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2급 담비 포착, 녹지 찾아 내려온 것으로 추정||수달, 황구렁이, 참매, 새매 등 멸종위기종 잇따라 발견돼||무분별한 개발로 설 자리 잃는 동물들, 보호구역 지정해야
대구지역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당국의 무분별한 개발을 피해 지역 생태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수성구 연호지구로 몰려들고 있다.하지만 서로 다른 ‘종’이 한정된 공간에 몰리며 먹이 사슬 파괴 등 생태계 붕괴 우려가 나오는 데다 이곳마저도 개발 예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조류 전문 유튜버 김동현 탐조해설가에 따르면 최근 연호지구 내 수로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담비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카메라에 담긴 담비는 턱부터 가슴까지 노란색, 몸은 밝은 갈색, 엉덩이부터 긴 꼬리는 검은색을 띠는 노란목도리담비종으로, 몸길이는 60~70㎝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초 국립대구박물관 일원에 출현한 담비와 동일 개체인 것으로 파악된다.울창한 산림 속에 서식하는 담비는 호랑이가 사라진 우리나라 야생동물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통한다. 주행성이면서도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습성이 있는 담비가 최근 도심 속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유는 서식환경 변화 때문으로 추정된다. 담비의 주 서식처인 산림이 개발로 점점 줄면서 먹이를 찾아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담비 외에도 연호지구에는 최근 멸종위기종 출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 3~4마리가 주민들에게 포착된 데 이어 멸종위기종 2급 황구렁이, 멸종위기종 2급 새매·참매 등이 발견됐다.특히 수달의 경우 단순 이동통로가 아닌 서식지임이 밝혀지면서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특이점은 이들이 공통으로 발견된 장소가 연호지구 내에서도 불과 330㎡ 남짓의 좁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김동현씨는 “수달과 담비, 멧돼지, 고라니 등 연호지구에서 발견된 야생동물 대부분이 연호고가교 인근 작은 수로에서 발견됐다”며 “서식환경이 전혀 다른 야생동물들이 한 공간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녹지를 찾아다니던 야생동물들이 결국 좁디좁은 수로에서 마주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생태학적 접근에서 바라보면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상황이 이렇자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연호지구는 향후 법조타운 등 대대적인 개발이 예고돼 있다. 이대로라면 지역 야생동물 생태계 붕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최동학(동인동물병원장)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회장은 “천연기념물 발견이 이어지고 있는 연호지구에 생태통로 개설이 필요해 보인다”며 “대구시가 연호지구를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야생동물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