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소방대원들이 16일 산사태로 인한 매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에서 실종자(2명)을 찾기 위한 수색활동을 하고 있다.“이런 비는 처음 봤다. 흙이 물이 다 돼 감당이 안 됐다”큰 인명피해(사망 18, 실종 9명, 부상 17명/16일 오후 3시 현재)를 낸 예천, 영주, 봉화, 문경 등 경북 북부지역 비 피해는 당국의 일부 사전대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16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북부내륙 지역은 해마다 산불로 인한 재해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호우로 인한 큰 피해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예천은 그동안 크고 작은 재해도 비켜가면서 군과 주민들은 인명피해(사망 9명, 실종 8명)가 속출한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예천은 다섯 마을을 쳤는데 한 동네(효자면 백석리)는 12가구 가운데 4가구가 흙물로 떠내려 갔다”고 심각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산사태 취약지역 주변 마을 피해 커도내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은 예천군·영주시·봉화군·문경시 등 4개 시·군 14개 마을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8개 마을 피해 유형을 산사태로 인한 매몰 인명피해로 119소방본부는 분류했다.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12명으로, 경북지역 사망자의 67%(12명)을 차지할 정도로 이번 피해는 산사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산사태로 인한 실종은 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시·군이 국지성 집중 호우에 따른 산사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정해 관리 중인 도내 산사태 취약지역은 4천958곳으로, 이 가운데 429곳은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지역으로도 지정돼 있다.이번 호우에서는 사망자 2명이 나온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마을이 산림청이 지정·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인 것으로 파악됐다.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예천군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68곳이다. 마을이 떠내려가며 피해를 키운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사망 3명/ 실종 2명)는 지형적으로 산사태 취약지역 4곳에 둘러싸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천면 진평리(실종 1명)는 산사태 취약지역과 640m거리, 은풍면 은산리(실종 3명)와 금곡리(실종 1명) 가운데에는 송월리 산림이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경북도 조현애 환경산림자원국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로 산과 인접한 주택, 농경지로까지 피해가 속출한 만큼 앞으로 취약지역 지정을 좀더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5일 오후 8시30분 호우대처 22개 시군 점검회의에 앞서 119특수구조단을 찾아 인명피해 및 구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전 대피방송·안전문자에도 속수무책예천 등 큰 피해를 입은 4개 시·군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도내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2곳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강수량이 미미했다. 특히 예천 지역 강수량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3일 17.6㎜로 영주(35.1㎜), 문경(24.5㎜), 봉화(24.2㎜), 영양(23.7㎜) 보다 적었다. 그러나 누적강수량 측정 이틀째인 14일 139.3㎜가 내려 문경(150.5㎜) 다음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을 조짐을 보였다.이에 예천군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3일부터 안전문자를 방송하고 14일 오후 3시9분 하천산책로, 등산로 등 위험지역 안전유의 문자를 보냈다. 또 피해가 속출한 지난 15일 오전 1시47분에는 산사태 경보 발령 문자를 안내하며 살림 주변 위험과 즉시 대피를 알렸다. 마을방송 27회, 안전문자발송 12회 등 사전 피해예방을 위해 나름 선제적 대응조치를 했으나 큰 인명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호우주의보 발령단계에서부터 강제대피 명령을 내렸어야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이에 앞서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15일 낙동강홍수통제소가 도내 6개 지점에 홍수특보를 발령하자 주변지역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한 강제대피 행정명령 지시를 내렸다. 실제 홍수경보 6개 지점 주변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계명문화대 소방환경안전과 김명균 교수는 “모든 법 시행에 있어 강제성을 띨때 장·단점이 있지만 자연재해는 선제적인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통 우리나라는 인재가 일어나고 나서 이를 빌미삼아 행정적 강제성을 띈 적극 사례가 많은데 재난안전은 적극적인 조치로 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예천 등지의 인명피해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