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의 중견 화가 이강소(62)씨가 미국 뉴욕의 저명한 비영리 화랑인 화이트 박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1998년 국제적으로 활동해온 큐레이터들과 작가들이 설립한 화이트 박스는 맨해튼의 미술 중심지 첼시에서 유일한 비영리 화랑으로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을 비롯해 다양한 성향의 신예와 중견 작가들을 초청, 전시해 명성을 얻고 있다.
화이트 박스가 한국인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1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후원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 회화 7점과 사진 14점, 조각 1점, 비디오 2점 등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추상표현주의가 돋보이는 연작 풍경화 ‘섬에서’와 한국의 시골과 티베트에서 마주친 돌계단과 길, 담벼락 등을 담은 흑백사진 ‘꿈에서’ 연작 등이다. ‘섬에서’는 즉흥적인 붓터치로 몇 개의 구체적 이미지만 그린 절제된 풍경화로 신비롭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술 평론가 일리노어 하트니는 전시 도록에 실린 에세이에서 “한국과 티베트 전원을 배경으로 한 흑백 풍경사진과 회화 작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번 작품전은 독특한 그만의 가치를 조명한다”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이강소의 간결한 그림 속에서는 존재하는 것과 비워진 것이 끊임없는 춤을 추듯 서로 엮여 나간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3일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회화 작업에 사진과 비디오 등 새로운 영역을 접목하는 새로운 실험을 세계 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제대로 평가해줘 이번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경상대학교 교수, 뉴욕주립대학교(얼바니) 객원교수 및 객원예술가 등으로 활동하기도 한 이씨는 1970년대부터 도쿄와 뉴욕, 런던, 파리, 서울 등에서 약 40여 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열며 확고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흔히 모노크롬 회화로 불리는 윤형근, 정창섭, 박서보 등의 세대에 뒤이어 심문섭, 박석원 등과 함께 한국현대미술의 한 특성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