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업선 역 추가…주민 편의 높여야

대구산업철도의 역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서명 운동과 캠페인에 나서는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대구산업선에 두 곳의 역을 추가하자니 사업비 부담이 큰 데다 자칫 철도 운영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 난감해하고 있다. 거기다가 정치·경제계까지 가세,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서대구 역~대구국가산업단지 간 길이 34.2㎞의 대구산업선 철도는 2027년 완공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3천105억 원으로 7개 역이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산업선의 기본 윤곽이 나오자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들이 호림 역사 설치를 요구하며 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달성군은 서재·세천 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전액 국비사업인 때문에 역 추가 건설 등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두 곳의 역을 추가하면 사업비가 1천600억 원가량 늘어나 사업 적정성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업 기간도 늘어나 대구시의 교통운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게다가 국토부는 사업비 증가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엔 지역주민의 반발이 심해 속만 앓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치·경제계까지 나서 역 신설을 요구하면서 대구시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신설 역 추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유다.대구시는 대구산업철도 건설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대구국가산단 활성화와 대구 서부권 개발 촉진 및 주민 편의 도모라는 사업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역을 설치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 해소는 영영 물 건너 간다. 철도 개통 후 역을 추가 설치하려면 힘도 들뿐더러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대구산업철도는 당초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렵게 되자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역사 수도 조정하고 노선 길이도 짧게 한 저간의 사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예타 면제 사업에 선정되면서 큰 벽을 넘을 수 있었다. 기왕에 철도를 건설하려면 필요한 곳에는 역을 설치하는 것이 맞다. 일각에서는 2개 역을 한꺼번에 추가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서재·세천 역만이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하지만 대구시는 국토부와 협의, 2개 역 추가 설치를 관철시켜야 한다. 상대적 교통 낙후지역인 이들 지역의 주민 편의 개선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대구시의 역량을 기대한다.

소설, 허구와 진실의 교차점

김시욱에녹 원장소설이나 영화를 허구의 세계라 일컫는다. 다른 말로 픽션이라는 영어로 표현하기도 하다. 이에 반하는 의미로 논-픽션은 ‘실재’ 혹은 진실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접근하면 소설이 곧 허구(fiction)라는 등식은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 있다. 픽션은 소설의 서사, 곧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기법의 문제이다. 시대적 배경과 장소적 배경 등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들이 적지 않은 점을 볼 때, 소설을 단순히 허구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스토리 전개를 구성하는 서사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 그 구분은 더더욱 어려워진다.최근 현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과거 군복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원에게 ‘소설쓰시네’라고 말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물며 소설가협회가 추미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웃픈(?) 현실이 일어났다. 더 재미난 사실은 ‘거짓말’과 ‘허구’의 개념을 정리해 학술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소설가협회에 대한 사과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지난 14일 추미애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과의 말 중 일부를 옮기면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그렇게 나가버렸다. 그런 말씀 드리게 돼 상당히 죄송하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독백과 방백이라는 드라마적 용어는 엄격히 구분되는 입장이다 보니 추미애 장관의 말은 드라마 협회서 다시금 학술적으로 정리해 주리라 믿는다.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비틀어서 보기(looking awry)라는 단어를 차용해 보면 아마도 인문학 관련 협회 전체에서 추천 도서와 영화를 권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희화화’된 염려와 걱정이 일어난다.추미애 장관 옹호자들 입장에서 말하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라는 말처럼 본인이 항변하고자 한 진의는 짐작된다. 야당 의원이 제기하는 자신의 아들의 군복무 문제가 ‘거짓말’ 혹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이 분명한 듯하다. 참으로 재미난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소설’이라던 내용들이 진실로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탁이었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후 논할 문제라 하더라도 보좌관과 추미애 장관 부부 중 한명이 국방부에 전화했다는 사실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휴가연장이 정당한 국방부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느냐는 부분은 더없이 예민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장관 측은 위법한 부분은 없고 충분한 이해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빠’라고 불리는 극성 지지층은 잘못된 과정이나 불법적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야당과 검찰측 시나리오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황희 국회의원은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씨의 군복무 특혜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과 사진을 SNS에 올리고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 그리고 배후세력을 등에 업은 ‘국정농단’이라는 막말을 내뱉고 있다. 국방부의 입장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의 설명을 요약하면 ‘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을 토대로 ‘민간 병원에서 입원이 아닌 치료를 받은 서씨는 군 병원 요양심의를 거치지 않고 청원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휘관의 전화로도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또다시 ’편 가르기‘의 문제가 된 예민한 현직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일임에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정말 한편의 소설이 2020년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음이다. 눈과 귀가 열려 있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소설가 협회마저 비난해 온 ‘소설 쓰기’가 전개되고 있다.흔히 ‘확증편향’을 가진 자들은 자기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된 정보와 사실만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조직된 행태로 표출될 때 ‘빠’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자신들이 아닌 타인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된다. 전직 대통령을 옹호하던 ‘노빠’ ‘박빠’ 그리고 ‘문빠’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이들은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절대 옹호세력인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은 단어에서 보듯 스스로 그러한 성향을 인정하고 있다. ‘내가 조국이다’ ‘내가 추미애다’라는 캠페인 또한 이와 유사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소설을 구성해 가는 허구라는 장치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을 독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소설쓰기’에 ‘빠’가 아닌 진정한 대다수 국민이 ‘이게 나라냐’ ‘나라가 니꺼냐’며 거리로 나설까 두렵다. 코로나 정국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어머니 설법/ 하순희

