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의 세월을 건너 마주한 진한 소국 권력자의 위상

기원전 1세기~기원 전후 한반도 남부를 지배한 진한 소국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옻칠한 무기갖춤 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20세기 이래 발굴된 삼국시대 이전 출토품들 가운데 단연 최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국보급 유물이 2천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2017년 경북 경산시 하양읍 양지리 택지개발터에서 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유물들의 주인은 20대 남성으로 추정하고 있다.기원전 진한 소국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이 유물들은 한반도 남부 일대 소국들이 강력한 정치체제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창적 문화와 교역망을 갖고 있었음을 실증한다는 분석이다.2천 년 전 경산 일대에서 번성했던 진한 권력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테마전시 ‘떴다! 지배자-새로 찾은 이천 년 전 경산 양지리 널무덤’이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내년 2월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테마전은 지난 2017년 각종 금속무기, 옻칠제품, 중국산 거울 등 다양한 부장품이 온전히 쏟아져 나와 고고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던 경산 양지리 유적 1호 널무덤 자료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3년 간의 보존 처리와 정식 보고를 마친 2천 년 전 진한 소국의 유물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전시는 모두 3부로 나눠 진행된다.1부 ‘양지리 널무덤을 통해 본 진한 사회 이모저모’에서는 발굴조사와 출토유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진한 사회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널무덤의 주인이 성장기에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20대 남성이었다는 사실과 여름 과일인 복숭아씨와 참외씨가 발견돼 무덤이 만들어진 계절이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낸 과정들이 소개된다.2부 ‘1호 널무덤 유물 갖춤새’에서는 널무덤의 축조과정과 무덤 주인공을 위해 함께 껴묻은 각종 물품들을 소개한다. 구덩이를 파기 시작해 봉분을 쌓아 마무리하기까지 장례 과정별로 죽은이에게 공헌한 귀한 물품들을 집중 조명한다.철검과 청동검 각각 두 자루씩 모두 네 자루를 옻칠한 칼집과 함께 넣어뒀으며, 당시 대외교역의 산물인 중국거울 3매도 함께 묻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귀했던 쇠도끼 수십 매를 넣어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청동단추, 허리띠버클, 부채 등과 함께 넣어둔 토기 생김새와 전한(前漢)시대 거울로 미뤄 서력기원을 전후한 시점에 조성된 무덤이라는 것이 박물관의 설명이다.3부 ‘요갱에서 찾아낸 보물’에서는 죽은이의 허리춤에 만들어 놓은 구덩이에 묻어둔 금속 무기류를 조명한다.옻칠한 투겁창집에 꽂힌 채 발견된 두 자루의 청동투겁창(나무자루에 끼우는 창)은 한반도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 동전인 오수전 26개를 부착해 장식한 옻칠한 쇠꺾창집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것으로 모두 무덤 주인공의 생전 사회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국립대구박물관 김민철 학예연구사는 “경산 양지리 1호 널무덤의 유물 갖춤새는 이미 알려진 진·변한 지역 우두머리급 널무덤과 견주어 손색없을 만큼 출토 유물의 질과 양이 그 당시 사회의 최고 지배자 면모를 보여준다”며 “이번 조사·연구성과의 공개가 우리나라 고대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팬데믹을 마주한 작가 5인만의 거리두기는 어떤 모습일까…어울아트센터 ‘거--리두기’전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기획전시 ‘거-리두기’가 어울아트센터 갤러리금호에서 다음달 8일까지 열린다.박용화, 이미솔, 이민주, 임지혜, 정민규 작가 등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5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팬데믹 사태를 담아내는 전시다.박용화 작가는 일상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경험 또는 사건을 바탕으로 생각과 감정을 공간(Space)적 형태로 재해석한다.이렇게 나타난 그의 공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으로 거리를 두도록 만들면서 불안한 현시대의 본질적인 모습을 표현한다.이미솔 작가는 작업실에서 쓸모를 다해버린 것 같은 사물들에 집중한다.