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공공주택 개발, 차질없는 추진을

대구 달서구 감삼동과 남구 봉덕동의 노후 주거지 2곳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3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두 곳에는 총 6천777세대의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된다.지역에서는 이번 선정이 도심 노후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공참여형 재개발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공급이 확대돼 그간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분양가 책정에 제동이 걸릴지 여부도 관심사다.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정부의 2·4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다. 후보지로 지방 대도시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3차 선도사업 후보지에는 대구와 부산에서 각 2곳이 지정됐다. 그동안에는 1, 2차에 걸쳐 서울에서만 34곳이 선정됐다.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지 인근 달서구 감삼동 후보지는 이번에 지정된 4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5만9천여㎡ 부지에 4천172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미군부대 캠프 조지 남쪽에 위치한 남구 봉덕동 후보지는 10만2천여㎡ 부지에 2천605세대의 아파트가 건립된다.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토지주나 지자체가 사업 제안을 하면 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주민 동의와 부지매입, 사업계획, 건설 등을 모두 주도하는 새로운 개발 모델이다.대구의 후보지 2곳은 대구시의 제안을 받아 국토부가 선정했다. 모두 노후 건축물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이며 자체 여력 부족으로 민간개발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곳이다.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사업계획 마련, 설명회, 사전검토위원회, 예정지구 지정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국토부는 앞으로 지자체 등과 협의해 세부 사업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 토지 등 소유자 10% 동의 요건을 우선 확보하는 후보지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 예정지구로 지정해 최대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예정지구 지정 후에는 1년 내 토지주 3분의 1(면적 기준 2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사업이 확정된다.정부 주도의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지역에 첫 선을 보임에 따라 노후 정도가 심한 저밀도 도심 지역의 공공참여형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교란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대구시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도 병행해 세워야 한다.

측우대를 아시나요?

박광석기상청장대부분의 사람들이 ‘측우기’는 알지만, ‘측우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측우대는 1442년(세종24년) 조선에서 강수량 측정을 위해 세계 최초로 제작한 측우기의 받침돌이다. 측우기는 기상관측을 하던 측기로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되는 반면, 측우대는 단순한 받침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측우대 표면에는 제작된 연도와 조선시대의 강수량 제도의 역사가 새겨져 있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측우기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유산이다. 지난해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측우기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금영측우기’와 더불어 ‘대구 선화당 측우대’, ‘창덕궁 측우대’가 국보로 지정된 바 있다.조선시대에는 강수량 외에도 다양한 기상관측이 이뤄졌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동궐도(국보249호)에는 측우기와 더불어 풍기대, 일영(日影)받침대, 소간의(小簡儀) 등이 묘사돼 있어 날씨와 시각, 계절을 체계적으로 관측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조선시대는 농본사회로서 이런 기상과 천체의 관측을 통해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고 농사의 기초자료로 활용해 백성들의 안전과 농업생산량 증대를 도모했음을 알 수 있다.오늘날, 기상관측은 자동화되고 더 다양한 기상요소에 대해서 관측을 하고 있다. 땅에서는 기온, 기압, 습도, 바람, 일조, 일사, 강수량, 증발량 등 다양한 기상요소를 자동화된 기상장비를 통해 1분 단위로 24시간동안 정밀하게 관측한다. 관측하는 지점도 세밀해져서 전국 624개 지점에서 자동관측 되고, 대구·경북에서만도 76개소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농촌진흥청, 수자원공사 등에서 운영하는 기상관측장비까지 통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특히, 조선시대에 측우기·측우대의 규격을 동일하게 제작해 전국에 설치한 것처럼 현재도 표준화된 기상관측을 위해 ‘기상관측표준화법’을 제정해 기상관측규격을 통일시키고, 관측된 값이 관측 장소 주변의 날씨를 대표할 수 있도록 관측환경을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4월18일부터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기상관측 용도로 사용하는 기상측기에 대한 종합적인 성능검증체계인 ‘기상측기 형식승인제도’를 시행해 관측자료의 정확도를 높이고 국산 기상관측장비의 품질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날씨는 단순히 우리가 생활하는 지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공 10㎞ 이상까지, 그리고 바다 위와 다른 나라의 기상현상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좀 더 실제 대기상태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바다 위에서도 기상관측부이를 띄워 해상에서의 날씨를 직접 관측하는 한편, 라디오존데, 기상레이더, 항공기관측, 천리안기상위성을 통한 원격관측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날씨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이렇게 관측된 기상자료는 현재의 날씨를 파악하는 것 자체로도 가치가 있으나, 통신망을 통해 전 세계의 기상자료가 공유되고 수치예보모델의 입력자료로 활용되고 기상예보로 재탄생된다.날씨는 자연현상의 하나로 그 자료가 오래 축적되고, 통일된 규격으로 관측될수록 현상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료로서의 가치가 상승한다. 기상청은 지금 날씨가 어떤지 어디에 비가 얼마나 오는지를 파악하고, 내일모레의 날씨를 예보하는 것부터 미래 100년, 혹은 그 이상의 기후예측을 바탕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600여 년 전의 측우기부터 천리안 기상위성에 이르기까지 기상관측의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측우대가 단순한 받침대가 아닌 것처럼, 지금 기상청이 관측하고 기록하는 모든 것들이 내일과 미래의 날씨를 만들고 국민의 삶의 편의는 물론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반어법/고정선