내 몸에 상처진 것들 뜨락에 꽃으로 핀다/ 발목 걸고 넘어지던 무수한 일들도/ 생명을 실어 나르는 나뭇가지 물관이 되어// “한 세상 살다 보믄 상처도 꽃인 기라/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기라/ 세상일 어려븐 것이 니 꽃피게 하는 기라// 그라모 니도 므르게 다아 나사서/ 더 께져 아물어진 헌디가 보일기다/ 마당가 매화꽃처럼 웃을 날이 있을 기다”「종가의 불빛」(2019, 고요아침)하순희 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1989년 ‘시조문학’지에 추천완료, 19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별 하나를 기다리며」 「종가의 불빛」 동시조집 「잘한다잘한다 정말」과 시조선집 「적멸을 꿈꾸며」(현대시조 100인선 90번, 태학사, 2004) 등이 있다.‘어머니 설법’에서 애틋하고 애절한 어머니의 사랑을 읽는다. 내 몸에 상처진 것들이 뜨락에 꽃으로 피는 것을 보면서 발목 걸어 넘어지던 무수한 일들도 생명을 실어 나르는 나뭇가지의 물관이 되는 것을 느꺼워한다. 이어서 어머니의 말씀이 한 세상 살다 보믄 상처도 꽃이며, 이 앙다물고 견뎌내몬 다 지나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세상일 어려븐 것조차도 니 꽃피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이른다. 그라모 니도 모르게 다아 나아서 더 께져 아물어진 헌디가 보일 것이라면서 마당가 매화꽃처럼 웃을 날이 다가오리라고 조언한다. 어머니의 육성을 들려주듯 구어체로 생생하게 진술함으로써 정감을 더할 뿐만 아니라 적잖은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그의 다른 작품 ‘어머니의 유산’ 역시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아흔 셋 길 떠나신 초계 정씨 내 어머니는 자 하나 가위 하나 버선 한 켤레로 남으셨지만, 그 가르침 즉 바르게 선하게 살아라 그른 길은 자르거라, 라는 말에서 보듯 단정하면서 단호하신 데가 있는 분이었다. 자나 가위가 그냥 남겨진 것이 아님을 엿본다. 그리고 차운 발을 데우는 버선처럼 살거라, 라는 말씀이 떠올라 꽃다지 피는 봄날 여린 쑥을 캐면서 바람결에 날아서 오는 환청 같은 그리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하여 떨어지는 꽃그늘로 더디 오는 후회 앞에 나뭇가지 적시며 빗줄기에 스미는 청매화 향기로라도 가닿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긴 여운을 안긴다.또 한 편 어머니에 관한 글 ‘조장’은 더욱 간절하다. 마음 쓸쓸히 헐벗은 날 그 목소리 들린다면서 잘 있제 잘 하제, 라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그래서 푸른 울타리로 살거라, 라는 말씀이 큰 울림을 준다. 내 죽으믄 무덤 만들지 말고 말짱 태워서 곱게 가루 내어 찹쌀밥 고루 버무려 새한테 주거라, 라는 마지막 부탁은 실로 애절하다. 말짱 태우는 일은 자식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다하고자 한다. 참으로 숭고하다. 이렇듯 숙연한 날 때 없이 헛헛해 오는 저린 손을 비비면 바람소리 물소리 선연한 풍경소리 가운데 깊은 뜻 새소리로 남아 젖은 길을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신석기시대, 북방계 민족이 사용하던 토기로 그릇 표면에 빗살과 같은 무늬를 새겨 넣었고 밑바닥은 대개 둥글거나 뾰족하게 만든 토기를 보며 상상력을 작동한 ‘즐문토기’에서 그 당시 도공이 마디마디 각인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새로이 잎을 내는 맥문동 여린 꽃대에 내리며 녹아버리는 흰 눈발에서 시의 화자는 영혼을 흔드는 무늬를 본다.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여러 문양을 아로새겨간다. 어떤 무늬가 우리 속에 수놓이고 있는지는 모를 테지만, 언제 불러도 늘 부르고 싶은 어머니를 한 번씩 마음 속 깊이 울먹울먹 부르면서…. 이정환(시조 시인)

대한민국 남자의 군대 이야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017년 군 복무 시절 휴가미귀 연장 특혜 의혹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현직 법무부장관 아들의 이야기이고 그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에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데서 국민들의 의심이 분노로 확산되고 있는 판이다. 추 장관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의 딸 문제와 달리 이번 사건은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생긴 일이어서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크다.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 군대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군대다. 대권 문 앞에서 두 번이나 주저앉은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그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해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의 처지도 그렇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대 문제로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 걸었고 더러는 감옥을 대신 택하기도 했다. 멀쩡한 신체에 메스를 들이대고 희한한 병을 만들기도 하는 운동선수들도 젊음을 군대에서 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짜낸 비책들이었다. 어떤 연예인은 현역 입대를 대단한 이벤트로 만들기도 했다. 군대 문제는 그렇게 민감하다.추 장관도 그런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 그래서 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군대에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 군대란 것이 카투사다. 현역 보직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은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안다. 카투사란. 아무나 갈 수 있는 부대가 아니다. 이미 그 부대에 갔다는 자체만으로도 특혜라고 보통 군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대에 갔다. 이건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사과했지만 편한 부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의 카투사 현역들이나 제대병들이 들고 일어나더라도 그들이 일반 병과의 보병이나 포병 또는 기갑 같은 전투부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 군대에서 휴가를 갔다가 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무릎 수술을 했고 외래 진료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거다. 사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은 궁금증을 넘어 비난을 받고도 남는다. 10일간 병가 뒤 부대 복귀 않고 다시 9일간 병가를 연장한 휴가병은 이번에는 본인 복귀 대신에 상급 부대 대위가 와서 휴가처리 하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하루 뒤에. 그것은 당시 추 장관 아들의 부대 생활이 얼마나 황제 특권을 누렸으며 동료 병사들에게는 또 얼마나 위화감을 주었던가를 가늠하게 만드는 것이다.검찰은 처음 의혹이 제기된 뒤 9개월 넘게 수사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의 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불거졌던 추 장관에 대한 이미지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새삼 불거지기도 했다. 아들 휴가 연장 전화에 대해 여전히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한다.“나는 하지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다. 보좌관이 했는지는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남편이 했는지는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예전의 ‘소설 쓰시네’에서는 한 발 물러났지만 국회에서 쏟아지는 질문에는 ‘증거를 대라’ ‘검찰 수사냐, 국회 대정부질문이냐’고 응수했다.추 장관은 억울해 한다. 판사 출신으로 5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였던 그에게 아들의 군 문제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에 받는 공인의 상대적 불이익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아들의 군 복무 당시 황제 휴가 처리는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겐 여당 대표인 엄마 찬스를 활용한 특혜다. 공익제보한 당직사병과 당시 지원단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그의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은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다. 여전히 그의 자세에는 잘못한 것이 없다. 법률적 잘못이야 법에서 가릴 것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들에게 지워진 멍에는 형사법적 죄만이 아니다. 국민 정서법은 공인에 대한 자질에 품위까지 요구한다.남편을 등판시키면서까지 아들을 구해야 하겠다는 추 장관의 모정은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를 얻는 수준에 미쳤는지는 여전히 의문표다.

