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대구에는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15년 동안 결론을 내지 못했던 해묵은 과제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터를 결정했다.

무작위 표본추출 방식으로 선정된 250명의 시민참여단은 현장답사와 토론을 거쳐 후보지 4곳 가운데 옛 두류정수장을 결정했다.

시민참여단은 2박3일 동안 합숙을 하면서 각 후보지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토론을 거쳐 최종 점수를 냈다. 모든 과정은 공개됐고 평가자료는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투명성이 확보됐다. 경쟁하던 3곳의 구·군 모두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했다. 대구가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현안을 해결한 첫 사례가 됐다.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결정한 대구시청 신청사를 두고 최근 지역 정치인들의 논쟁이 치열하다.

대구시청 신청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은 지난 23일 대구시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옛 두류정수장이 신청사 건립 예정지로 결정된 이후 토지 거래 허가 지역으로 들어가 버려 만 4년째 불이익을 받고 주변이 우범지역이 됐다. 신청사 건립기금 약 1천400억 원이 유용됐다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너무 큰 아픔”이라며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달서구민들에게 속죄해야 한다”고 저격했다.

권영진 전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사 건립기금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한 것은 600억 원이다. 마치 신청사 건립기금을 모두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가짜뉴스다. 그동안 홍준표 시장의 눈치만 살피다가 신청사 건립을 무산시킬 위기에 빠뜨렸던 김용판 의원이 이제 와서 자신의 지역구에 선물을 준 전임 시장을 비판하고 건립 지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참으로 배은망덕하고 비열한 짓”이라며 김용판 의원을 ‘참 나쁜 국회의원’에 빗대며 비판했다.

이번 격돌은 내년 총선에서 권 전 시장이 신청사 건립 추진을 매개로 대구 달서병 출마를 공식화 하자 김 의원이 ‘신청사 건립기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며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은 대구시민들이 직접 선택했다. 대구시민들은 결정 과정을 통해 한층 성숙된 민주주의를 맛보았다. 승패를 떠나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가 정책의 결실을 맺는 성공의 경험도 나눴다. 이같은 숙의민주주의 결실을 만들어낸 대구시민 정신을 정치인들이 논쟁에 앞서 한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