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소식에 수산물 위판장 횟집 찾는 손님 발길 ‘뚝’||원산지 표시에도 ‘역부족’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 위판장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겨 한산하다.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 위판장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겨 한산하다.


“지금 우리 상인들은 건드리면 폭발 일보 직전입니다”

23일 오후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위판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일본 오염수와 관련한 질문을 듣자마자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답했다.

총 104곳의 판매대가 위치한 이곳은 평소 각종 수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일본 오염수 방류가 이슈인 최근에는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 수를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상인들은 이따금 지나가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자신들의 판매 물건을 가리키며 안간힘을 썼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시장이 한산한 나머지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보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한두 명씩 모여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상인이 더 많았다.

19년째 이곳에서 아내와 함께 소라를 판매하고 있다는 현칠구(63)씨는 “지난 6월까지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으나 7월 들어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땅꺼짐 현상에 따른 위판장 앞 도로 통제가 시행된 이달 중순부터는 매출이 90% 이상 날아갔다”고 푸념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하루 평균 매출이 50만 원 이상, 주말이나 단체 관광객이 많을 때는 100만 원어치를 팔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하루 매출 10만 원이 안 되는 날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현씨는 “약 1평(3.3㎡) 크기 판매대 1칸의 임대료에 관리비와 전기세 등을 더하면 고정 유지비만 월 70만~80만 원 든다”며 “오염수 방류 이후에는 손님이 훨씬 더 줄 텐데 예전처럼 계속 장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숨을 쉬었다.



죽도위판장뿐 아니라 일명 ‘초장집’으로 불리는 횟집 골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점심시간에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 상당수는 빈 테이블이었고, 일부 손님만 드문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 횟집은 ‘일본 오염수 방향과 전혀 다른 원산지의 수산물을 사용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원산지 표시판을 평소보다 크게 확대해 가게 밖으로 내놓기도 했다.

반면 건어물을 취급하는 상가에는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전 건어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다.

시장을 찾은 주부 장유정(47)씨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가 장차 동해안으로 밀려올 텐데 소금은 물론 생선, 건어물 등 해산물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걱정된다”며 “건어물은 미리 사놓으면 1~2년 사용이 가능해 비축해 놓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입지한 울진 역시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 소식에 속앓이 중이다.

이날 오전 울진 죽변회센터에서 만난 상인들은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 단계에서부터 매출이 급감했는데, 실제 방류가 이뤄지면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우려였다.

횟집마다 진열대에는 싱싱한 생선들이 놓여있었지만 손님들은 거의 없었으며, 상인 대부분이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곳 상인회 한 간부는 “오염수 방류 소식과 비수기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먹거리에 예민하게 반응해 최근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일시적으로 90%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죽변항 위판장 역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단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안함이 커지며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겨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어업계는 정부가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지 않으면 업계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등 어업인단체는 최근 전남 완도군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고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우리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는 해양 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원전 오염수를) 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경북도연합회 하기동 회장은 “오염수 방류에 따른 상인과 어업인의 피해를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며 “국민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국 주요 어시장에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울진 죽변시장 회센터 내부가 썰렁하다.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울진 죽변시장 회센터 내부가 썰렁하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강인철 기자 kic@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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