법인택시 기사, 재난지원금 지급방안 찾아야

정부의 2차 긴급 재난지원금 대상에 개인택시는 포함됐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이 제외돼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제외하느냐”며 전국적 차량 시위 등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법인택시 기사들이 제외된 것은 정부의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급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는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으로 분류되지만, 법인택시 기사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이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법인택시 관계자들은 정부의 1차 지원 때도 개인택시는 자영업자라며 3차례에 걸쳐 지원했지만 법인택시에는 한번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법인택시 기사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대중 교통수단인 택시업계는 개인, 법인 가릴 것 없이 모두 빈사 상태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인택시 기사들의 사정이 개인택시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법인택시 기사들이 지원대상에서 빠진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법인택시 기사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승객 감소가 지속돼 성과급이 발생하지 않고, 사납금을 못채워 급여가 격감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감염의 공포 속에 운행하면서 수입 격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정부는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소득이 급격히 줄었다면 ‘위기가구 긴급 생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2차 지원금은 피해가 가장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임금 노동자의 경우 대상으로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조경태 국회의원(국민의힘)은 “4차 추경을 더 늘리지 않더라도 목적 예비비 등을 활용하면 전국 9만여 명의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최저 100만 원의 생계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대구지역의 경우 지난 6월에는 시 차원의 특별지원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대구시는 법인택시 기사(4천여 명, 1인 당 50만 원)와 회사를 위해 총 26억 원을 지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받은 정부의 재난기금 등을 활용했다.현재 대구시 재정은 전시민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희망지원금 등으로 가용 재원이 바닥난 상태다. 법인택시 업계가 대구시의 대책을 고대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법인택시 기사들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법인택시 기사들에게서 “우리가 국민에 포함되는 것이 맞느냐”는 말이 계속 나와서는 안된다.