시각적 거리두기를 통해 재배열된 사물들은 우리가 이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조각적이고 회화적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평화로운 일상과 사랑스러운 소재들을 다룬 이민주 작가의 시리즈 작품은 마치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작품 속 내용은 관람객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팬데믹 이전의 일상에 대한 그리움도 느끼게 한다.임지혜 작가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신문을 활용해 이미지를 재생산한다.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중했던 뉴스 속의 심각하고도 우울한 이미지들이 그의 손에서는 더욱 복잡한 정보를 가진 백과사전이 되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재미있는 동화로 표현되기도 한다.정민규 작가는 그가 직접 목격하고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두려운 사건들과 상황 속에서 그가 느꼈던 무력감과 감정의 반향이 간절한 기도와도 같은 작품으로 탄생했다.갤러리금호 정연진 큐레이터는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각자 자신만의 거리두기 방식으로 팬데믹 상황을 관찰하고 공감했던 예술가들의 이번 전시는 잠시만이라도 감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위로를 받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문의: 053-320-5120.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회화기법을 덧입힌 금속공예의 화려함을 마주하다…금속공예가 정양희 교수 퇴임 기념전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버지의 큰 그늘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제 작품의 주제인 산으로 표현됐습니다. 저에게서 산은 곧 아버지이고 제 작업의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너른 품으로 모두를 품는 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배웁니다.”금속에 창작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예술로 승화시켜 내는 ‘1세대 금속공예가’ 정양희 대구가톨릭대 교수 ‘퇴임 기념전’이 대백프라자 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퇴임 기념전에는 그의 대표작 ‘산속의 정감’을 비롯해 ‘여’, ‘목단’, ‘빛의 향연’ 시리즈 등 다양한 금속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30여 년간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온 작가의 이번 기념전은 한국금속공예의 흐름을 되짚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 이번 전시에는 작가에게 금속공예를 익혀 활동하는 제자들로 구성된 ‘은채회’ 회원전도 함께해 그 의미를 더한다.작가는 금, 은, 백금, 동판, 색박(색깔을 넣은 재료를 종이처럼 얇게 늘여 만든 것), 오동(검붉은 빛이 나는 구리) 등 금속재료를 이용해 판금기법과 상감기법, 돋을새김기법, 칠보기법 등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금속공예가다.그는 이번 전시에서 화려하고 여성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보석과 원석을 이용한 브로치나 펜던트, 목걸이, 반지, 귀고리, 노리개 등 금속 주얼리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탁월한 예술적 감각은 물론 장인의 섬세한 기술까지 어울러져야 하는 금속공예는 미술 분야에서 가장 힘든 장르중 하나로 꼽힌다. 무엇보다 금속을 다루는 작업특성상 강인한 체력도 요구된다.정 교수는 “체력이 뒷받침 되던 젊은 시절엔 수없이 반복되는 망치질과 담금질에도 열정 하나로 힘든 줄 모르고 작업했다”면서 “요즘은 재료를 옮기는 것 같은 힘든 작업은 후배들의 도움도 받는다”고 소개했다.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금속공예의 매력에 빠져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기혼으로 자녀까지 둔 몸이었지만 금속공예를 제대로 배우겠다는 열망 하나로 동경예술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금속공예를 공부하게 되는데 그런 그를 뒤에서 묵묵히 후원해 준 사람이 바로 아버지이다. 귀국 후 아버지의 큰 그늘을 그리워하며 만든 작품이 그의 대표작품 ‘산’’시리즈다.1980년 이후 파리, 런던, 로마, 동경, 서울 등에서 약 30여 회의 개인전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출품 등 국내외 각종 초대전과 그룹전에도 300회 이상 작품을 출품했다.또 1995년 대한민국 공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한국공예가협회상(2006년), 대구시 공예대전 초대작가상(2010년)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시문의: 053-420-8015.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