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KBO리그 개막전에서 시구를 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 개막전 시구였다거나, 역대급 돌직구였다거나, 왜 또 대구냐 등 다양한 말이 나왔다.

찬반 양론과 달리 대통령의 개막전 시구로 프로야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구는 흔히 멘털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투수든 타자든 누가 상대의 수를 잘 읽어내느냐에 따라 승부의 추가 기운다. 그러다 보니 승부처에서는 지나치게 게임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야구 경기 자체가 축구 등 다른 운동 경기에 비해 움직임이 많거나 박진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경기 시간이 평균 3시간이란 점도 빠른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으로부터 멀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위기감은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겪고 있는 일인가 보다. 지난달 말 개막한 MLB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 클록(Pitch Clock)’ 제도를 도입했다. 주자가 없을 땐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이내에 투수가 공을 던지도록 하는 규정이 피치 클록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올해 MLB 시범경기 평균 소요 시간은 지난해에 비해 26분이나 단축됐다.

경기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것은 프로야구의 가장 큰 라이벌이 축구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프로야구의 최대 라이벌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일 것이다. 이는 한때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과 통한다.

1990년대 후반 나이키는 자사의 스포츠용품 성장률 추이가 무뎌지자 원인을 아디다스 등 경쟁사에서 찾기보다 전혀 다른 시장에서 찾았다. 청소년층이 ‘닌텐도 열풍’을 타고 게임에 몰두하면서 스포츠용품의 구입이 줄었다는 분석이었다.

닌텐도의 대응도 이에 못지않았다. 닌텐도는 나이키를 경쟁상대로 보지도 않았고 청소년들을 집에 머물러 있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포켓몬 GO를 통해 증강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불러냈다. 이로서 나이키와 닌텐도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 되었다.

남아도는 쌀을 둘러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도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쌀 소비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모두 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 명란을 광고하면 어떨까. 이들은 모두 밥도둑이다. 쌀을 소비해보자는 광고의 초점을 쌀에 맞추는 것보다 밥도둑 반찬에 맞추는 것이다.

경쟁과 협력은 영원하지 않다.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 업종 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경쟁과 협력도 언제든 변한다. 나이키의 경쟁상대도 닌텐도에서 넷플릭스 혹은 유튜브로 바뀌고 있다. 소주와 맥주도 따지고 보면 경쟁상대가 아니다. 한때 소맥열풍을 타고 서로 다른 회사의 소주와 맥주가 협력하지 않았던가.

사사건건 부딪치지 않을 때가 있었냐마는 대통령의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두고 좌우가 대립하고 진보와 보수가 대치할 만큼 지금이 한가로운 때인가. 안팎으로 힘들 때다. 지금이야말로 여야가 힘을 모아 역대급 돌직구로 현안마다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진보의 경쟁상대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의 경쟁상대가 진보가 아니듯….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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