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에서 산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위급 시 주민 강제대피 명령제가 도입되고, 실시간 강우량 등을 반영한 토양 함수량을 토대로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과학적 예보·경보 체계도 운영된다. 산림청은 이 같은 산사태 대응 방안과 함께,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 대상을 전체 산림(1~5등급)으로 확대하고 등급별 관리방안과 대응요령을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 당연히 진작에 도입돼 운영됐어야 할 것들이다. 그랬더라면 이번과 같은 집중호우가 있더라도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다. 늦었지만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고 혹시라도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더 꼼꼼하게 챙겨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경북 북부지역의 피해가 커진 데는 산림청의 소극적인 산림 관리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국토 70%가 산지로, 장마나 태풍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시기인 6~10월 사이에는 산사태 우려가 특히 크다. 특히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성까지 더해져 산사태 발생 빈도나 규모가 시기별, 지역별로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강원도나 그와 인접한 경북 북부에서 이 시기에 산사태 발생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림청의 2022년 전국 산사태 예방 종합대책을 보면 국내 산사태 취역지역은 2만6천923곳인데 이 중 4천832곳이 경북에 있다. 강원도(2천744곳)보다도 1.8배나 많다. 하지만 이번 재난에서 드러났듯이 경북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은 허점투성이였다.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곳 10곳 중 관리지역은 1곳뿐이었고 나머지는 관리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산사태 취약지역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히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시·군에서 산사태 지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산지가 많은 경북 북부에는 사방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경북은 강원도와 달리 사유림이 많아 산간에 밭이나 과수원 등으로 개발된 곳이 많다. 지주들의 반발 등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하천 범람, 산사태 등 각종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20건 넘게 발의만 된 상태로 있다.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법이나 제도 제·개정과 함께,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이행이다. 주민강제대피 명령제나 예보·경보체계 구축 역시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고, 주민들은 스스로 생명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적극 협조해야 한다.박준우 기자 pj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