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화가의 의식세계를 표현하는 것’…서양화가 김일환 초대전

“당산나무는 우리 민족 한의 정서를 가진 나무이기도 하지만 나의 심적 세계를 대변하는 나무입니다. 희망의 끈을 맺힘이 아닌 화해로 융해하고 응어리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나무를 택한 것입니다.”화가는 나무가 좋아서 1996년에 숲이 울창한 산속으로 들어갔다. 달성군 가창의 골 깊은 산 속에 집을 짓고 그 집을 화실로 삼은지가 20년도 훌쩍 지났다. 궁극적인 이유는 나무 곁에 살고 싶어서다. 그의 아호가 ‘어리석은 나무’를 뜻하는 목우(木愚)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대구 달성군청 내 참꽃갤러리에서 꽃그림과 당산나무를 소재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목우 김일환 화백은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이라고 소개한 당산나무 그림 ‘아리랑을 품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 했다.“화가에게서 모든 작품은 분신이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아리랑을 품다’는 더 정감이 가는 작품”이라며 “아리랑은 한을 노래하는 것이요, 한은 밝음이고 깨달음”이라고 표현했다.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한 실험을 즐겼던 화가는 평생 수행한 화업으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꾸준히 탐구해 마침내 당산나무를 탄생시킨다.평생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화가인 목우는 1980년도 중반부터 그림의 주제가 주로 우리 민족성을 역사에 근거한 정통성과 관습으로 나타나는 조형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1980년대 그린 ‘탈춤’ 시리즈에 이어 2010~2012년 작품인 ‘꽃들의 향연’ 시리즈, 2014년 ‘몽골풍경’ 연작에 이어 2017년 ‘자연유희’ 연작과 2018년 ‘아리랑을 품다’ 시리즈까지, 대략 10년 주기로 그림이 바뀌었다.“화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신의 의식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자기만의 독특한 조형 원리를 체득하고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는 작가는 “이러한 조형언어는 시대적인 흐름과 환경적인 여건이 어우러져 행위자의 역량이 의식세계에 접목돼 나타나는데, 나는 대체로 10년 단위로 그 변화의 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자연을 벗삼아 그림을 그리는 목우는 ‘꽃 그림 화가’로 더 유명하다. 꽃 그림에 심취한 이유에 대해 화가는 “산속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형형색색이 변하는 나무들과 숲 그리고 흐드러져 피고지는 야생화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다보니 ‘자연유희’라는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2000년대 들어 대구미술협회장과 대구예총 부회장을 지낸 김 화백은 민간 외교 차원에서 해외 교류전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실제로 대구국제네트워크전을 기획해 해외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특히 몽골과의 정기교류전에 애착을 가지고 매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미술평론가 서영옥 박사는 “일찍이 세욕으로 들끓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 고요한 산속에 둥지를 틀었던 것은 그가 ‘나무’를 ‘나(我)무(無)’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무의 형태나 색깔 균형과 조화에 기대지 않더라도 그의 이름처럼 밝고 환한 생명력으로 기운생동할 나무의 기대는 늘 설렘을 동반한다”고 평했다.신축년 새해 훈훈한 꽃바람으로 코로나 한파를 몰아 낼 원로화가 김일환 초대전은 달성군청 참꽃갤러리에서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53-668-2171.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국화 여인’ 강연분씨 소리꾼으로 변신...‘봉화 아리랑’ 앨범 출시

