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웠던 LP·흑백사진”…아날로그에 취하다

1980년대 추억의 장소 인기

2017.06.20

(왼쪽부터) LP카페, 흑백사진관, 만화카페 등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인기를 얻고 있다.<br>
(왼쪽부터) LP카페, 흑백사진관, 만화카페 등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 중구 방천시장 내 LP카페 ‘길영’.
아름다운 멜로디와 멋진 목소리 위에 간간이 ‘지지~익’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판과 바늘이 서로 맞닿아 내는 소리에서는 전자식 음원에서 느끼기 어려운 따뜻함이 느껴진다.

LP(바이닐) 음반이다.

이날 카페를 찾은 손아영(49ㆍ여)씨는 “20대를 항상 아련하게 그리워했는데 이곳을 찾으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젊은 시절 추억이 되살아나 기분이 좋다”며 “때문에 혼자서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길영의 도길영 대표는 “1990년대 CD의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던 LP 음반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카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40~50대 중장년층뿐 아니라 디지털 세대인 20~30대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추세”라고 했다.

현재 대구에는 TBC 대구방송 옆 ‘헤븐’, 수성못 옆 ‘리플레이’, 남구 봉덕동 ‘LP스토리’, 북구 LP 음악 카페 ‘시선2’ 등의 LP카페가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인기를 얻고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디지털화가 가속될수록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아날로그의 예스러운 감성이 가득한 흑백사진관도 인기다.

대구에는 석주사진관(중구 봉산문화길)과 초록우체부(중구 동덕로), 대명동흑백사진관(남구 중앙대로) 등 3곳이 있다.

만난 지 100일을 맞아 기념사진을 찍으러 오는 풋풋한 대학생 커플,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만삭 사진을 찍으러 온 부부, 부모님과 사진 찍으러 온 자녀들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석주사진관 주인이자 사진사인 이석주(35)씨는 “흑백사진은 소박하지만 따스한 매력이 있다”며 “생소하기도 하고 디지털 사진과는 느낌이 다르다 보니 20~30대에겐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중년층부터 젊은이들까지 발걸음이 잦다”고 말했다.

이런 흑백사진의 인기에 힘입어 석주사진관은 사진 역사 초기 단계에 나온 습판사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습판사진은 유리판이나 철판 등에 감광액을 바른 뒤 촬영한다.
제작은 매우 까다롭지만 빛이 바랜 듯한 느낌이 독특한 데다 100년 넘게 보존 가능하다.

만화카페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만화카페는 2000년대 들어 웹툰이 대중화되면서 그 인기가 급격히 시든 만화방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만화카페의 인기는 종이 책장을 넘겨보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또는 호기심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대여점을 통해 만화책을 빌려 읽고 자란 30대 이상 세대에게 종이 만화책은 향수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다.

때문에 30~40대 직장인 또는 아버지와 아들 등 가족 단위 고객도 적잖게 방문한다.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10~20대 커플이나 학생들도 데이트 장소로 많이 찾는다.

북구와 달서구 등에 위치한 만화카페 ‘콩툰’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하교하는 평일 오후 5~9시, 그리고 주말과 방학이면 만석이어서 매장 밖에 줄을 길게 늘어설 만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실내 롤러스케이장도 생겨났다.
‘롤러와’다.
수성구 지산동에 지난달 21일 문을 열었다.

1980년대 젊은이들의 놀이터였던 롤러장은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물씬 묻어 있는 장소다.
각 학교마다 롤러스케이트 대표 선수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90년대 들어서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롤러와yo 대표는 “부모 세대에겐 향수를 젊은이들에겐 호기심을 주는 탓인지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다”며 “주말에는 하루 100명 이상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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