생신 축하 제라늄 꽃 묘비 옆에 심었더니/좋으면서 부끄런갑다 꽃잎 더 붉어진다//아직도 청춘이요 잉/엄니 얼굴 참 곱소//술이 덜 깨 왔다고 잔소리가 한 바가지/밉지는 않으신지 바람결이 부드럽다//바쁜디 안 와도 돼야/네,/자주 올게요「오늘의 시조」(2020년, 제15호)고정선 시인은 전남 목포에서 출생해 1986년 아동문예에 동시로, 2017년 좋은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눈물이 꽃잎입니다’와 동시조집 ‘개구리 단톡방’이 있다.고향을 방문하면 부모님이 잠든 산소를 찾는다. 두 분이 나란하게 누워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따금 아들이 왔는데 왜 일어나시지도 않습니까, 라고 혼자 중얼거리거나 두 분 요새 다투지는 않으셨는지 하고 여쭤볼 때가 있다. 그러다가 봉분을 두 손으로 쓰다듬거나 비석을 살피면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본다.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지만 무언 중 어떤 소리가 나직하니 들려오는 듯해서 마음이 그지없이 평화로워진다.고정선 시인의 ‘반어법’도 그런 정서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생신 축하 제라늄 꽃 묘비 옆에 심었더니 좋으면서 부끄런갑다 꽃잎 더 붉어진다, 라고 진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를 읊조린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향해 아직도 청춘이요 잉 하면서 엄니 얼굴 참 곱소, 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자 어머니는 술이 덜 깨 왔다고 잔소리를 한 바가지 하신다. 그 역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살아 계실 때의 말씀이어서 화자는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 하여 밉지는 않으신지 바람결이 부드럽다, 라고 능청을 떤다. 실감실정의 장면이다. 어머니는 바쁜디 안 와도 돼야, 라고 말씀하시지만 아들은 네, 자주 올게요, 라고 답하면서 그리움을 억누른다. 이 대목에서 왈칵 눈물이 나올 만도 하다. 살아 있는 아들과 돌아가신 어머니 사이의 정이 가득한 대화는 무척 찰지다. ‘반어법’의 효용성은 바로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살아생전에도 어머니는 아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자주 나눴을 것이다. 그만큼 살갑게 사랑 받으며 자랐으니, 이렇듯 다정다감하고 구수한 이야기를 엮었으리라 생각된다.지난 해 대구테마시조집이 대구문인협회에서 발간됐는데 그 책에 ‘유가사를 가다가’라는 단시조가 실려 있다.산모롱이 도는 길을/숲과 같이 걸으며//흙내음에 물든 몸을/섭돌에 걸쳐 놓고도//돌탑에/욕심을 얹는 나/일주문을 넘지 못했다유가사는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에 있는 사찰로 통일신라시대 승려 도성이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외지의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특히 비슬산 정상의 진달래 군락지는 명소로 유명하고, 경상북도의 3대 수도처 중의 하나인 도성암이 있다. 시의 화자는 산모롱이 도는 길을 숲과 같이 걸으며 흙 내음에 물든 몸을 섭돌에 걸쳐 놓고도 돌탑에 욕심을 얹는 자신을 보면서 결국은 일주문을 넘지 못했다, 라고 진솔하게 심경을 토로한다. 유가사를 찾아가다가 얻은 작은 깨달음은 자신의 삶을 살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기서 섭돌, 이라는 낯선 시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모양이 모지고 날카롭게 된 돌이라고 한다. 섬돌만 생각하다가 섭돌을 알게 돼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다.‘반어법’, ‘유가사를 가다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심이 읽힌다. 얼마 전 동시조집 ‘개구리 단톡방’을 상재한 연유가 여기서 잘 드러난다. 나이가 들더라도 동심은 우리가 꼭 가꿔 가야 할 마음이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정서이기 때문이다.이정환(시조 시인)

