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형, 불안이 초래한 강박, 영상작업디지털 시대 SNS와 검색 엔진,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분별한 이미지와 정보들. 그사이 우리는 괜찮은 정보만을 집중하려 부단히 애쓴다.현대사회는 쏟아지는 정보들에 끼여 개발과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개인의 결과와 성과를 요구하며 집중을 강요한다.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집중을 강요받지만 자연스럽게 비생산적이고 쓸모없는 행동, 무의미한 생각을 스스로 거부한다. 그동안 경쟁을 부추기고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와 관심을 빼앗는 시대에 아무것도 아닌 행위들은 ‘산만함’으로 획일화돼 사회적으로 올바른 집중과 구분되고 부정적으로 가치 절하됐다.현대인들에게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산만함’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는 현대미술특별전이 열린다.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기획팀 관계자는 “전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불안과 피로함을 ‘산만함’으로 극복하고자 한다”며 “여기서 산만함이란 심리학적·병리학적 용어로 정신 교란 상태나 어수선한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영어단어인 ‘디스트랙션(Distraction)’과 연관되는데 집중을 방해하고 주의가 분산되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한편으로 기분 전환 혹은 오락 등 환기적 의미도 지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이어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는 긴밀하게 연결된다”며 “다시 말해 집중력이 느슨해지는 순간에 우리는 ‘멈춤’이나 ‘또 다른 이행’을 통해 정신적 환기와 이완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상덕, 드로잉 시리즈-끝없는 이야기대구문화예술회관이 오는 4월2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6~10전시실에서 올해 첫 기획전시로 현대미술특별전 ‘우리는 원래 산만하다’ 전을 개최한다.대구문화예술회관은 매년 대중성과 전문성을 갖춘 특별전과 초대전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가운데 기획된 올해 첫 전시는 색다른 주제로 소통하고자 한다. ‘집중’과 ‘산만함’에 주목하고, 현대미술을 통해 작가들과 관객들이 다각적으로 사유하는 자리로 이뤄진다.전시는 ‘집중’과 ‘산만함’이 현대사회의 기술과 시스템 속에서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되는 현상을 지적한다. 나아가 강박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무의미하다고 여긴 일상적 행위를 제시한다.먼저 6, 7전시실에서는 집중에 대한 사회·문화·기술적 요구에 따른 강박과 괴리를 갈유라, 김동형, 유장우의 영상 설치 작품으로 살펴본다.8전시실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이미지의 지각에 대한 경계를 김민성과 이윤서의 작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9, 10전시실은 작가 김상덕, 정찬민, 허수빈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와 장면들을 통해 새로운 산만함에 대한 인식을 재고한다.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여덟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집중과 산만함 속 숨겨진 다양한 의미와 관계를 발견하길 바란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잠시 벗어나 사소한 일상적 행위로 자기회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