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업에는 분수 작업이 많은 범주를 차지하고 있어요. 최근 작업이 성북동 눈이 내리는 장면이고, 이외 10여 년의 과정들이 전시에 포함됩니다.”지난 22일 쇼움갤러리 전시 오프닝에서 만난 유근택 작가가 이같이 말했다.유 작가는 지난해 10월 제22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 환경과 사회문제에서 도출된 주제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재료와 화면으로 한국화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현한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2009년 이후 첫 전시이자, 이인성미술상 수상으로 올 하반기 개최될 대구미술관 대형 기획전에 앞선 전시로 그의 작품 세계관의 변화 과정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유 작가의 역작 20여 점이 전시된다.그는 2000년대 초반 분수 시리즈를 초기작으로, ‘말하는 정원’ 시리즈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분수 시리즈의 시초는 그가 우연히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산책 중 만난 분수가 모티브가 됐다. 평범할 수 있는 작은 연못에서 하염없이 물줄기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조립, 반복, 흩어짐 등의 기법을 통해 드로잉을 해나갔다.특히 최근 분수 작업들은 서양화 같은 느낌을 주지만, 동양적인 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캔버스의 단면에는 종이를 이용한 마티에르(질감)적인 기법을 선사하는데, 이는 종이를 두껍게 쌓아 올리고, 드로잉 한 후 종이를 파손시켜 지워나가면서 층차가 있는 질감을 형성한다.즉 종이가 스며들고 파손되는 등 종이의 물질성이 아닌 ‘물성’을 가지고 동양적인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그는 “물성 자체에서 언어가 형성되게끔 한 것이다”며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장치로, 요즘 시대의 역발상의 논리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숫자와 일상적인 소품으로 개성이 짙은 추상화를 구현해내는 오세열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오 작가는 1960년대 정물과 인물 작업으로 시작한 이래 1970년대에는 세상과 사물을 재현하는 구상에서 벗어난 반추상과 추상을 작업했다.1980년대에는 낙서하듯 벽면을 거칠게 긁어낸 추상을 개척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기호학적인 추상으로 나아갔고, 2000년대부터는 숫자를 바탕으로 기성품을 오브제로 도입한 추상의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유근택, 오세열 작가의 2인전 ‘Seen Unseen–현대미술의 사유’ 전이 오는 6월30일까지 쇼움갤러리(대구 동구 효신로4)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전시 타이틀에 맞게 겉으로 보이는 그림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유의 세계를 끌어내는 추상의 서양화 기법과 동양화 기법을 만나볼 수 있다.일상의 경험을 토대로 해석해 시간과 공간,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시대상을 캔버스 위에 층층이 쌓아 올려 일상성을 다층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김수현 쇼움갤러리 대표는 “코로나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봄을 맞아 상처받은 마음들을 치유하는 염원을 담아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잊혔던 우리의 감성과 추억이 살아나고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문의: 053-745-9890.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