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까지 우손갤러리

▲ 풍경들 전시 전경. 임노식 작가 작품.
▲ 풍경들 전시 전경. 임노식 작가 작품.
▲ 우손갤러리에서 만난 오묘초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우손갤러리에서 만난 오묘초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미술사적으로 맥락을 짚는다기보다 동시대 면면의 보여주는 작업을 기획하는 데 집중했어요. 사진, 조각 등 매체도 다채롭게 선택했죠. 전시는 3명의 작가가 그리는 각자의 풍경이 서로 다른 의미를 내는 복수의 풍경들로 존립함을 상기시키면서도 동시에 당대 예술의 풍경을 통찰하는 하나의 경로이자 단일의 풍경,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손갤러리 ‘풍경들’ 전을 기획한 장진택 독립 큐레이터의 기획 의도다.

전시는 청년 작가 오묘초, 임노식, 정영호 작가들의 작업으로 이뤄진다.

전시장 곳곳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법한 외계생명체들이 배회하고 있다. 일상에선 볼 수 없는 기괴하지만 아름답고 영롱하다. 이는 오묘초(조정현) 작가의 작품이다.

오묘초 작가는 2년 전 뇌과학자와 함께한 뇌세포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신작들은 최근 기억을 추출해 삽입시킨 연구가 성공하면서 먼 미래 기억을 가지고 새로운 콘텐츠나 소비재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그가 이러한 내용을 쓴 SF소설도 올 하반기 출판을 앞두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묘초 작가는 “기억거래가 가능해진 먼 미래에 지성체들의 형태를 상상해 만들어진 조합”이라며 “뇌, 기억을 상징하는 부분은 120도에서 녹는 유리와 스테인리스가 소재가 된다. 이는 다른 물성이 같은 순간 녹아 없어져 결국 인간의 세계는 얼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두 개의 소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 임노식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임노식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정영호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정영호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임노식 작가는 일상, 경험에서 목격한 화면을 회화로 풀어낸다. 다만 일반적인 회화가 아니다. 여백과 선, 그 사이 질감. 하얗고 어두움이 내려앉아 차분하고 고요하다. 작가는 제한되고 함축적인 평면에 자기 성찰적 태도가 깃든 감정, 매체를 향한 근본적인 고민의 흔적을 보이며 자신만의 회화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주한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에서 발전된 추상성이 깃든 작품들로 구성된다.

임 작가는 “그리는 과정에 집중한다. 나의 시선과 경험이 녹아있는 풍경, 사물을 사실적으로 관찰해 캔버스로 넘어오면서 늘어뜨리는 등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줘왔다”며 “최근에는 변화를 추구하게 되면서 ‘보지 못하는, 추상적인 작업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고, 이번 전시에서 추상에 가까워진 새로운 작품들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지만 요즘 추구하는 트렌드와는 정반대인 사진 작품도 있다. 매끄럽지 않고, 깨진 듯한 비정형화된 입자가 그대로 드러난다. 정영호 작가의 사진 작품은 현시대를 읽고 있다. 스크린,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장치’에 대해 한걸음 물러서서 들여다본 것이다. 하나의 장치가 세계를 읽고 정보로서 나아가고, 그것만으로 세상을 읽어 육안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정영호 작가는 “스크린과 육안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이라며 “장치를 통해 무엇이 전달되고 탈락하는지 스크린은 일상을 거세시키는 부분이 많다. 현실이 장치를 경유한다는 느낌을 받아 사진을 육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장치, 기술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현시대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고자 한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전시는 다음달 25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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