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국제오픈태권도대회 성공 개최 소규모 도농복합도시 영천시에서 국제적 규모의 체육대회가 열렸다.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져버렸다. 주관했던 사람들도 놀라고, 시민들도 놀라고, 참가한 세계선수들도 놀라버렸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국제대회를 유치하다니”라는 것이 참석한 사람들의 하나같은 반응이었다.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주최국 남아공에서도 선수들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150여명의 선수들이 대거 참관했다.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맥시코에서도 캄보디아, 아프리카의 크고 작은 나라에서 44개 국가 대표선수들이 참석했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별의 도시 영천에서 벌어진 국제오픈태권도대회의 배경과 재미있는 뒷말을 소개한다.
△제1회 국제오픈태권도대회
7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영천실내체육관에서 44개 국가 2천500여명의 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국제오픈태권도대회가 열렸다. 아무도 세계단위 체육대회를 작은 도시 영천에서 개최하게 될 줄을 생각하지 못했다.
영천시는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발빠르게 대회를 준비해 성공적인 대회로 마무리 했다. 조직위원회와 새마을체육과 직원들이 세심하게 대회를 준비했지만 세계 각국가에서 흑인과 백인, 크고 작은 외국인들이 20명씩, 50명씩 무리지어 산발적으로 영천으로 들이닥치자 당황했다.
그러나 미리 숙박업소를 선수단 규모와 임원진들의 성향에 대해 파악하고 준비해둔대로 움직여 참가 선수들이 대부분 만족스런 표정으로 경기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리비아 선수들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시합 10일을 앞두고 도착해 훈련에 돌입했다. 축구 강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스위스 선수들도 속속 입국했다. 또 월드컵이 열리고 있던 남아공에서도 짐을 싸들고 들어왔다. 멕시코, 인도,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미얀마, 싱가폴, 브루나이, 페루, 칠레, 쿠바, 호주, 시리아, 뉴질랜드에서 선수들이 제각각의 색상의 옷을 입고 참가했다. 이웃 중국과 영원한 우방 미국에서도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 네팔, 아제르바이잔, 홍콩, 엘살바도르, 이디오피아. 튀니지, 독일, 그리스, 러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폴란드, 레소토, 스코틀랜드 등의 생소한 이름의 국가에서도 태권도복을 같이 갖춰입고 출전했다. 6.25 참전국 터키와 벨기에, 태국 등에서도 환영을 받으며 출전했다. 일본과 베트남에서도 선수들이 출전해 시종 함께 경기에 열중했다.
이번 경기의 백미는 경기진행 방식이었다. 3인조와 5인조 단체전 방식으로 국제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경기다. 10분간의 경기에서 주장이 상대방 선수를 지명해서 싸우는 3인조, 번갈아 터치 방식으로 선수를 교대로 투입시켜 무한정 대련을 펼치는 5인조 단체전.
대한태권도협회와 세계태권도협회에서도 이번 경기방식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태권도 경기가 흥미가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한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시합에 많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전국체전은 물론 세계 태권도 대회에도 이러한 방식이 도입될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이러한 경기방식으로 치러진 시범경기에서 일본 국가대표선수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당해 본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지만 모두 만족스런 표정으로 “다음 대회에 꼭 참여하고 싶다”면서 대회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윤종욱 대회조직위사무총장은 “영천의 붙박이 국제오픈태권도대회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지역태권도 발전은 물론 세계태권도 성장의 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태권도가 영천지역의 스포츠마케팅 최전방에서 경제활성화에도 큰 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제오픈태권도대회 배경
겨우 10만 인구의 적은 도농복합도시 영천에서 국제규모 대회가 열린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영천은 숙박시설 등의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태권도 전용경기장인 최무선관과 실내체육관, 생활체육회관 등이 마현산 동산에 함께 위치해 있어 경기를 진행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북태권도협회 사무실이 영천에 위치해 있으면서 윤종욱 감독과 같은 태권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광적인 태권도인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 또 큰 태권인프라로 손꼽힌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영천시청 남녀태권도 실업팀이다. 기초자치단체가 남녀 실업팀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곳은 영천이 유일하다. 그냥 이름만 가진 실업팀이 아니라 전국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비롯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지역을 대표하는 홍보팀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김영석 영천시장도 태권도 3단의 유단자로 체육인이면서 스포츠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국제대회에 대한 욕심과 뒷받침이 돼 대회유치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공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 지사가 영천에 국제태권도대회를 유치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 지사가 외자 유치와 기업유치를 위해 미국에서 동분서주 할 때 어려움에 직면해 고민에 빠졌다. 그 때 미국 현지 한국인 태권도인들이 조직적으로 나서 거들었다. 김 지사는 체육인들을 통한 기업유치 활동에 상당한 활력을 얻었다.
이로 인해 국제태권도대회 유치에 적극 힘을 실어 주게 된 배경이 있다.
윤종욱 총장이 “급하게 대회추진 계획서를 만들어 보고했는데 지사님께서 흔쾌하게 예산확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면서 바로 추진하라고 힘을 보태주시는 바람에 용기를 내어 대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다 2009년 영천에서 열린 한국실업태권도연맹전에서 김태일 연맹회장이 김영석 시장에게 국제대회유치를 권유했다. 당시 연맹전을 참관하게 된 김관용 지사도 이 말을 듣고 세계대회 유치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협의하게 되면서 영천의 국제오픈태권도대회 싹이 트게 됐다.
△이런 일 저런 일
44개국가에서 3천여명의 선수와 임원들이 모이다 보니 이런 일 저런 일,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대회를 빛나게 한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커피와 음료에서부터 길 안내는 물론 대회일정표와 대회복 입는 것까지 일일이 자원봉사자들이 거들었다.
한 나라 선수들의 도복을 세탁해주고 친절한(?) 자원봉사자가 직접 다림질을 하면서 실수를 저질렀다. 저소득 국가이다 보니 도복재질이 나일론으로 만들어져 다리미에 눌러 붙어버린 것. 자원봉사자들도 당황했지만 바로 대회에 출전해야할 선수들은 울상이 됐다. 딱한 사정을 들은 별빛봉사회 등에서 선수들을 위해 도복 10여벌을 선물해 미담사례가 됐다.
이에 더해 (주)동욱 한약재사 이종욱 대표는 대회기간동안 선수들의 이송에 도움을 주면서 ‘옴니허브’ 한방진료실을 운영해 침술과 수지침 등으로 환영을 받는 한편 경옥고와 공진단 등의 약재까지 공급해 임원진들로부터 크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격파경기에 76세의 박재옥 노인이 참여해 손날로 대리석 10장, 주먹으로 또 10장을 격파해 특별상을 받으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뉴질랜드 대표선수는 팔 골절상을 입고, 일본의 히꾸찌 대표선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발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으나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대회장을 찾아 응원도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하면서 오히려 대회 관계자들을 위로하면서 대회운영이 훌륭하다는 격찬과 함께 다음대회에 꼭 참석하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아프리카 튀니지 선수들은 남아공월드컵 여파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입국이 늦어지는 바람에 개인전은 참가하지 못하고 단체전에 출전해 우의를 다졌다.
윤종욱 조직위 사무총장은 “관련공무원들은 물론 권용재 사무국장과 최평환, 조영순씨 등 관계자들이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봉사해주어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하고 “생체협 사무실과 경북유도회 회의실, 탁구협회, 체육사업소, 체육관과 생활체육회관 등의 관계자들이 적극 대회진행에 도움을 주어 무사히 행사를 치를수 있었다”면서 두루 인사말을 전했다.
영천=강시일기자 kangs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