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높은 백화점에 가보면 간편한 티셔츠 하나에 수십만 원 가격표가 붙어있다. 시장에서 기만 원에 골라잡을 법한 옷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하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오히려 가격을 더 비싸게 매겨야 더 잘 팔린다니 기가 찰 일이다. 굳이 사족을 단다면, 남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옷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하고, 자신의 신분과 지위, 성취를 옷을 통해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하다.경제학에선 베블렌 효과라는 용어로 이와 유사한 현상을 설명한다. 소스타인 베블렌은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과시적 풍선 효과를 베블렌 효과라 이름 붙였다. 이는 옷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 거의 모든 물품에 적용되고 건축물과 도시 심지어 연예인, 정치인 등 사람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간 본성에 뿌리를 둔 까닭에 베블렌 효과의 위력은 광범위하고 강력하다.베블렌 효과를 누리려면 그 물품이나 결과물에 대한 명성과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장기간의 피와 땀을 기반으로 명성과 신뢰가 축적되면 그 위에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이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되면 그다음은 브랜드만 보고 내적인 콘텐츠, 그 실체를 인정한다. 명품 인정받기가 매우 힘들지만 일단 명품 반열에 오르면 브랜드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품질과 품격이 브랜드를 밀어 올리고 브랜드가 다시 그 위상을 올려주기 때문이다.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도 베블렌 효과를 누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박물관, 미술관을 짓고 랜드마크를 만들고자 갖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애를 쓴다. 그렇게 하더라도 명품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한 곳은 드물다. 파리, 바르셀로나, 두바이, 뉴욕, 로마, 싱가포르 정도가 성공한 명품 브랜드 도시다. 명품 브랜드 타이틀을 따면 그 도시를 선망하고 가고 싶어 안달한다. 그런 도시는 활력을 띠고 번창하기 마련이다.대구가 글로벌 도시로 명함을 내밀고 번성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기업 하기 좋은 인프라 조성, 첨단 산업 육성 등 살고 싶고, 가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온 박정희 광장과 박정희 동상 건립 계획은 단연 돋보이는 발상이다. 박정희를 얘기하면 장기집권 독재자라 비난하는 사람, 박정희가 밥 먹여주느냐고 빈정거리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독재자도 아닐뿐더러 이념적인 문제도 아니며 잘하면 밥 먹여줄 수도 있다.박정희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글로벌 위인으로 대구가 명품 브랜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구와의 친연성이 풍부한 만큼 대구가 박정희 브랜드를 최대한 체화하는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구라고 하면 박정희라는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박정희 사업을 선점하고 매진해야 한다. 박정희기념관, 박정희광장, 박정희국제공항, 박정희컨벤션, 박정희동상, 박정희다리 등 얼마든지 박정희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박정희는 이제 이념도 아니고 우상도 아니며 먹고사는 브랜드다. 이리저리 눈치 보며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홍준표 시장의 탁월한 파이팅 정신을 기대한다.오철환 (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장)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