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장
요즘 막말이 단연 화제다. 여야 정당의 총선 후보로 공천받은 사람의 막말 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바람에 이미 공표된 공천 결정이 취소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공천자가 발표되면 인터넷을 통해 신상이 탈탈 털린다. 과거에 한 발언, 출간한 책에 쓴 글, 신문에 발표한 칼럼,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각종 SNS에 올린 글 등을 분석하고 해부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물어뜯고 조리돌림을 한다. 일단 문제가 제기되면 방송과 언론에서 끊임없이 보도되게 마련인데, 당사자가 항복할 때까지 목을 죄는 꼴이다.범죄행위에는 공소시효가 존재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추권이 시효로 소멸하지만, 막말 심판엔 공소시효도 없다. 수십 년이 지난 말과 글이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솟아나 한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우뚝 선다. 그때 그곳의 분위기에 휩싸여 섣불리 내뱉은 말은 물론이고, 철없던 시절에 객기로 한 말이나 농담 삼아 한 말도 봐주지 않는다. 정황증거나 문맥을 보아 그 진의를 알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계속 억지를 부리면 난감하다. 소속 당 후보들에게 폐가 될까 봐 마지못해 정리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그렇다면 막말이 과연 무엇이길래 그처럼 가혹할까. 막말은 막 내뱉는 말이다. 막말은 독설, 악담, 폭언, 험담, 실언, 망언, 헛소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학문적으로 엄격히 정의된 개념도 아니고 그 경계나 강도가 명확히 존재하거나 문제성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은 없다. 그냥 목소리 큰 사람이 거세게 우기고 어필하면 통하는 정도다. 그런 까닭에 문제성 판단기준도 고무줄 잣대이고 처리 결과도 주먹구구에 제멋대로다.학창시절 하숙집에서 들은 돼지흥분제 이야기를 책에 써놓은 걸 두고 엉뚱한 성적 프레임을 씌웠던 사건, 시중에 떠도는 사자조어 ‘이부망천’을 소개했다가 공천 배제된 사건, 세월호 텐트의 성적 문란 행위 발언으로 혹독한 역풍을 맞았던 사건 등이 정치권의 막말 명부에 오른 대표적 사례로 기억된다. 무엇을 근거로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힘든 종류의 응징을 가했는지, 그런 징벌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 그 죄과에 상응하는 벌을 준 것인지, 한번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막말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방송·언론에 낙인이 찍힌다. 5·18의 북한군 개입설을 입에 올린 사람과 난교를 언급한 사람이 경선 결과를 뒤집고 공천 취소되었다. 두 사람 다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이 공교롭다고나 할까.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낳은 해프닝에 불과할 수 있는 일임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창의적 상상을 통제하고 사상과 표현을 제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형평성에 맞지 않은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상대가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쓰레기, 바퀴벌레, 빈대 등이라고 표현한 사람, 형수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을 한 사람이 엄연히 공당의 공천을 받고 있고,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고 보이는, 죄질이 나쁜 범죄 혐의자가 선거판을 설치고 다니는 판에 오래된 과거의 생각이나 상상을 문제 삼아 공천을 취소한 일은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에 맞지도 않다. 다만, 공천이 끝이 아닌 까닭에 희망을 놓지 않는다. 유권자가 공당의 잘못된 판단을 제 자리로 돌려놓길 기대할 따름이다.오철환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