바뀌어도 변할 것은 없다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2012년 12월26일 취임한 후 최근까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운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씨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임기를 시작했다.자연스럽게 국내에서는 한일 관계나 스가 내각의 경제정책 변화 방향과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총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돼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솔직히 총리가 바뀌어도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전망이다.먼저 스가 총리의 임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고지도자로서 무엇을 할 것이며, 남길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안은 채 갑작스럽게 사퇴한 전임 총리가 남긴 1년의 임기를 보내야 한다. 또 그 1년이 지날 즈음이면 총리 연임을 위해 의회 해산과 총선, 자민당 총재선거와 같은 많은 정치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성공적으로 총리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정치 이슈에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해 승리해야만 하는데 전임 총리가 남긴 숙제들이 만만치 않다. 정치자금법문제,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 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 행정부 문건조작 의혹 등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문제를 남기고 떠난 상황으로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단기에 신임 총리직을 사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전임 내각에서 추진했던 아베노믹스도 초기에 반짝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 등으로 큰 성과없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아베노믹스가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던 시절, 부활한 혹은 부활한 것처럼 보이던 일본경제를 자랑하기 위해 유치했던 2020년 도쿄올림픽은 언제 다시 열릴지 누구도 모를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내각의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도 새로운 내각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지금까지 나열한 것만 봐도 스가 총리가 연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과연 1년 안에 이 과제들을 전부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대외적으로도 외교 역량이 미흡한 신임총리가 제대로 일본을 대표해 국제사회가 바라는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에 찬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이처럼 일본과 타 국제사회의 전망과 평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한일 관계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간 관계 정상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쉽사리 정상화의 길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징용공 배상문제는 지금까지 봐 온 것처럼 설사 한일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논의한다 손치더라도 쉽게 풀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신임 총리가 대외적인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전임 총리와 긴밀히 협의해 사안별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상 그저 낙관적인 전망에 기댈 수만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양국 간 경제 관계에 대해서도 기대와 희망이 섞인 전망들이 나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베노믹스를 대신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엔저 방침의 변화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봐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존 정책을 당장 폐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일본경제 여건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총리직에 올라 새로운 정책을 구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당연히 악화된 양국 관계가 이대로 있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바뀌었으니 양국 정상 간 대화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이번에 바뀐 스가 내각의 태도도 기껏해야 현상을 유지하려는 상황관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세태 단상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코로나19로 청승맞게 자주 과거를 떠올린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는 부촌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다. 길에서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끼니때마다 인사가 달랐다. 아침에는 “아침 잡수셨습니까?”라고 인사했다. ‘조반석죽(아침에 밥 먹고 저녁에 죽)’이면 그런대로 괜찮게 사는 집이라고 했다. 모두가 서로의 형편을 잘 알다 보니 이웃 사람들은 굶는 집이 없는지를 눈여겨 살폈다. 저녁때인데도 옆집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면 이웃 아낙은 “철수야 왜 밥 안 하나 양식 떨어졌나?”라고 물으며 쌀 반 양푼을 담 너머로 넘겨주곤 했다. 동네 어른들은 남의 집 제삿날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제사를 지내는 집과 담을 같이 하고 있으면 자정이 넘어도 자지 않고 기다렸다. 밥과 나물, 생선, 떡 등의 음식이 넘어오기 때문이다. 파젯날 아침에는 동네 어른 모두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는 꼬마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꾼이 많았다. 연필과 지우개 같은 문구류, 멍게와 해삼, 스크루가 돌면서 분수처럼 흩어지는 유해 색소가 든 오렌지 주스, 엿과 사탕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세 녀석이 계란만 한 눈깔사탕을 한 개 샀다. 돌아가면서 입에 넣고 양볼 좌우로 열 번씩 왔다 갔다 하며 빨고는 사탕을 꺼내 다른 친구에게 넘겼다. 세 명이 돌아가며 그렇게 빨아먹었다. 어떤 녀석은 논두렁 옆 수로에 사탕을 헹구고 입에 넣기도 했다. 크기가 아주 작아졌을 때 어느 녀석이 남은 사탕을 씹어 먹어버리면 나머지 둘은 그 녀석의 등짝을 때리며 깨 먹은 것을 원망했다.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이해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 시절에는 ‘콩 하나도 열 조각으로 나눠 먹는’ 것이 미덕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그 말을 실천하며 살았다.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새벽에 일하러 나가시는 아버지는 보리쌀이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밥을 드시고, 자신은 죽을 먹고 학교에 온다고 했다. 아버지가 밥 드시는 모습을 이불속에서 눈을 반쯤 뜨고 바라보면 너무 부럽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에게 친구 이야기를 했을 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모든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다 좋은 일만은 아니다. 때론 똑같이 나누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에 두부 한 모가 있는데 친구 네 명이 4분의1 씩 나눠 먹는다고 가정해 봐라.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은 잠시 기분이 좋겠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배가 고플 것이다. 그러나 4명 가운데 가장 힘이 센 한 친구에게 한 모를 다 먹인 후, 지게를 지고 산으로 보낸다고 생각해 봐라. 그 친구가 갈비(떨어진 마른 솔잎)를 한 짐 해서 시장에 내다 팔면 두부 여덟 모는 사 올 수 있다. 한나절 배고픈 것 참고 저녁에 두 모씩 나눠 가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밥을 먹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느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아이들은 죽을 먹는데 자신은 밥을 먹으니 얼마나 괴롭겠느냐. 밥맛이 제대로 나겠느냐. 그 아비는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초등학생이었지만 아버지의 설명은 분명하게 이해가 됐다. 경제 이론에 문외한인 나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문제가 쟁점이 될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곤 한다.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씩 지급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크다. 한 여론 조사 기관은 국민의 6할 정도가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원내 대표는 “국가 채무가 한 해에만 106조 원 급등한 상황에서 4차 추경 7조8천억 원 중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통신비 2만 원 보조에 쓴다는 게,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정의당 원내 대표조차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통신비 2만 원 지급이야말로 별 효과도 없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하지 않는가.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힘을 모아 정말 생계가 어려운 국민을 찾아내어 그들이 더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하라.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좀 멀리 바라보고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하러 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는 대책도 동시에 마련하라.

