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제주에서 나는 감귤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출하 시기도 제각각이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잖이 헷갈린다. 요즘 많이 나오는 한라봉과 천혜향의 경우 공급조절을 위해 3월 이후 출하 물량에 대해 장려금까지 지원하며 품질유지에 애쓴다고 하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다만, 이맘때 제주에서 오는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등은 관리소홀로 곰팡이가 핀 것들도 종종 들어있다. 감귤의 곰팡이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속상한 마음에 곰팡이가 핀 부분만 도려내고 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곰팡이가 덮인 감귤은 통째로 버리는 게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감귤처럼 무른 과일의 경우 껍질 부분에 일부분만 곰팡이가 폈더라도 이미 과육 깊숙이 균사가 뻗어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곰팡이가 폈던 주변의 감귤도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보관해야 한다.

빵 종류도 마찬가지다. 빵 한쪽 모서리에만 곰팡이가 폈더라도 이 빵은 버리는 게 맞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전체적으로 균사가 침입해 있는 상태여서다.

감귤이든 식빵이든 눈에 띄는 곰팡이만 도려냈다고 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직 내에서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썩은 사과’는 한 개 통째로 빨리 골라내라고 말한다. 함께 두면 썩은 사과는 주변의 사과를 빨리 상하게 한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부정성 편향/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에코리브르).

다음은 조직 내에서 심심찮게 보는 풍경이다. 부정적인 것은 전염력도 크다. 매사에 “안된다”라고만 대답하는 비관론자, 약삭 빠르게 힘든 일을 빠지는 눈치론자, 동료의 성과에 편승하는 무임승차자 등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다른 조직원의 사기를 꺾는다. 매사에 비관적인 조직원 한 명의 영향력은 성실한 조직원의 긍정적 영향력보다 네 배 정도 높다. 때문에 조직 내에서 ‘썩은 사과’는 빠르게 골라내는 게 급선무다.

책에서 저자는 부정성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네 가지 긍정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4의 법칙’이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누군가를 한 번 비판했다면 적어도 네 번은 칭찬하라고 한다. 4의 법칙을 적용하면 나쁜 경험 하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좋은 경험 네 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뉴스 대부분은 부정적인 기사 일색이다. 부정적인 내용만 퍼 나르는 미디어가 승승장구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언론조차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서 서로가 물어뜯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의 싸움은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부정성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우울하고 불안한 뉴스 하나를 들으면 밝은 뉴스, 미담 혹은 가슴이 훈훈해지는 뉴스 네 개를 들어줘야 긍정성이 승리할 수 있다. 때문에 어려운 시기일수록 긍정의 마인드, 행복한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4의 법칙을 적용하면 이렇다. 썩은 사과 하나를 골라내면 그 집단은 4배 건강해진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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