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작품에 대한 난해함에서 비롯됐죠. 설명이 필요한 작품이 아닌 작가들이 누군지,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 기획하게 됐습니다.”현대미술가 44인의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은 누구죠?(Who R U)’를 제작한 남기웅 영화감독이 이같이 설명했다.이 영화는 오는 22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CGV에서 시사회를 갖는다.영화 기획은 남 감독이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으로서 지난해 늦여름 그룹전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회원이자 일반 관람가인 감독 한 사람이 현대미술의 전시를 보고 느낀 작품의 난해함, 어려움으로 비롯됐다.그는 현대 미술 작품 속 작가의 사인과 작가의 프로필, 평론을 들여다보지만 갤러리에 걸린 그림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꼈다.작가를 만나 설명을 들으며 작품 세계관에 대해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도저히 풀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고 제작에 나섰다.남 감독은 작품이 아닌 순수하게 작가 개인의 세계관을 들여다본다.이번 영화는 현대미술가 44인이 각자 극의 주인공이 된다. 다큐멘터리와 옴니버스의 성격을 띠지만 극영화에 가깝다.영상은 작가마다 1분에서 3분 동안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에서부터 실험적인 영상을 보여준다.영상 자체가 작가의 작품이 되는, 44편의 독특한 영화가 한데 모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다.촬영 현장은 작가들의 화실 뿐만 아닌 작가 개인이 누구인지 나타낼 수 있는 대구·경북의 야외 장소다. 남 감독이 일일이 작가들을 만나며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 듣고 찾은 결과다.현대미술이나 미술가의 영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작품소개와 인터뷰 위주가 된다.하지만 이번 영화는 미술가들이 시나리오를 직접 써나간 작품으로, 인터뷰 말이라든지 작품에 대한 소개가 없다.작품에 참여한 조경희(56·여) 작가는 “작품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한지’로 나의 모습을 투영해 상징적으로 나타냈다”며 “바람, 한지 등으로 나를 표현하기까지 일주일간 나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처음 고민하고, 내면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돼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이 영화는 참여한 작가들 모두의 작품이 된다.어떤 작품은 시적이며 어떤 작품은 너무나도 영화적이다. 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폭소를 자아내는 작품도 있다.작가는 인간이자 예술가로서의 자신과 현대미술에 대한 지금의 생각 그리고 자신의 작품 등을 은유적, 영화적, 실험적, 공격적, 해학적으로 표현한다.관객은 107분 동안 44편의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난해한 그림만을 그린 현대 미술가들이 스크린에서 이토록 흥미로운 작업을 보인다는 것에 신기함마저 들 것이다.남 감독은 “이 영화는 예술을 표현하는 작가들이 누구인지 이야기를 하기 위한 영화다”며 “일반적인 상업, 극영화 등 재미를 떠나 작가들이 누구인지 진솔한 모습을 담아냈다. 일반인들이 현대미술에 쉽게 다가서길 바란다”고 말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