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개막한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은 메인 작품은 다음달 열리는‘심청’과 ‘신데렐라’.2008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뒤 14년 만에 공개되는 오페라 ‘신데렐라’는 다음달 4~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된다.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심청’은 1999년 한국 초연 이후 2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자 폐막작으로 다음달 18~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볼 수 있다.10여 년 만에 공개되는 2개의 작품이라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 기대감을 모으는 가운데 ‘신데렐라’를 맡은 국내 최고 민간 오페라단인 영남오페라단의 이수경 단장과 ‘심청’의 연출 및 예술감독을 맡은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을 만났다. ◆‘신데렐라’…이수경 영남오페라단 단장“코로나19로 지친 모두를 위해 바라만 봐도 행복할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하겠습니다.”이수경 영남오페라단 단장이 오페라 ‘신데렐라’ 개최를 앞두고 소감을 밝혔다. 2019년 부임 이후 코로나와 동시에 단장 역할을 맡아오면서 줄어드는 관객 수나 무대 규모에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는 이수경 단장.이 단장은 아쉬움을 가득 채우기 위해 그는 이번 축제에 유명 작곡가의 작품 및 해외 공연단 포진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에 관객에게 힐링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를 제공하고자 ‘신데렐라’ 작품을 선정했다.38년의 관록을 자랑하며 국내 최고 위치에 있는 영남오페라단은 이번 축제의 여러 메인 무대에서 유일한 민간 오페라단으로,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당시 열린 제1회 축제부터 함께해오며 이번 축제를 비롯해 7번째 무대를 같이한다.이 단장은 “오랜 기간 함께 해왔고, 유일 민간 오페라단인 만큼 주인의식이 앞서 책임감이 크고, 애착이 많다”며 “공연마다 최선을 다해 올리려고 했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최선을 다해 준비해 해외 공연단에 뒤지지 않는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경쾌하고 발랄한 곡의 대명사로 불리는 천재 작곡가 로시니의 ‘신데렐라’는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샤를 페로의 동화 ‘신데렐라’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로, 로시니가 3주 만에 완성한 희극 오페라다.다만 원작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외롭고 쓸쓸한 신데렐라가 아닌 씩씩한 여성을 나타냈으며, 계모가 아닌 계부를 등장시킨다. 동화와 꿈 같은 환상적인 모험을 무대화한 오페라로, 휘황찬란하고 웅장한 무대가 기대되는 작품이다.특히 메인 오페라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스토리에 재미와 흥미를 더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 오페라로 전 연령의 오페라 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은다.초연과 달리 무대 연출 및 규모 등에서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이 단장은 “초연 당시 한국말로만 했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로시니 특유의 언어유희와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노래는 이탈리아어로 하되 대사는 한국어로 음악적 이해를 높였다”고 말했다.또 “무대 연출을 사실 그대로 가져와 성이면 성, 집이면 집 등을 무대화하려고 했다면 이번 무대는 보다 추상화시켜 다양한 영상을 가미해 보물단지처럼 숨겨놓고 싶을 정도의 현대적인 무대 연출을 보여준다”며 “거기에 맞춰 분장과 의상도 업그레이드돼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작품 신데렐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무대에는 오케스트라, 합창단, 연극인, 가수 등 제작진 150여 명의 노고가 녹아있다.특히 작품 완성도와 몰입을 높이기 위해 작곡가 로시니 전문 이탈리아 지휘자 안드레아 카펠레리, 신데렐라 전문 연출가 김성경을 초청하고 왕자 역할(돈 라미로) 테너 전병호, 신데렐라 역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등을 출연시킨 점도 이목을 끈다.신데렐라 무대를 다량 소화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포진시키고, 이밖의 역할들도 로시니 음악에 적합한 기교적인 성악가만을 추려 데리고 온 것.그는 관전 포인트로 스토리가 여느 동화와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권선징악이 아닌 점”을 꼽았다.이수경 단장은 “신데렐라가 계부와 언니들을 용서하고,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이 특별한 점이 될 것 같다”며 “신데렐라가 그랬듯 이제는 우리도 코로나를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환경에 살 수 있다는 바람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이수경 단장은 “온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오페라”라며 “무대를 보며 모두가 즐겁고, 힐링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심청’…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축제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의 작품을 국내·외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죠. 독일 뮌헨 올림픽 무대에서 초연된 윤이상 작곡가의 작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폐막작 ‘심청’의 연출 및 예술감독을 맡은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이 포부를 밝혔다.정 감독은 이번 축제에서 경남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을 선정해 보인다.심청은 눈이 먼 심봉사의 딸 ‘심청’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인당수에 뛰어드는 우리 전통문화의 효 사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오페라로 재해석된 이 작품은 1972년 8월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총감독 권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해 완성됐으며, 당시 올림픽 무대에서 초연됐다. 대본 역시 독일의 극작가 하랄드 쿤츠가 판소리 ‘심청가’에 영감을 받아 완성돼 진정한 한국의 오페라로 알려져 있다.곡의 난해함으로 쉽사리 국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는 오페라 ‘심청’ 무대는 1999년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연된 이후 두 번째로, 21세기 초연작이다.정 감독은 “초연작은 당시 예술의 전당의 예술감독으로 있던 나의 은사인 고 문호근 예술감독이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서 공개한 작품이다”며 “지금 나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다. 그렇다면 왜 ‘심청’을 보여주고자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예술의 가치는 머무르지 않고, 현대에 이르러 작품성이 더욱 발현됐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이어 “23년 전 국내 초연 무대에서는 한국어로 번역해 보여줬다. 이번 무대에서는 50년 전 독일 무대에 오른 버전 그대로인 독일어로만 작품을 보여줘 초연 무대의 느낌을 더하려고 한다”며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오페라의 발전성을 보고 싶다. 더불어 윤이상의 심청이 세계오페라 무대에 또다시 서게 되는 미래를 그려본다. 나에게는 굉장히 감회가 깊고 문호근 선생님의 생각도 많이 나게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특히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은 다방면 수소문 끝에 50년 전 뮌헨 무대에 오른 공연 실황 음원을 독일에서 공수해와 5개월가량 혹독한 연습을 거쳤다.그는 “심청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관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스토리와 음악은 그대로이지만 현시대의 감성에 적합해 변화된 것, 즉 무대 연출 등 현대적인 감성을 잘 지켜봐 주면 한다”고 당부했다.또 “윤이상의 심청과 기존의 고전소설의 심청을 비교해 어떤 메시지가 강조되고, 주제에 근접할 수 있는 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하는데 귀중한 포인트다”며 “윤이상은 한국적인 사상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부분을 유심히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더욱이 이번 무대에서는 국내 초연 무대에 함께 섰던 지휘자 최승한이 다시금 묵혀있던 악보를 꺼내 들면서 두 번째 무대에도 화답해 반가움을 더한다.정 감독은 “최고 지휘자 반열에 올라 한참 활동한 분으로 23년 전 국내 초연 무대에 지휘자로 올랐었다”며 “독일권 공부를 통해 독일어에 능통하고 해박한 점이 있고, 곡이 난해한데 그 부분을 잘 이해하는 유일한 분이라 생각들어 다시 한번 지휘봉을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습에 참석한 만큼 완성도가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정갑균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 오페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독일 무대에 올랐던 윤이상 작곡가의 작품으로 전 세계 오페라 애호인들과 소통한다면 금세 한국의 오페라의 수준을 알리며 교류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번 공연 이후 오페라 ‘심청’은 2024년부터 이탈리아 볼로냐 오페라극장, 헝가리 소피아국립오페라극장,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극장 등의 부름에 응해 유럽 무대에 선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