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섭

농업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올해 교직을 은퇴한 친구 녀석이 시골집을 찾아왔다. 화목난로에 쓸 장작 자르기를 도와 달랬더니 화려한 손놀림으로 금새 마무리 해준다. 해거름에 그냥 보내기는 못내 아쉬워 우정의 표시로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고 가라고 했더니 녀석은 입가에 미소를 보인다. 텃밭 한 구석에 파릇파릇하게 자란 쪽파를 한줌 뽑아서 밑둥 뿌리는 잘라 그 자리에 다시 심고 나머지는 깨끗이 씻어서 계란을 넣은 반죽에 파전을 요리했다. 알싸한 파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순수 파전뿐만 아니라 냉장고에 오랫동안 잠자던 소시지, 치즈를 내어서 토핑까지 하니 설 익은 파의 달달한 맛과 쌉싸래한 막걸리가 찰떡궁합이다. 울타리 넘어 낙동강위로 해넘이를 보면서 그날 우리는 맛과 분위기 뿐만 아니라 막걸리에도 흠뻑 취했다.

이맘때 시골집마다 텃밭 한구석에는 영롱한 초록색으로 폼 잡는 채소가 있다. 그게 바로 쪽파다.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한번만 수확을 주는 마늘, 양파와 달리 쪽파는 심는 당해 연도에 수확의 기쁨을 줄뿐만 아니라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서 이듬해 봄에 또 다른 수확의 기쁨을 준다. 종구라는 종자로 결실을 맺으면서 다음 생을 기약한다. 봄에 나오는 쪽파는 가을에 심어 겨우내 언 땅에 있다가 솟은 거라 억센 기운이 담겨 있다. 희노애락을 겪는 우리네 인간사와 비슷하다. 재배하기도 쉬워서 텃밭 한구석에 심어서 적당히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 쪽파는 양파와 대파를 개량한 품종이며 국내 종구생산량의 60%는 예천지역에서 생산된다.

파는 수선화과에 속한 여러해 살이 식물로 학명은 알리움 피스툴로숨이다. 알리움의 우리말 이름은 ‘파속’으로 대파, 쪽파, 양파, 마늘, 부추 같은 식물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파는 원산지인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음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다. 이들 채소에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 성분이 바로 알라신이다. 마늘이나 파에서 느끼는 특유의 향과 맛이 알라신으로 인한 것이다. 알라신은 향균 및 살균 등에 탁월한 작용을 하는 건강식품이다. 또한 칼슘과 인이 들어 있어 쌀밥과 함께 먹으면 좋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음식 부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쪽파는 생선이나 고기의 비린내를 중화시켜 준다. 비타민B1과 알라신의 결합으로 맛을 돋구 기도하고 고기를 연하게 해준다.

쪽파에 풍부한 비타민C는 우리 몸에 피로물질을 유발하는 젖산의 분비를 억제해 피로회복을 도와 면역력 강화에 좋다. 비타민C 뿐만 아니라 비타민A도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좋은 식품이다. 또 식이섬유는 파보다 2배 많고, 칼슘은 4배가 많아 변비해소 등에도 도움이 된다. 쪽파는 대파보다 연하고 부드러워 여러 음식의 향신 채소로도 최상이며,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우중충하기 쉬운 음식에 초록색을 더 해 신선하게 보이게 하고 알싸한 맛으로 느끼함을 잡아준다. 비 오는 날 술꾼들의 안주로 파전이 되거나 멸치국수를 훌훌 말아 먹을 때 얹는 양념간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쪽파는 텃밭의 보약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1kg 한단에 4~5천 원 남짓하다.

쪽파는 목련이 피기 시작해서 장미꽃이 필 무렵까지 우리의 입맛을 북돋아주는 최고의 향신료 역할을 한다. 요즘 재래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신선하고 값싼 쪽파를 많이 볼 수 있다. 보약 같은 최고의 향신료로 고물가에 지친 서민들 밥상에 딱이다.

세상살이 어려울수록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 줄 제철 음식으로 넉넉한 여유와 희망을 품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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