문/ 이화정

~어둠 속에서도 사랑은 싹튼다~…은영은 어머니 기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 일로 은영을 줄곧 미워했다. 멘스를 시작하고 성적 정체성이 나타남에 따라 선영의 모습은 어머니를 닮아갔다. 어느 여름밤, 아버지는 은영을 침대로 데려가 몹쓸 짓을 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성폭행을 계속했다. 성폭력위기센터에 전화상담을 해봤다. 감방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라는 지위 때문에 다시 복귀한다는 말했다. 견디는 수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취직해서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악몽 같은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했지만 아버지가 숙소로 찾아와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생일이 돌아오면 은영은 매년 피어싱을 하나씩 하곤 했다.그러던 어느 생일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은영을 겁탈하려던 아버지가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벽에 머리가 부딪혀 벌거벗은 몸으로 죽었다. 은영은 배낭과 흰 약이 든 은색 함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갈 곳이 없었다. 간병인을 구하는 정보지 광고를 보고 그 집을 찾아갔다. 목 위만 살아있는 젊은 남자, 문을 만났다. 문을 간병하게 되었다. 문은 우울증이 심한 여자와 결혼했으나 곧 사별했다. 여자는 그의 눈앞에서 물에 뛰어들었다. 구해줄 수 있었지만 여자의 원을 들어주었다. 그날 이후 문은 전신이 점차 마비되고 목 위로만 살아있는 처지가 되었다. 문과 은영, 두 사람만 한집에서 생활했다. 말도 많이 섞지 않고 최소한의 접촉만 하는 관계였지만 둘은 마음으로 교감했다. 갈수록 신뢰가 쌓여갔다. 바깥나들이도 나갔다. 여행 간 숙소에서 뜨거운 물에 문을 담가둔 사고가 있었다. 전신에 물집이 생겼지만 문은 감각이 없어 괜찮다며 무덤덤하게 웃어넘겼다.은영은 간병에 열중하다가 문의 침대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그의 손이 이마 위에 얹혀있었다. 난생처음 편안함을 느꼈다. 그날 이후 은영은 문의 침대에서 잤다. 병원에 약을 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은영은 경찰의 검문에 직면했다. 아버지 사건일 터였다. 검문을 피해 도망쳤다. PC방과 찜질방으로 전전했다. 며칠 후, 작별 인사차 문의 집으로 찾아갔다. 가족들이 난리를 쳤지만 문은 은영을 받아들였다. 은영은 은색 함을 챙겨서 떠나려 했다. 문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산정호수까지 올라갔다. 문의 아내가 뛰어들었던 호수다. 비가 내리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왔다. 산을 내려가지 못하고 차안에서 자야만 했다. 그 길로 문은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문의 가족은 은영을 책망하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은영은 은색 함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은영은 피어싱을 하지 않고 이마에 손 모양의 타투를 했다. 그 손은 불행으로부터 은영을 지켜줄 것 같았다.…출산 중에 어머니가 죽고 은영이 태어났다. 태생부터 미운오리새끼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음습한 그늘에 버려진 꼴이다. 사랑은 싹조차 없다. 아무도 구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력구제는 불가피하다. 마침내 탈출을 감행한다. 흰 약이 복선이다. 은영은 새로운 운명에 직면한다. 문을 만난다. 문은 사지는 마비되었지만 그 영혼은 정상인보다 더 맑다. 둘은 정신적 교감을 통해 영적으로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 목말라 있던 은영에겐 단비와 같다. 문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떠나야 함을 안다. 아내가 떠나야 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문이 아내를 보냈듯이 은영은 문을 보낸다. 아버지와 같은 해결방식이지만 그 콘텐츠는 판이하다. 문의 몸은 비록 떠났지만 그 마음은 결코 떠나지 않았다. 오철환(문인)

마스크 행정명령, 코로나 방지 보루되길

음식점과 카페·커피숍 등의 업주는 마스크를 착용 않은 손님에게 착용토록 알려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를 당한다. 대구시가 마스크 착용 고지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는 21일부터 위반업소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간다.권영진 대구시장은 14일 “마스크 착용 고지 의무화 행정명령은 코로나와 함께 하는 시대에서 시민들과 우리 공동체를 지키고 일상과 경제 활동을 하면서 방역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일반음식점, 카페·커피숍 등 휴게음식점, 제과영업점,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5개 업종은 사업주가 반드시 종사자의 마스크 착용과 이용자 대상 마스크 착용 고지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영업점에는 구상권도 청구하겠다고 했다.15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산발적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15일 신규 확진자는 106명으로 13일째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 발생 91명, 해외 유입 15명이다. 대구는 이날 1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경북은 1명이 나왔다.소규모의 산발적 집단 감염이 잇따르고 있고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확진자가 25%로 나타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대구시의 마스크 행정 명령은 마스크만이 유일한 방어수단으로 드러나고 있는 데다 시민 자율에 맡겨두어서는 차단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 강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난 5월 첫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 명령을 내리면서 ‘위반 시 고발하고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처벌을 유예한 적이 있다. 대구시는 한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번에 20일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단속에 나서는 것이다.마스크의 효과는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북구 한 빌딩에서 열린 동충하초 사업설명회에서 참석자 27명 중 26명이 감염됐다. 하지만 3시간가량의 설명회 동안 단 한 차례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참석자만 유일하게 감염되지 않은 것은 밝혀졌다. 대표적인 마스크 착용 사례다.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곤 마스크밖에 없다. 유일한 생명줄이다. 마스크 사용으로 타인 전파와 외부 비말을 차단,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제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와 대책만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전세는 무죄다

