바이오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백신 및 혈액제제 공장과 연구소 등 바이오 관련 기관이 모여 있으며, 포항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기반으로 국내외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바이오·헬스 산업 기반이 구축돼 있다. 그러나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화는 결국 의사과학자의 손에 달려 있다.

이제 정치권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연구중심 의대를 입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경북도를 중심으로 포항시, 포스텍은 지역 의료계와의 협력관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지역여론도 설립에 호의적이다. 부수적인 일에 너무 신경 쓰다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정부에 주도적 역할을 주문한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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