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각계에서 우려 및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도가 있기에 고속도로는 필요하지 않다’,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 등 당시 여론은 싸늘했다. 서울 중심의 언론 논조도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는 대한민국 발전의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20세기에 발생한 일이 21세기에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이번엔 달빛고속철도가 대상이다. 언론, 학계 등 수도권 여론은 대구와 광주를 잇는 철도는 시기상조라고 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일일 통행량, 국토교통부가 2021년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일일 교통량은 2만2천322대,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은 0.483이다. 교통량은 전국 평균(5만2천116대) 대비 43% 수준에 그치고, 편익 역시 처참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이를 바탕으로 거대 언론은 예타 없이 추진하는 내용의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일제히 ‘포퓰리즘’으로 낙인찍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타 면제가 폭주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있다는 것이다.대구와 광주 언론을 제외한 이른바 중앙지들의 비판적 논조에 여야 의원들도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헌정 사상 최다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황당한 일이다. ‘달빛고속철도는 지역균형발전, 동서화합의 이유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야의 도원결의가 무색해졌다. 중앙지의 주장대로 포퓰리즘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뚝심 있게 추진했어야 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의 말대로 법안 내용을 알고, 법안을 발의하고, 반대를 했다면 이중인격자다. 법안 내용도 모르고 발의했다면 자질에 문제가 있다.경부고속도로와 달빛고속철도의 차이점이 있다면, 고속도로는 여야가 나뉘어졌지만 달빛고속철도는 여야가 합심했다는 점이다.달빛고속철도 건설사업의 경제성으로만 따지고 본다면 이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그럼에도 대구시와 광주시가 강력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동서화합,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담겼다.대구와 광주는 대한민국 정치의 희생양이었다. 지역감정을 부추긴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로 양 도시의 교류는 없다시피 했다. 최근에 와서야 달빛동맹을 맺고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시민들의 왕래는 여전히 소원하기만 하다.고속도로 일일 교통량이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발전의 한 축이 됐던 것처럼 달빛고속철도는 양 도시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화합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도시간 왕래가 이뤄지면 시민들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게 된다.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광주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배출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기형적인 정치 구도를 바꿀 수 있다.이런 것들을 간과하고 경제성으로만 접근해 헐뜯기만 하는 행위는 대구와 광주의 지역감정 시즌2를 원하고, 화합 및 지방의 발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 화합이라는 단어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