오철환객원논설위원서울 집값이 오르자 느닷없이 전세가 유탄을 맞았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 때문이다. 갭 투자 시 전세보증금이 통제 불가능한 담보대출로 작용해 주택가수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전세 자체를 죄인으로 몰아 없애자는 것은 빈대 잡으러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이다. 집값이 오르면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이 정도다. 주택수요를 억누르려는 정책은 자연스런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그런 정책이 성공하기도 어렵다.정부는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투기세력을 강압적으로 때려잡아 주택수요를 억제해보려고 기를 쓴다. 투기꾼의 탐욕과 이기심이 밉고, 집 없는 사람의 발끈 달아오르는 조급한 성미가 천박하게 비칠 법하다. 그래서 천박하고 미운 사람들의 팔다리를 묶어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게 손쉽고 돈도 들지 않는데다 권력의 힘을 과시하기 딱 좋다.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휘두르는 맛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토지거래제한구역을 지정하고 투기과열지구를 발표한다. 금융권의 각종 대출을 옥죄고 자금을 추적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관련 세금을 감정적으로 비칠 만큼 대폭 인상한다. 불평불만이 비등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말을 듣지 않고 과욕을 부리는 사람들의 자승자박이고 인과응보라고 눈을 흘긴다.지금 높은 자리를 차지한 분들은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착한 사람들이니 본능에 충실한 찌질이들의 심정을 알 리 없다. 고시에 합격한 보상으로 명문가와 혼인해 신혼부터 넉넉하게 출발한 엘리트들도 서민의 삶을 알기 힘들 것이다. 월세와 전세의 차이를 경험 속에서 실감할 기회가 없었을 터다. 월세가 전세보다 낫다거나 전세는 없어져야 할 관습이라는 생각은 꿈속의 뽀얀 민낯을 잘 보여준다. 공중에 붕 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봐야 탁상공론만 있을 뿐 제대로 맥을 짚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윈·윈 하는 제도다. 집주인은 집을 처분하지 않고 세입자에게 안심하고 관리를 맡긴다. 금융권 대출을 얻지 않고 이자 부담 없이 절반 정도의 자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착한 제도다. 무이자 민간자금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기대하는 이점도 있다. 지금은 갭 투자가 사회적으로 눈총 받는 진상이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착한 브레이크 역할도 한다. 갭 투자는 소수의 위험감수형 투자에 해당할 뿐 비난대상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 중에도 ‘어얼리 버드’가 있듯이 투자자 중에도 공격적인 투자자가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세입자도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 매월 집세를 납부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전세환산가치와 비교해 저렴하다하더라도 월세는 간당간당하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당장 거리로 쫓겨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밖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도 집에 오면 아늑하고 편안해야 하는 법이다. 월세는 그런 안락함이 부족하다. 전세는 월세를 내지 않는 대신 목돈을 맡겨두고 집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다. 설혹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전세금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에 다소 느긋하다. 전세금은 큰 목돈이기 때문에 그 돈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지 않는 한, 중심을 잡아주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집을 임차하는 대가로 집주인에게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세입자는 전주의 지위를 아울러 갖는 측면도 있다. 절대적 을은 아닌 셈이다. 전세자금 대출까지 저리로 이용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전세는 세입자에게 나쁘지 않다. 집을 살 돈을 비축하는 중간단계로 유용하다.전세가 투기에 악용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관습’이나 ‘없애야 할 제도’라는 시각은 편견이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대출규제로 막을 수 있지만 전세를 안고 집을 사려는 사람은 통제할 방안이 없다. 통제권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 전세의 죄 아닌 죄다. 그 때문에 미운털이 박히고 급기야 전세를 없애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전세의 역기능만 볼 게 아니라 그 순기능을 잘 이해해야만 좀 더 현명한 정책방향을 잡는다. 전세의 특성은 시장의 힘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영역을 지켜준다. 월세에 살면서 돈을 모아 전세로 갈아타고, 좀 더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평범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다. 공연히 남의 사다리를 걷어차선 안 된다. 월세든지 전세든지, 누구나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선택할 자유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그에 합당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전세는 죄가 없다.

‘우리’ 칼날로 C19를 동강내!

강성환대구시의원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우리’다. 우리나라, 우리 동네 등에선 구성원간의 연대의식을 느끼게 하며, 우리 아기, 우리 아들(딸), 우리 학생 등에서는 사회적 공동책임감을 자아내게 한다. 가장 오해를 하는 건 ‘우리 마누라’라는 표현이다. 미국인 친구 녀석은 “한국에도 미국처럼 와이프 스와핑을 하는 모양이지?”라고 의아해 했다. 독일의 여자 친구는 (아주 조심스럽게) “히틀러 당시 미녀 공유제처럼 한국에도 마누라 공유제가 있는 모양이지?”라고 각자 자기들의 민도에 맞춘 질문을 한다. 물론 그런 오해를 살 실마리를 고대역사 속에서 찾는다면 신라 및 고려시대 중앙관료들에게 딸이나 마누라를 접대했던 시숙(侍宿)이나, 춘향전에서처럼 조선시대 지방수령들이 수청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이는 극소수의 개인적 일탈이었다. 미국이나 독일의 스와핑이나 공유제는 없었다.‘우리 아기’는 아동양육에 대한 사회적 공동책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아프리카 부시먼들에겐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심청전에서도 ‘동냥젖’ 풍속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6·25전쟁 뒤 시골에서도 새벽잠이 없으신 존경 받는 마을의 어르신은 동네를 한 바퀴 돌고나서 아침때꺼리가 없어서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집, 몸이 아파서 밤새 보채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아침 빈속에 나타나는 입덧이하는 이웃집 며느리들까지 파악했고, 집사람을 통해 약 혹은 먹거리를 남모르게 도왔다.‘우리 마누라’라는 국난극복사의 철학이다. 987번의 전쟁과 4천여 회의 왜구침입으로 ‘전리품 제1호(여자)’로 여겼던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외침으로부터 아내를 지키자”는 공동책임의식이다. 시련과 아픔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생존비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누라를 껴안고 잠자는 민족은 지구상에서 한민족뿐이다. 잦은 침략에서 소중한 아내를 지켜내고자 했던 애절한 풍속이다.‘우리연대’는 우리나라의 국난극복에 원동력이 됐다.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한말일제침략 때 ‘우리연대’의 구국운동인 의병활동은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의 기반이 됐고, 나라의 어려움을 우리 스스로 극복하자는 연대와 협력의 정신은 오늘날 코로나19사태 속에서 국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우리나라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는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우리’만의 방역 무기이고, 저력인 것이다!C19 대응의 성공 사례로 손꼽는 ‘케이방역’에 대해 ‘한국인, 그들의 취미와 주특기는 국난극복이다. 우리는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라는 외국 언론의 익살도 있었다. 금년도 2월과 3월에 대구가 C19 핫스팟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우리가 남이가?”라는 합심으로 보라는 듯이 깔끔히 극복했다. 최근 8월~15일 지역발생 확진자 0명을 14일간 지속한 철통방역을 해왔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제2의 펜데믹을 대비해 대구특유의 ‘우리 의식’이라는 예리한 칼날로 C19를 몇 번이고 동강내어 ‘C19 대구무덤’을 만들자!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