‘심리적’ 동조화인가, ‘확증편향’ 현상인가?

김시욱에녹 원장동조화는 거시 경제학적 입장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둘 이상의 국가에서 환율, 주가, 금리, 경기 등의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말로 커플링(coupling)이라 불리며 미국 중심의 경제 상황이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에 동반적 영향을 주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 증시의 등락에 따라 국내 증시의 동반적 등락현상이 그것이다.최근 일간신문 및 방송매체, 그리고 SNS를 떠들썩하게 하는 기사는 단연 한강공원 ‘손정민 씨 실종, 사망사건’이다. 4월 30일 밤 10시 이후 친구와 한강 공원서 술을 마신 이후 손 씨는 실종 5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지난 5일 발인이 있었지만 수많은 의문 속에서 사망에 대한 원인 규명에 미흡한 경찰을 질타하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이지만 온라인상의 핫이슈로 청와대 국민청원은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 11일자 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 범죄학 연구소장 염건령씨의 설명에 따르면 ‘자기 현재 상황과 대비해 봤을 때 지금 피해자가 나와 어떻게, 얼마나 교차점이 또는 일치점이 크냐가 그 사건이나 기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데 영향을 미친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자기도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흔히 안전한 공간으로 선택하는 한강 둔치이기에 더더욱 충격적인 것이며 수많은 시민들이 밤낮으로 보내온 친밀한 공간이란 점은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이와 유사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불러 오는 단어가 ‘확증편향’이다. 이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고 고집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이라 하겠다. 1960년대 행해진 ‘실험심리학’에 따르면 확증편향은 ‘원하는’ 결과가 있을 때 자신의 원래적 신념에 따라 관찰과 경험을 편향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참’이란 전제는 그에 합당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에도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 특히 자신의 믿음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정치적 문제에서 확증편향으로 드러난다. 분명한 객관적 사실을 마주하면서도 그것을 사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확증편향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하물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조차 의심하고 거부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재미난 사실은 과학적 탐구나 통계학 분야에서조차 확증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귀납적 방법을 통한 연구에서 ‘원하는’ 결론을 전제한 경우 그것에 유리한 결과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이미 객관성을 상실한 것임이 분명하다. 가설에 대한 ‘참’이라는 전제는 피드백을 통한 가설의 수정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질의, 응답이 있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문제, 반도체 관련 언급, 부동산과 경제 양극화, 코로나19 백신접종 등 사회전반의 여러 문제를 다뤘다.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은 ‘인사 청문회’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상황 인식이었다. 두 사안은 뗄 수 없는 표리일체의 문제로서 현재 사회 경제적 상황을 몰고 온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말과 이후 토론 방송에 나온 여권 국회의원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인사 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로지 도덕적 흠결만 놓고 따지는’ 야당의 ‘무안 주기’ 청문회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이에 도덕성은 비공개, 정책과 능력만 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문제가 없지만 야당 및 언론의 지나친 ‘신상 털기’가 잘못된 점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4여 년 집권동안 30여 명의 장관을 임명하면서 제대로 된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임명을 강행했으니 안타깝기조차 하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는 대목에서 그 안타까움은 대통령과 정부의 현실 인식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현미, 변창흠 장관으로부터 이어지는 노형욱 후보자까지 결격사유가 충분했음에도 강행한 것은 대통령과 여권이 아니었던가. 단순한 도덕성 흠결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능력과 정책의 기반임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의 문대통령의 ‘인사 5대 배제원칙’을 기억한다면 이것은 더더욱 분명하다. 대통령의 이런 상황 인식과 오만에 가까운 장관임명의 심리적 배경은 ‘심리적 동조화’인지 ‘확증편향’인지 무척 궁금하다. 국민의 힘겨움을 자신의 힘겨움으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동조화이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전문인력 확충 서둘러야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 승격과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를 비롯한 대구·경북 일대 신라문화권에 속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출토유물 보존처리·보관, 문화유적 보수·정비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국가기관이다.특히 최근 신라왕경 복원정비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월성, 동궁과 월지, 쪽샘지구(대릉원 옆), 신라대표 사찰인 황룡사지 등에 대한 대규모 발굴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그러나 방대한 업무량에 비해 전문인력은 문화재청의 직제규정에 묶여 증원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학예사 등 전문 연구인력은 10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 5명은 전문임기제 계약직이다.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임시직을 채용하는 편법이 일상화 돼 내실있는 문화재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국내 고고학계 사상 최대 규모인 월성 발굴조사의 경우 발굴과 출토 문화재 정비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지만 정비관련 전문인력이 전무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신라시대를 제대로 규명하려면 관련 사료, 문헌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분야 역시 담당 연구자가 1명뿐이어서 내실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경주문화재연구소는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에 비해 정규직 인력이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하다.이에 따라 학계, 문화재 관련 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민모임이 지난 11일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위상 승격과 전문인력 확충을 촉구하고 나섰다.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4급인 소장 직급을 고위공무원단급으로 승격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기관 승격이 이뤄지면 기구 확대, 전문인력 확충 등의 해묵은 숙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라왕경 유적의 체계적 조사는 물론이고 신라학, 경주학, 왕경학 연구가 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경주문화재연구소의 직제 승격 추진은 지난 2006년에도 한차례 시도됐지만 무위에 그쳤다. 시민모임 측은 “부여, 나주, 강화 등 문화재청 산하 7개 지방연구소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며 “다른 6곳의 역할을 합한 것보다 큰 경주에는 이것이 역차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 승격 주장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관계 당국은 지금이라도 경주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관 승격과 전문인력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서도 연구소의 승격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이건희 미술관 최적지는 대구다

