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이차전지 소재 원료, 전구체와 양극재·음극재 동시 생산 밸류체인 구축||지난해 8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 쾌거||오는 2030년 양극재 100만t, 매출액 70조, 고용 창출 1만5천 명 목표||독일 강소기업들과 프랑스 언론사 등 포항 방문…배터리 기술력 높이 평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차전지’는 새로운 석유로 불린다.‘배터리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철강으로 한국 산업화를 주도한 포항시가 이차전지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포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리사이클링 및 원료, 전구체와 양극재·음극재를 동시 생산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도시다.기술·인프라·인력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특히 지난해 8월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 일반산업단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되면서 이차전지 산업 육성에 날개를 달게 됐다.포항시는 특화단지 선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생산 100만t, 매출액 70조 원, 고용 창출 인원 1만5천명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특화단지 육성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23조3천억 원, 부가가치 유발 9조5천억 원, 고용 창출 1만5천 명을 전망하고 있다.포항의 산업구조 다변화 성공사례는 해외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지난해 9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강소기업들로 꾸려진 경제사절단이 포항을 찾아 에코프로 포항 캠퍼스를 둘러봤다.당시 경제사절단은 배터리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개척한 포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이어 12월에는 프랑스 유력 경제지인 레제코가 포항 현지 취재를 통해 ‘강철에서 배터리로, 한반도 됭케르크의 빠른 성공’ 제하의 기사를 보도할 만큼 포항은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 글로벌 경쟁력포항은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생태계 구축, 세계 최고 수준 R&D 인프라와 전문 인력 및 글로벌 물류 인프라 확보, 대규모 기업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와 결실을 거두고 있다.포항은 국내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이차전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2021년 말 전국 최초로 ‘이차전지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이듬해 지자체로는 가장 먼저 배터리 기업 지원 전담부서도 신설했다.2016년 에코프로 유치를 시작으로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우수 특구로 평가된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 특구 지정(2019년),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 준공(2021년),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2023년) 등의 인프라를 구축했다.또한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인라인 자동평가센터 등 1천억 원 규모의 미래 산업 육성·지원을 위한 다양한 국책 사업을 유치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포항시는 이차전지의 가격과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야에서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는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33%로 전망된다.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양극재 수요 대응 능력에 이차전지 산업 국가 경쟁력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포항의 양극재 경쟁력은 우리나라 이차전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포항의 양극재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20여만t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앞으로 포항에 소재한 이차전지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과 대규모 투자로 2030년까지 포항은 연간 양극재 약 100만t 생산이 가능해 연간 매출액이 7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이는 전기차 1천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분량으로, 여기에 리튬, 전구체, 음극재 등의 원료·소재 생산량까지 더하면 총생산량은 200만t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포항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전 분야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도시로 전구체, 리튬, 리사이클링 등 원료·소재 생산 생태계도 탄탄히 구축해 글로벌 양극재 기술격차 확보와 소재 공급망 국산화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는다.무엇보다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산업은 ‘속도 경쟁’이 핵심인데 적시 투자와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성패가 결정된다.포항은 이미 이차전지 소재기업 집적화와 대규모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관련 분야 기술이 이미 상용화를 넘어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이차전지 산업 성숙도가 가장 높다.포항의 또 다른 강점은 기업의 성장에 적합한 우수한 R&D 인프라와 산학연 연계 산업 생태계를 갖춘 점이다.포스텍, 가속기연구소,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등 연구기관과 연구개발 실증기관이 밀집해 이차전지 분야 연구와 기술개발을 지원할 풍부한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차전지 앵커기업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포항에는 글로벌 양극재 제조 기업인 에코프로,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원료 및 소재 제조사, 리사이클링 기업 등이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자리를 잡았다.이차전지 소재 생산 전주기 밸류체인(가치사슬)이 구축된 국내 유일의 도시인 포항은 오는 2027년까지 확정된 투자금액만 25개 사 14조 원에 달한다.영일만 산단에 1조5천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재 밸류체인인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를 구축한 에코프로는 1조7천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위한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또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확장을 위해 블루밸리 국가산단에는 약 3조 원 규모의 에코프로 제2캠퍼스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포스코퓨처엠도 포항에 대규모 투자와 증설을 단행하고 있다.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음극재 공장을 가동 중인 포스코퓨처엠은 총 2조5천억 원을 투자해 올해 하반기까지 2단계 공장을 추가 건립하는 한편 영일만 산단에는 총 3조 원 규모의 양극재 생산 공장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완공 중에 있다. ◆(박스) 이강덕 포항시장이차전지 분야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후속사업인 ‘배터리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이다.글로벌 혁신특구는 첨단분야 제품과 기술 개발을 위해 규제부터 실증, 인증, 허가, 보험까지 ‘원스톱’ 체계를 구축해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돕는다.규제자유특구가 대규모 기업투자 유치와 산단 활성화에 집중됐다면, 혁신특구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이 시장은 2014년 취임 직후부터 철강에 치우쳐진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 지역 경제 근간을 튼튼하게 할 미래 신산업으로 이차전지를 점찍었다.선제적으로 이차전지 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 시장은 “이차전지는 ‘탄소 중립’, ‘에너지 대전환’ 등 글로벌 산업 트렌드 변혁에 따라 향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이후에도 한발 앞서 기반 구축과 기업 유치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현재 다른 어느 도시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이 시장은 특히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면서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양극재 수요 대응 능력에 따라 국가별 이차전지 경쟁력이 판가름난다”고 분석했다.이 시장은 “미국은 10년 뒤에는 신차 3대 중 2대를 전기차로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패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이라며 “이렇듯 중요한 시기에 포항은 미래를 내다보고 특화단지 선정에 이어 ‘이차전지 글로벌 혁신특구’, ‘이차전지산업 진흥원’ 등을 지속 추진해 초격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 시장은 “지난 반세기 쇳물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이차전지 산업을 제대로 육성해 제철보국에 이어 전지보국 실현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