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께 대구 중구에 있는 한 문구·팬시 판매점. 방학을 맞아 문구용품을 구매하려는 학생들로 다이어리, 가계부 코너가 유독 북적였다. 주로 20대로 보이는 이들은 취향에 맞는 걸 고르기 위해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고민하고 있었다.대학생 김모(25·여) 씨는 “목표했던 계획들을 손으로 직접 적는 게 스마트폰 보다는 와닿는 느낌이 큰 거 같아 다이어리를 사러왔다”고 전했다.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다이어리와 가계부 등 아날로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 자기 관리에 힘쓰며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갓생’(신과 생을 더한 신조어) 문화가 확산하며 아날로그 용품 구매 수요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몰인 G마켓에 지난해 12월1일부터 27일까지 다이어리와 가계부 매출이 각각 47%, 69% 급증했다.위메프에서도 지난해 12월15~31일 다이어리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문구·팬시용품 전문판매 핫트랙스 대구점 관계자는 “다이어리와 가계부 등을 찾는 손님이 작년 이맘때 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대부분 20~30대다”고 전했다.코로나19 여파로 경기불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출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하나의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직장인 천모(32) 씨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 올해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직접 손으로 가계부를 쓰게 되면 스마트폰 보다는 돈의 흐름을 좀 더 꼼꼼히 알 수 있어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기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또 다른 직장인 한모(28)씨는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로 입·출금 등 돈의 흐름이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올해부터 가계부를 사용하려 한다”고 전했다.새해 대표 용품 중 하나인 달력도 MZ세대의 ‘아날로그 열풍’에 탑승했다.올해 대세 달력은 매일 한 장씩 뜯는 ‘일력’이다.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일력이 대거 나온 지난해 10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13배 가까이 올랐다.종류도 2020년 12종에서 올해 36종으로 크게 늘어났다.MZ세대의 ‘갓생’ 문화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실제 한 애플리케이션이 MZ세대를 대상으로 새해 목표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자 대부분이 ‘갓생’을 목표로 꼽고 그 중 공부, 재테크, 운동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유통업계 관계자는 “갓생 문화와 뉴트로의 바람이 만나면서 아날로그 상품들이 새해맞이 필수품으로 등장했다”며 “디지털보다 직접 체험하는 환경이 당분간 MZ세대의 대세 문화로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