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가라는 대로, 하라는 대로 임했을 뿐||성실히 임하지 않은 어른들 미안한 마음 가

▲ 김지혜 기자
▲ 김지혜 기자
대구시교육청의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 해외 현장실습은 학생들 사이에서 ‘로망’과도 같다고 했다. 선진국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어학과 전공 관련 선진 기술을 배우며 자신의 꿈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원한다고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없는 만큼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고도 했다.

간절히 원하는 학생들을 뒤로 하고 갔기에 참여 학생들은 더욱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안일함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갔다. 전공 및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 현장실습 업체에 배정돼 내키지 않아도 임해야 했다. 현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러한 사실을 숨기기 급급했다. 현장실습 업체의 부적합함을 지적하자 아이들의 전공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도 했다. 현지 교민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친 채 같은 문제가 반복됐을 지 모를 일이다.

대구시교육청은 해당 사업단이 처음 꾸려진 만큼 다소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 참여하는 학교들에 프로그램 운영을 맡겨놓고 교사들의 인솔 결과 보고서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처음인 만큼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를 쏟아 부었어야 했다.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프로그램이 취지에 맞게 운영토록 각별히 신경 썼어야 했다.

인솔차 현지로 떠났던 일부 교사들은 되레 자신들의 학교 아이들의 부족함을 내세우기 바빴다. 그리곤 일부 본래 취지와 맞아 떨어지진 않았지만 선진국에서의 다양한 문화체험과 어학 연수만으로도 아이들은 만족해 하니 됐다고 했다. 보고서를 베껴 쓴 자신들의 안일함과 부족함을 돌아보기는커녕 부정적 내용의 기사가 나오면 직업계고 학생들이 누릴 혜택은 줄어들 지 모른다고 했다. 해외 현장실습이라는 ‘로망’을 앗아갈 지 모른다고도 했다.

학생들은 잘못이 없다. 그저 가라는 대로, 하라는 대로 임한 것 밖에 없다.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이참에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 전반을 들여다 보며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공무국외여행 직후 기간 내 보고서를 게재토록만 할 것이 아니라 취지나 목적에 맞게 다녀온 것이 맞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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