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꽃소년 박노해 지음/느린걸음/256쪽/1만8천 원 박노해 시인이 이번에는 ‘소년’의 얼굴로 돌아왔다. 엄혹했던 독재 시절, 시퍼렇게 살아있는 시어로 시대와 영혼을 뒤흔든 시인. 노동운동가와 민주화투사로 사형을 구형받고 감옥 독방에 갇혔던 혁명가. 가난과 분쟁의 지구마을 아이들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친구. 젊은이들에게는 길 잃은 시대에 빛을 찾아 걸어가는 어른이 되어준 박노해 시인. 독자들이 그에게 가장 많이 건넨 질문은 이것이었다. “무슨 힘으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나요?” 그는 답한다. “내 모든 것은 ‘눈물꽃 소년’에서 시작됐다”고. 박노해 시인의 첫 자전수필 ‘눈물꽃 소년’은 그가 처음으로 전하는 ‘내 어린 날의 이야기’이다. 남도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 자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평이’라고 불리던 소년시절의 성장기이다. 어두웠고 가난했고 슬픔이 많았던 시절, 그러나 ‘내 마음에는 어둠이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응축된 시어가 아닌 생생한 산문의 ‘눈물꽃 소년’은 곱고도 맛깔스러운 사투리가 정감 어린 글맛을 선사한다. 다독다독 등을 쓸어주는 엄니의 손길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이 작은 아이가 웃음과 눈물로 우리의 마음을 휘젓는다.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한 문장 사이로 그가 뛰놀던 산과 들과 바다가 펼쳐지고, 계절 따라 진달래 해당화 동백꽃 향기가 스며오고, 흙 마당과 마을 골목, 학교와 장터, 작은 공소와 그를 키운 풍경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려진다. 33편의 글마다 수록된 삽화는 박노해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그림으로, 글의 풍경 사이를 여행하는 듯 따스함과 아련함을 더한다. 무엇이 한 인간을 빚어내는지, 부모와 아이, 스승과 제자, 이웃과 친구는 어떠해야 하는지, 오늘의 나를 만든 순간들은 무엇인지,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눈물꽃 소년’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중히 돌아보게 한다. 읽고 나면 마음의 힘과 영혼의 키가 훌쩍 자라날 ‘소년 평이’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