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거무처럼 추어라” 대구의 명무…궁중·민속춤 명맥 유지에 한평생 바쳐

발행일 2017-10-16 19:52: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4> 마지막 궁중무희 정소산

제7회 경상북도 문화상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정소산).
1967년에 정소산은 그녀의 장기인 포구락, 무고, 검무 등의 궁중무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지정 심사에 오르면서 ‘정소산’이라는 이름 석자가 널리 알려졌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심사에서 탈락했다. 자신의 춤에 자부심을 가졌던 그녀로서는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으리라. 한평생 전통춤 외길을 걸어오며 우리 예술의 전승과 보존에 힘써 왔던 정소산은 1978년, 74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비록 자신은 문화재가 되지 못했지만 그녀의 애제자 백년욱이 ‘정소산류 수건춤’으로 2015년 대구시무형문화재 제18호에 지정됐으니 하늘에서 크게 기뻐했을 것이다. 한국국악협회 제3, 4, 5대 경북지부장으로도 활동했고, 경북문화상(무용부문,1962) 및 대통령상, 문화공보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전통춤에 바친 인생

생전의 정소산은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인생을 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한평생 ‘돈 안되는’ 전통춤을 붙들고 사느라 남모르게 고독한 인생 행로를 걸었을는지도 모른다. 한점 혈육인 70대의 외아들은 일산에서 살고 있다.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춤비평가)는 ‘근대 전반기 대구지역 춤의 전승 인맥(人脈)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정소산을 두고 ‘1900년대 근대무용사의 현장에서 신무용의 거센 바람 속에 궁중무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전통의 맥을 전승, 보존하며 대구 근대무용사의 맥을 이어온 선구자이며 산증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구 근대무용사의 큰 흐름을 이끌어온 정소산에 대한 연구와 예술사적 평가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의 김죽엽 무용단이 작년 12월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그녀의 생애를 그린 무용극 ‘정소산, 달구벌에 춤빛으로 물들다’를 올린 것은 그녀에 대한 후진들의 존경과 그리움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고향 달구벌에 우리 전통춤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키워나가는데 평생을 바쳤던 춤꾼 정소산!. 이은주 인천대 교수는 한 시대를 풍미한 무용가들의 삶을 다룬 저서 ‘춤 33인’에서 ‘마지막 궁중무희 정소산’ 으로 표현했다. 해마다 봄이면 연두빛으로 새롭게 돋아나는 버들잎처럼 정유색(鄭柳色), 그녀의 예술혼 또한 세월이 가도 늘푸른 춤의 맥으로 이어져 나가기를….

전경옥 언론인

<연보>1904년 대구 출생1910년 김수희 문하생으로 들어가 전통춤 수학1921년 대정권번 입적1923년 금하 하규일 문하에서 수학1926년 귀향1950년 ‘정소산고전무용연구소’ 설립1962년 경북문화상(무용부문) 수상1978년 74세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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