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숙 대구동구보건소 의사 / 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 고문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수 판매가 시작된 것이 30년이 지났다. 대구, 경북의 경우 1991년 3월 14일 낙동강 페놀사태로 물오염의 위험성과 물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을 얻기도 했었지만 깨끗한 물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상점에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수십 종의 생수만 늘어난 것 같아 씁쓸하다.우리 몸의 약 60~70%는 물이다. 물은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 혈액을 통한 영양분과 산소 공급과 노폐물과 가스는 배출, 외부충격으로부터의 보호, 관절의 윤활작용, 피부탄력 유지, 체온조절, 산성도 조절, 혈액량 유지 등의 역할로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체중의 1%의 물이 소실되면 갈증을 느끼고, 10% 소실은 심장병의 위험을 높이며 20% 소실은 사망을 초래하게 된다.이처럼 소중한 물을 안전하게 공급받고 있는 세계 인구의 2/3도 되지 않는다. 지구 표면의 71%가 물이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0.0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세기의 전쟁은 석유쟁탈전으로 시작되었으나 21세기의 전쟁은 깨끗한 물 쟁탈전이 될 것이다”라고 예견하였고 물은 이제 블루골드라고 불리워지며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지난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깨끗한 물의 공급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UN이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다가 1992년 환경문제해결을 위한 세계 정상들의 모임이었던 리우회담을 계기로 93년부터 매년 물의 날을 기념하게 되었다.올해의 물의 날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변하고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가속화되고 오염과 과소비로 전 세계가 깨끗하고 접근 가능한 물의 이용을 위협당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현재 153개국이 수자원을 공유하고 있지만 24개국만이 공유수역에 대한 협력 협정에 가입했기에 공유수역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모든 국가들이 유엔 물 협약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였다.깨끗한 물을 위한 국가간의 노력과 함께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기에 물발자국 줄이기를 소개한다. 물발자국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원료 취득-제조-유통-사용-폐기’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과 물과 관련된 잠재적 환경영향을 정량화한 것‘이다. 1990년대 영국의 앨렌(Tony Allan) 교수가 일정량의 농산물, 축산물, 공산품과 같은 생산품 혹은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물의 양을 의미하는 가상수(virtual water, 눈에 보이지 않는 물)를 언급했고, 2002년 호엑스트라(Arjen Y. Hoekstra) 교수가 물의 이력을 추가하여 사용되었다.예를 들어 1톤의 밀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은 1,000톤이므로 만일 1톤의 밀을 수입했다면 1,000톤의 물을 수입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낮아서 가상수 수입이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내셔날지오그래피에 따르면 95%의 물 발자국은 우리가 먹는 음식, 사용하는 에너지, 활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 속에 있다고 했다. 한 잔의 커피는 140L, 사과 1개는 210L, 달걀 1개는 200L, 돼지고기 1kg은 4,800L, 스테이크 100g은 1,550L의 물을 함께 마신 셈이다. 티셔츠 한 장은 평균 2,500L, 청바지 1벌은 9,000L의 물이 사용되며 에너지 생산과 자동차 등 공산품 생산에도 엄청난 물이 사용된다.이제부터는 효과적인 물 사랑 운동을 위해 양치질 컵을 이용하고 비누 거품을 낼 동안 수돗물을 잠그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탄소발자국과 함께 물발자국에 대해 이해하여 육류소비는 줄이고, 음식은 남기지 말고,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고, 물건은 아껴쓰고, 에너지를 아끼는 노력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겠다.인간은 깨끗한 물 없이는 4일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이며 지구상에는 물을 대체 가능할 물질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여 우리모두 물발자국 줄이기 실천으로 깨끗한 물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