박운석패밀리협동조합 이사장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활약한 2013년 개봉 영화 월드워Z(감독 마크 포스터)는 좀비 바이러스를 다룬 블록버스터이다. 현실세계의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얼마나 빠르게 전세계를 잠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이스라엘은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국경 폐쇄를 결정,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은 국가가 됐다. 이스라엘이 국경폐쇄를 결정한 이유는 ‘열 번째 사람 독트린’ 때문이었다.‘열 번째 사람 독트린’은 똑같은 정보를 접한 열 명 중 아홉 명이 하나의 동일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열 번째 사람은 거기에 반대하는 게 의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아홉 명의 결론이 아무리 옳다고 보이더라도 열 번째 사람만은 그들이 틀렸다는 가정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당시의 일이다. 이스라엘 군은 이집트와 시리아 병력들이 국경 쪽으로 이동하는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이 상황을 보고받은 군 수뇌부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으로 판단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곧 두 나라는 수에즈 전선과 골란고원 양 전선에서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이 일을 계기로 이스라엘 군은 달라졌다. 전략회의에서 열 명 중 아홉 명이 전략실행에 찬성할 때 나머지 한 명은 의무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도록 했다. 물론 찬성한 아홉 명은 반대한 한 명의 의견을 반드시 경청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열 번째 사람 독트린’이다. 아랍국가들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을 4만 달러가 넘는 GDP에다 노벨상 수상자만 12명을 배출시킨 강국으로 이끈 배경이다. 모두가 찬성해도, 여기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반대 의견을 내는 ‘열 번째 사람’으로 이뤄진 레드 팀(Red Team)을 만든 것이다.레드 팀은 결국 기업(조직)과 CEO에게 ‘쓴소리(직언)’를 제공하는 그룹이다. 미국도 9·11테러 이후 레드 팀을 도입했다. 레드 팀은 미국 육군에서 아군인 블루 팀(Blue Team)의 승리를 돕기 위해 운용된 가상의 적군이다. 레드 팀의 역할은 블루 팀 자신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허점을 철저히 파고듦으로써 블루 팀의 전략을 더 탁월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일이다.군대에서 레드 팀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글로벌 기업들도 조직과 반대 의견을 내고 비판하는 기능을 가진 레드 팀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의 CEO들은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레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뿐 아니라 FBI에서도 레드 팀을 통해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해내고 이를 보완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 성공으로 이끌었다.이런 역할의 레드 팀을 우리나라 정부가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내지는 않더라도 지금은 ‘예스맨’이 아니라 최고결정권자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노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 ‘노맨’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안마다 정확한 상황판단 아래 사실대로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재정건전성을 들어 반대의견도 당연히 내야하고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한 정책에도 반대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시절 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정부여당에서 모두 감싸고 돌더라도 누군가는 ‘열 번째 사람’이 돼 원칙에 따른 수사를 들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정부여당에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감히 반대의견을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열 명 모두 찬성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편향과 착각, 잘못된 확신은 NO라고 말하지 않는 한 갈수록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이 글의 제목인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는 제리 하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가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NO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대전담팀(레드 팀)을 두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8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챌린저호 폭발도 소수의 반대의견을 묵살함으로써 촉발된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11월/ 염창권

그림자를 앞세우는 날들이 잦아졌다// 캄캄한 지층으로 몰려가는 가랑잎들// 골목엔 눈자위 검은 등불 하나 켜진다// 잎 다 지운 느티나무 그 밑둥에 기대면// 쓸쓸히 저물어간 이번 생의 전언이듯// 어둔 밤 몸 뒤척이는 강물소리 들린다// 몸 아픈 것들이 짚더미에 불 지피며// 뚜렷이 드러난 제 갈비뼈 만져볼 때// 맨발로 걷는 하늘엔 그믐달이 돋는다// 젖 물릴 듯 다가오는 이 무형의 느낌은// 흰 손으로 덥석 안아 날 데려갈 그것은// 아마도, 오기로 하면 이맘쯤일 것이다「중앙일보」(2015. 12. 14)염창권 시인은 전남 보성 출생으로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햇살의 길」 「숨」 「호두껍질 속의 별」 「마음의 음력」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존재의 기척」이 있다.11월의 정서는 화가에게는 그림을, 음악가에게는 새로운 곡을, 시인에게는 갖가지 느낌을 안겨주어 시를 쓰게 한다. ‘11월’은 시종일관 같은 톤을 유지한다. 화자가 조곤조곤 귓속말을 들려주는 대로 따라가면서 분위기를 깨뜨리지만 않으면 되겠다. 그림자를 앞세우는 날들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가랑잎들은 캄캄한 지층으로 몰려가고, 골목엔 눈자위 검은 등불 하나가 켜진다. 화자는 우리로 하여금 잎 다 지운 느티나무 그 밑둥에 기대게 한다. 그때 쓸쓸히 저물어간 이번 생의 전언이듯이 어둔 밤 몸 뒤척이는 강물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몸 아픈 것들이 짚더미에 불을 지피며 뚜렷이 드러난 제 갈비뼈를 만져보는 때에 맨발로 걷는 하늘엔 그믐달이 돋는다. 젖의 등장으로 근원적인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 시작되는 끝수는 퍽이나 신비스럽다. 젖 물릴 듯 다가오는 이 무형의 느낌은 흰 손으로 덥석 안아 날 데려갈 그것이라고 말하면서 온다면 아마도 오기로 한다면 이맘쯤일 것이라고 나직이 읊조린다.그는 또 ‘호두껍질 속의 별’에서 특이한 매력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첫 수에서 호두껍질 속에서 별빛 이미지를 도출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껍질 속은 굴곡이 많은 별빛으로 채워졌다, 라는 대목은 상상력의 발현이다. 그리고 호두 속은 정말 뇌수 모양 그대로이기에 빡빡한 뇌수처럼 생은 좀체 휴식이 없다는 사실에 적극 동의하게 된다. 부유하는 먼지 같은 별빛을 헤아려 보는 장면에서도 우리의 눈길은 오래 머문다. 둘째 수에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미 첫수에서 호두껍질을 우주로 보았으므로 첫 수에서 딱딱한 두개골처럼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어서 반짝이는 머리통 속 질량은 충분하다, 라는 진술에서 밀도 높은 생의 비의를 감지하게 된다. 그것이 은밀한 느낌과도 같은 욕정과 연계되면서 다시금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셋째 수는 그 의미하는 바가 금기의 강이 가로막고 있어 불가해한 측면을 보인다. 다만 별들의 사랑을 앞의 욕정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수가 관건이다. 시의 화자가 우주 즉 호두껍질을 두드려서 잠든 별을 깨운다. 사랑을 나눈 별이 혼곤한 잠에 빠져 있다가 정수리를 치는 강한 울림에 곧장 깨어났을 것이다. 여기서 종장은 강렬한 인상을 화인 찍듯 독자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호두껍질 속의 별’에서 시의 화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추억의 힘이다. 추억의 힘’이 파동 치며 긁히는 어둠을 헤치고, 우리의 삶을 미래로 이끈다. 끝까지 견지하고자 하는 꿋꿋한 생의 의지와 열망은 추억의 힘이 추동하는 길과 시간에 대한 부단한 궁구이기도 하다.‘11월’과 더불어 이 궁구가 앞으로 더 많은 길을 통해서 깊어지고 넓혀져서 우리 앞에 또 다른 가슴 벅찬 비전과 의미를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환(시조 시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전국 모델 만들어라