봉화에서 ‘국화여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연분(62·여)씨가 ‘봉화아리랑’ 앨범을 발표해 화제다.봉화아리랑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창작민요로 봉화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6분40초의 노래로 10개의 본곡과 1개의 후렴으로 구성됐으며 최근 한국음반저작권협회에도 등록을 마쳤다.서도소리 이수자, 곽동현씨가 작곡했으며 단국대 국문학 석사 강정모씨와 문학인 이인우씨가 작사하고 강연분씨가 노래를 완성했다.이 민요는 1절부터 6절까지는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과 만물을 극찬하는 곡이다.봉화아리랑은 ‘아리랑 아리랑 봉화의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나는 넘어가네’라는 정겨운 후렴으로 모두 12절로 구성돼 있다.1절은 ‘청량산 장인봉 높은 정기, 우리 고을 봉화에 설설히 나리소서’로 시작해 봉화를 대표하는 청량산도립공원의 높은 정기를 표현했다.이어 대한민국 10대 정자에 손꼽히는 청암정, 과거 궁궐 건축에 애용된 ‘소나무의 제왕’ 춘양목 등 아름다운 가락과 선율로 봉화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7절부터 12절까지는 임을 향한 그리움을 봉화 여성의 마음으로 표현했다.강연분씨는 현재 국화농원국태 대표이다. 20여 년째 봉화에서 국화를 재배하며 우리 민요에 푹 빠져 있다.어릴 때부터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10여 년 전 이제는 민요를 하지 않으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민요를 시작했다고 한다.이후 봉화의 소리를 연구하는 모임인 봉화아리랑소리보존회(회장 강연분·회원 22명)를 설립하는 등 봉화지역의 정서를 담은 노래를 연구해오다 이번에 ‘봉화아리랑’을 발표하게 됐다.강연분씨는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정서를 담은 아리랑이 발굴, 전승돼 오고 있는데 봉화지역에는 우수한 자연과 문화가 있음에도 이를 노래한 아리랑이 없어 아쉬웠다”며 “앞으로도 봉화의 소리를 찾는데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한편 봉화아리랑은 음반과 강연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들어 볼 수 있다. 박완훈 기자 pwh0413@idaegu.com

오키나와의 화살표/ 오승철

오키나와 바다엔 아리랑이 부서진다/ 칠십여 년 잠 못 든 반도/ 그 건너/ 그 섬에는/ 조선의 학도병들과 떼창하는 후지키 쇼겐// 마지막 격전의 땅 가을 끝물 쑥부쟁이/ “풀을 먹든 흙 파먹든/ 살아서 돌아가라”/ 그때 그 전우애마저 다 묻힌 마부니 언덕// 그러나 못 다 묻힌 아리랑은 남아서/ 굽이굽이 끌려온 길,/ 갈 길 또한 아리랑 길/ 잠 깨면 그 길 모를까 그려놓은 화살표// 어느 과녁으로 날아가는 중일까/ 나를 뺏길 반도라도/ 동강 난 반도라도/ 물 건너 조국의 산하, 그 품에 꽂히고 싶다 「화중련」(2020, 상반기호) 오승철 시인은 제주 출생으로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개닦이」, 「사고 싶은 노을」, 「터무니없다」, 「오키나와의 화살표」 등이 있다.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다. 맞는 얘기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한평생 제주를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시인이 쓰는 거개의 시편들이 제주를 노래하고 있다면 그 작품들은 가장 세계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인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는 그 누구보다 그것을 잘 활용하여 시의 지경을 넓히고 있다. ‘오키나와의 화살표’를 보자. 본문에 나오는 인물 후지키 쇼겐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소대장으로 참전했으며, 그 후 조선학도병 740인의 위령탑 건립과 유골 봉안사업에 일생을 바쳤다. 오키나와는 일본 열도의 최남단에 있고, 류큐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태평양전쟁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첫 수 첫줄부터 눈길을 끈다. 오키나와 바다엔 아리랑이 부서진다, 라는 구절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우리 겨레의 노래인 아리랑이 먼 이국땅 바다에서 부서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조선학도병들이 희생된 곳이기 때문이다. 칠십여 년 잠 못 든 반도 그 건너 그 섬에는 조선의 학도병들과 떼창하는 후지키 쇼겐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마지막 격전의 땅 가을 끝물에 우리나라 남부 지역과 일본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인 쑥부쟁이를 등장시키면서 풀을 먹든 흙을 파먹든 살아서 돌아가라, 라고 외친다. 그때 그 전우애마저 다 묻힌 마부니 언덕에서다. 그러나 못 다 묻힌 아리랑은 남아서 굽이굽이 끌려온 길이요, 갈 길 또한 아리랑 길이어서 잠 깨면 그 길을 모를까 그려놓은 화살표를 통해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을 노래한다. 하여 어느 과녁으로 날아가는 중일까, 라면서 나를 뺏길 반도라도 동강 난 반도라도 물 건너 조국의 산하인 그 품에 꽂히고 싶다, 라고 시의 화자는 조선 학도병의 간절한 염원을 애절하게 대변하고 있다. 오래된 장르인 한국시조문학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읽히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동시대성에 치열하게 직면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는 그런 점에서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시인이다. 작품 속에 제주 4·3사건을 적잖게 노래했고, 제주 특유의 정서와 풍광과 애환을 시조 3장의 행간에 담는 일에 매진해 왔다. 대구의 명소 수성못의 물꼬를 튼 산파는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다. 1914년 개척농민으로 가족과 함께 물 건너 왔다가 가뭄과 홍수 피해를 막고자 인공 못인 수성못을 축조한 사람이다. 지금도 그를 기리는 행사가 해마다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이런 일은 한일 간의 우호·교류 증진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후지키 쇼겐이나 미즈사키 린타로는 우리가 오래 기억할 만한 인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일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시편‘오키나와의 화살표’를 한 번 더 음미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정환(시조 시인)

