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곡군은 지난달 30일 석적읍 망정리 328고지 지겟길에서 지게 부대를 재현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망정1리 윤병규 이장, 백남희 여사, 김재욱 칠곡군수)
▲ 칠곡군은 지난달 30일 석적읍 망정리 328고지 지겟길에서 지게 부대를 재현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망정1리 윤병규 이장, 백남희 여사, 김재욱 칠곡군수)
“지게 부대원은 국군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입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전쟁 당시 보급품을 지게로 운반하며 국군을 지원했던 지게 부대원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가 73년 만에 처음으로 칠곡군에 건립된다.



고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75) 여사는 오는 7월 5일 사비 1천200만 원을 들여 높이 160cm 규모의 ‘다부동 전투 지게 부대원 추모비’ 제막식을 갖는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가질 제막식에는 백선엽 장군 동상과 함께 다부동 전투 지게 부대원 추모비도 자리 잡는다.



백 여사는 다부동 전투에서 보여준 지게 부대원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던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했다.



지게 부대원은 6·25 전쟁 당시 탄약, 연료, 식량 등 보급품 40kg 가량을 짊어지고 가파른 산악지대 고지를 오르며 백 장군이 이끈 국군 1사단과 미군에게 전달했다. 군번도, 총도 없이 포화 속을 누비며 전쟁 물자 보급은 물론 부상자와 전사자 후송 등 모든 병참 임무를 담당했다.



다부동 전투에서 지게 부대원 2천800여 명이 전사했으나, 참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칠곡군은 지난달 30일 석적읍 망정리 328고지 지겟길에서 지게 부대 재현 행사를 가졌다. 행사 때 김재욱 칠곡군수는 지게에 탄약상자를 진 지게 부대원의 모습을, 백 여사는 주먹밥을 만들어 지게 부대원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아버지가 지게 부대원으로 참전했던 윤병규(67) 망정 1리 이장은 다부동에서 장렬히 적과 맞서 싸운 학도병의 역할을 맡았다.



유엔군은 6·25 전쟁 때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 알파벳 A와 닮았다는 이유로 ‘A-frame Army’라고 불렀다.



당시 미 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회고록에서 “지게 부대가 없었다면 최소 10만 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보내야 했을 것”이라며 그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백남희 여사는 “백선엽 장군 서거 3주기를 맞아 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지게 부대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며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욱 군수는 “지게 부대원과 학도병처럼 숨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그들을 기억하고 재조명하는 일에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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