동일 생활권에서 분리된 시·도 단위 광역자치단체를 통합하자는 움직임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통합론을 제시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다. 대구·경북의 선도적 역할과 함께 과 타 시·도와의 공동 보조 등 대응전략이 요구된다.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개최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비 광주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광주·전남이 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미래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행정통합은 필수적 과제”라고 역설했다.그는 또 “대구와 경북이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도 통합에 찬성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광주·전남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앞서 허태정 대전시장도 인접한 세종시에 통합논의를 제안했다. 허 시장은 지난 7월 교통, 경제, 문화 통합을 비롯해 대전과 세종이 하나로 가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대전·충남도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움직임을 보면서 통합 논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광역 지자체 통합 움직임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메가시티 출범이 목표다. 부·울·경을 인구 800만 명의 광역경제권이자 생활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울·경이 행정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부산시는 14일 ‘동남권 발전계획수립 공동연구 1차 보고회’를 개최했다. 메가시티의 당위성, 기본 구상, 실행 계획 등이 제시된 이날 보고회에는 부·울·경 3개 시도 부시장·부지사 등이 참석했다.대구·경북 통합은 미래발전 전략이다.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선택이다. 전국 광역 지자체 통합의 모델이기도 하다.하지만 주민투표, 특별법 제정, 통합 도청 소재지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도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시행착오가 없도록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민간 차원의 논의가 활기를 띠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지난 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실무회의가 열렸다. 통합 시점, 주민투표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다시 뛰자 범도민 추진위’ 등 지역 200여 개 민간단체들이 논의에 나선 것도 고무적이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날 국가 간, 지역 간 무한 경쟁에 맞서 지역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철저한 대비로 태풍 피해 최소화하자

양준영성서경찰서 경비작전계이번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으로 인해 사상자 발생, 시설물 및 차량 침수 등 많은 피해가 있었다.태풍은 주로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연평균 2~3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동향을 보면 발생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태풍의 빈도와 강도는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전문가들은 10월까지 1~2개 정도의 태풍이 더 올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태풍이 연이어 오다보니 벌써부터 제11호 태풍 ‘노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태풍에 대해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태풍의 영향권에 들기 전 주변 안전점검은 필수적이다. 경찰에서는 태풍을 비롯한 여름철 자연재난을 대비해 침수우려지역과 도로, 산사태 취약지역을 미리 파악해 각종 취약 지역에 대해 예방순찰 활동을 한다. 아울러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을 땐 실시간 강수량 및 수위를 유관기관과 공유해 수위가 높아 범람이 예상되는 강이나 하천이 흐르는 주변의 도로를 통제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한다.그렇다면 시민들이 태풍을 대비하기 위해 알아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우선 TV, 라디오,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기상상황을 미리 파악해 어떻게 할지를 준비해야 한다. 산간·계곡에서는 야영을 멈추고 안전하게 대피해야 한다.흔히 창문에 X자로 테이프를 붙이거나 신문을 붙이면 창문의 파손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속 130㎞의 강풍에는 전혀 소용이 없다.단 강풍에 창문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해 우유갑이나 종이로 창문 틈새를 메우거나 테이프를 붙이더라도 유리와 창틀이 벌어진 부분을 고정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또 저지대에 주차한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운전할 때는 지하차도 대신 지상 우회로를 이용하는 게 낫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침수가 예상되는 장소에는 미리 모래주머니나 물막이판을 준비해야 한다.건물의 간판 및 위험시설물 주변에는 최대한 접근을 피하고 바람에 날아갈 위험이 있는 물건이 집 주변에 있다면 미리 치워둬야 한다.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비상용품인 응급약, 손전등,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해 둬 외출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 또 상수도 공급이 중단 될 경우에 대비해 욕조나 큰 대야에 물을 미리 받아두고 생수를 사두는 것도 필요하다.매년 반복되는 태풍은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시민들의 철저한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제적인 준비와 대응으로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