국악가락을 아카펠라 공연으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체험…국악 아카펠라 그룹 ‘토리스’ 공연

판소리 춘향가의 유명한 대목인 ‘사랑가’를 아카펠라로 공연하면 어떤 무대가 만들어질까?어깨춤이 덩실거리는 흥겨운 국악이 반주가 없는 합창인 아카펠라를 만나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무대가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대구 동구문화재단이 지역 예술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오는 31일 오후 7시30분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7월 문화가 있는 날 ‘토리스-아리랑 토리랑’을 진행키로 했다.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음악적 특징을 의미하는 ‘토리’들이 모여 음악을 만든다는 뜻을 지닌 국악 아카펠라 그룹 ‘토리스(TORYS)’는 판소리, 경·서도 민요, 아카펠라 전문가로 구성된 국내 최초이면서 유일의 국악 아카펠라 그룹이다.토리스의 이번 공연은 그들만의 특색을 살린 국악 멜로디 뿐 아니라 전통음악을 새로운 멜로디로 재해석한 곡들로 구성된다.경기소리 소프라노, 판소리 알토와 바리톤, 서도소리 테너, 아카펠라 베이스 등 다섯 소리를 조화시켜 국악을 아카펠라로 재탄생시켰다. 억지로 정돈하거나 꾸미지 않은 우리 소리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소통하는 음악이 토리스가 추구하는 음악이라는 게 공연 관계자의 설명이다.회사원 손미현씨(28)는 “지난해 봄 전라도 남원 여행중에 우연히 토리스의 국악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할 기회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이번에 대구에서 공연 한다는 소식을 들어 무척 반가웠다. 더구나 무료 공연이라 부담도 없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토리스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국악 아카펠라 그룹 토리스는 이번 공연에 흥부가 박 타는 대목을 흥겨운 재담과 격조 있는 소리로 편곡한 ‘시리렁실근’과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를 대표하는 아리랑을 연곡으로 부르는 ‘아리랑연곡’을 선보인다.또 판소리 춘향가 중 이몽룡과 춘향의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사랑가’와 경상도 민요인 ‘쾌지나 칭칭나네’에 새 옷을 입힌 ‘칭칭’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아양아트센터 김기덕 관장은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기획공연을 여럿 준비했으나 코로나19사태로 취소되는 등 그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며 “이번 공연은 아양아트센터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기획 공연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국악아카펠라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이는 의미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2020 문화가 있는 날은 당초 올 3월부터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공연이 모두 연기됐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재개하기 시작했다.한편 공연에 앞서 아양아트센터는 공연 전·후 특별 방역작업과 좌석 띄어앉기, 전자출입명부 도입 등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방역활동을 마련했다.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의 7월 문화가 있는 날, ‘토리스-아리랑 토리랑’은 사전 예약한 200명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3-230-3311.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