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를 걷는 전국 유일 지역 토종백화점 대구백화점(2월5일 1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대백프라자는 과거 문화와 해외 명품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고품격 쇼핑공간을 자랑했지만 명품 브랜드가 하나 둘씩 빠져나가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식품관과 식당가, 문화센터만 현상 유지 수준으로 운영되는 모양새다.지난 25일 오전 11시께 대백프라자는 거의 모든 층에서 손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해외 브랜드와 화장품 매장이 자리한 1층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제품 구입을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거나 상담하는 고객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특히 최근 샤넬 화장품이 빠진 자리엔 향수 편집숍이 들어섰지만 1시간 동안 한명의 손님도 찾지 않아 샤넬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화장품 매장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50~70대로 보이는 노년층으로 백화점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1층뿐만 아니라 여성 정장, 캐주얼, 스포츠, 남성의류 매장이 들어선 다른 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한 매장 직원은 “매년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판매 수수료를 내고 장사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현재 대백프라자점은 가구, 가전 등을 제외하고 1층부터 8층까지 290여 개의 의류, 화장품, 액세서리 매장이 입점해 있다.소위 3대 명품으로 통하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까진 아니더라도 명품으로 분류되는 단독 매장이 전무한 상황이다. 눈에 띄는 매장이 적다보니 자연스레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백화점 자체적으로도 고객 유치를 위한 리뉴얼이나 새 브랜드 유치와 같은 MD개편 시도도 없다.대백은 2021년 8월 본점 폐업 후 프라자점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명품 매장 철수를 비롯해 신세계, 현대 등 지역 진출 대기업 백화점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응하지 못하며 백화점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대백은 2016년 이후 흑자 없이 영업손실을 이어가는 중이다. 매출도 2021년 약 810억 원에서 2022년 약 750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며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백화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새로운 아이템이 없는 이상 예전의 명성을 찾는 건 불가능 할 것”이라며 “대구시민과 함께 성장해온 대백의 위기가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