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구시민주간을 맞았다. 2017년 시작돼 매년 2월21일부터 2월28일까지 8일간 운영되는 대구시민주간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대구정신을 계승함으로써 대구가 재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고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구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마련된 역사 영역이 눈에 띈다.대구시민의 DNA를 확인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터전이기도 한 대구시민주간의 핵심을 시간대 순으로 나열하면 국채보상운동을 통한 경제적 자주정신, 비밀결사단체인 조선국권회복단 창단을 통한 독립정신, 2.28민주운동을 통한 실천적 민주정신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이 세 가지 정신이 대구시민의 마음과 머리에 각인해야 할 대구정신이다.‘열린 대구, 위대한 대구정신으로’란 슬로건을 내건 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전문기관·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 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 3개 공립박물관은 ‘더 커진 대구야, 역사랑 놀자’, ‘박물관과 함께 대구 역사 아는 날’, ‘열린도시 대구 역사 조명을 위한 학술대회 개최’ 등을 진행한다. 특히 대구의 근대학교와 삼국유사, 일연스님 등에 집중한다.2월21일에는 대구근대역사관 주관으로 ‘근대학교 설립과 변천으로 보는 대구’ 특강을 열었으며, 28일 대구의 근대학교 답사를 진행한다. 23일에는 대구향토역사관 주관으로 ‘삼국유사를 품은 대구’ 특강을 개최하며, 3월13일과 27일 ‘일연과 삼국유사 따라 대구 역사 속으로’ 답사를 두 차례 진행한다. 일연스님의 자취가 남아있는 비슬산 일원과 일연스님이 입적한 군위군 삼국유사면 인각사 등을 답사한다.대구시가 설립한 공립박물관이 대구시민주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들 공립박물관이 대구의 역사를 홍보하고, 도시 관광의 거점으로 활용되며, 시민들이 지역사와 지역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기 때문이다. 공립박물관이 이제야 제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대구문학관을 수탁운영 중인 대구작가콜로퀴엄도 다섯 차례에 걸쳐 ‘열린 강연, 열린 예술’을 진행하면서 근대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였던 대구의 위상을 조명한다. 또 대구교육누리는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서 8개 고등학교 학생회가 동참하는 ‘다시 쓰는 2·28민주운동 결의문 발표대회’를 연다.하지만 자주정신과 민주정신에 비해 독립정신은 아직 제대로 강조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는 159분의 독립유공자가 서훈을 받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1925년 인구 비례로 볼 때 서울의 1.6배, 부산의 3배, 인천의 5배에 이른다. 항일비밀결사단체인 조선국권회복단은 2·28민주운동이 일어나기 45년 전인 1915년 2월28일(음력 1월15일) 결성됐다.구체적으로는 이날 앞산 중턱에 자리한 안일사에서 윤상태, 서상일, 이시영 등 대구 지식인 13명이 시회(詩會)를 가장하고 모여 국권을 되찾기 위한 비밀결사를 서약하면서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를 설치했다. 조선국권회복단은 대구에서 결성된 독립운동단체인데도 ‘조선’이란 이름을 붙여 장차 전국화하려 했으며, 조직도 중앙정부의 내각과 비슷하게 구성했다. 특히 결사대장이란 직책을 둬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벌이기로 했다.조선국권회복단은 같은 해 8월25일(음력 7월15일) 풍기광복단과 합쳐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광복회(일명 대한광복회)로 확대 개편했다. 전국 조직과 만주지부까지 갖춘 광복회는 일본군 습격과 친일파 처단 등 뛰어난 활약으로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며, 만주 무장독립운동의 초석이 됐다. 이 때문에 조선국권회복단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빠질 수 없는 대구의 정신적 자산이다.김상진(칼럼니스트)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