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 위한 관심, 실천에 옮겨야” ▲천주교 대구대교구 10대 교구장의 중책을 맡아 앞으로의 교구 운영계획은?
-하느님께서 왜 저처럼 부족한 사람에게 이런 무거운 직무를 맡기셨는지 알 수 없지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여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우선 교구 100주년이 당장 큰일이고 이를 통해 대구대교구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100주년의 참뜻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대구교구 설정 100주년이 한국 천주교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교구 100주년은 1911년 교황 비오 10세께서 조선 남부 지역에 교구를 설정하신 지 올해로 100년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교구의 본부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 교구의 이름이 정해지는데, 당시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 일부를 관할하던 조선 남방 교구가 대구에 그 본부를 두게 되었기 때문에 대구교구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의 시작은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것으로부터입니다. 성직자나 선교사가 들어와 천주교를 퍼Em린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죠. 1831년에 비로소 한반도 전체를 관할하는 조선교구가 설정됩니다. 그로부터 80년 후인 1911년에, 신자 수도 많아지고 관할 지역이 너무 넓어 분할해야 할 필요를 느낌에 따라 당시 조선 교구장이었던 뮈텔 주교님께서 교황님께 교구 분할을 청하게 됩니다. 교황님께서 이를 받아들여 1911년 4월 8일 조선교구를 서울교구와 대구교구로 분할하셨습니다. 이게 대구교구의 시작입니다. 서울교구는 조선교구를 잇는 것으로 보니까, 단일 교구가 한국에서 100주년을 맞는 것은 이번 대구대교구의 100주년이 처음이 되는 셈입니다.
▲대구교구 100주년을 맞아 3가지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소개한다면?
-100주년 3대 기념사업은 제2차 교구 시노드와 100주년 기념 성전 건립, 그리고 교구 100년 역사의 편찬입니다. 기념성전 건립은 지금 대구교구의 주교좌성당인 계산성당이 신자 수나 사제 수가 많아짐에 따라 협소해져서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성당이 필요한데, 100주년을 기념하는 성당을 지어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희망의 표지로 삼으려는 것입니다.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서 건립을 추진해 지금 설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구 역사를 편찬하는 사업은 지난 100년의 대구교구 역사를 통사와 화보집, 연대표, 그리고 지역 본당의 역사로 나누어 정리하고 출간하는 사업입니다. 교구 100주년이 단순히 축하 행사로만 끝나지 않도록, 이런 사업들을 통해 그동안 받은 은혜에 감사를 드리고 또 앞으로 다가올 100년을 준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구대교구에서 저소득층가구와 다문화가정 돕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대구대교구에서는 100주년을 맞아 생명사랑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생명운동이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알리고 깨우치는 홍보활동이고, 생명나눔운동은 장기기증, 헌혈과 같은 활동을 통해 내 생명을 이웃과 나누는 일을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사랑나눔운동은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사는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운동입니다. 말씀하신 저소득층가구와 다문화가정 돕기 사업은 사랑나눔운동의 일부입니다. 한끼 100원 봉헌하기, 헌 옷 모으기 등을 통해 성금을 모으고 있으며, 어려운 형편에 계신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구대교구는 시초부터 사회복지에 큰 역점을 두어 온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100주년 3대 기념사업 중 하나인 제2차 교구시노드의 주제 중 하나도, 바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입니다. 물질적인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이웃을 향한 관심,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끼는 배려의 마음이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 좋은 전통을 이어받고 또 부족하거나 잘못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고쳐서, 이웃 사랑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신앙인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구대교구 성직자들이 장기기증운동과 해외아동 1:1결연사업을 펼치고 있다는데?
-장기기증운동과 해외아동 1:1 결연사업 역시 생명사랑나눔 운동의 일환이고, 성직자들뿐 아니라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동참하여 벌이고 있는 신앙실천운동입니다. 성직자들이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또 많은 신부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은 최근 서약을 한 사람이 대구대교구 내에서 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감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아름다운 모범을 남기셨는데, 그 덕택에 자기 신체 일부를 비록 사후라 할지라도 남을 위해 내어놓는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아동 1:1 결연사업은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사업인데, 얼굴과 이름을 서로 알고 연락이 오가면서 정을 나누는 것이 물질적인 도움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으면서 말로만 사랑을 외치는 것은 아무 뜻이 없습니다. 신앙인들이 이웃을 위해 자기를 내놓는 일에 앞장을 서고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훌륭한 신앙의 가르침이 빛을 잃고 맙니다.
▲대구일보 독자를 위해 들려주고 싶은 말은.
-아마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를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 삶에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이분들이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바쳐서 하는 사랑, 자기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줄 줄 아는 사랑이, 불안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는 비결입니다. 많이 가지고 누리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사는 것이 힘들고 팍팍할수록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것이 행복입니다. 이것이 말만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틀림없습니다만, 내 힘만으로는 되지 않기에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기도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므로, 우리가 바로 살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힘을 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