대구시가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치위원회도 출범했다. 대구시청 별관 터를 맞춤형 장소로 내놓겠다고 했다. 경북도도 대구 유치를 돕겠다고 나섰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대구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기탁자의 유지를 받들면서 가장 적절한 장소에 미술관을 건립해야 할 것이다.삼성가의 이건희 컬렉션 사회 환원 발표 후 유치전이 뜨겁다. 부산, 인천, 세종, 수원, 여수에 진주시와 의령군 등이 연고를 앞세우고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대구시도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국립 이건희 미술관(가칭)’ 대구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대구시청 별관 터(경북도청 후적지)를 건립지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도청 후적지는 미술관은 물론 부속 시설까지 모두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부지가 넓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이곳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 터와 이건희 회장의 생가, 삼성상회 터와 인접해 있어 속칭 ‘삼성 로드’와 가깝다. 삼성 발원지에서 걸어서도 찾을 수 있다. 경북도는 미술 인프라 불균형 해소를 기대하며 대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대구는 서울, 평양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태동지다.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미술관 건립은 삼성과 유족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하지만 유족들은 여러 가지 여건상 입을 뗄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유치전이 가열돼 정부가 입장이 곤란해지면 최악의 경우 서울을 택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하지만 빌바오 효과 등 관광 거점을 기대하는 수도권 밖, 지방의 문화 갈증 해소와 지역의 유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의 정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미술관 건립지 선택에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각종 문화 시설과 자원이 집중된 서울은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명분을 살리면서 지역민들의 문화 갈증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연고와 미술품의 가치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지역인지 따져야 한다. 지역민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살펴야 할 것은 접근성이다. 국민은 물론 외국인까지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정부는 미술품의 기증 의미를 충분히 살리면서 지역 발전과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부여하는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길 바란다.

집에서 개를 없애는 몇 가지 방법/ 이홍사

~ 개는 인간에게 과연 무엇인가 ~…개는 화장실 바닥에 똥오줌을 누었다. 행여 문을 닫아놓으면 깔개에 누었다. 홍랑이 그나마 큰소리로 항의할 수 있는 건 개똥이다. 새벽에 화장실 바닥에 개똥이 흩어져 있는 날도 있었다. 역정이 나서 고함을 지르면 아내나 딸이 일어나 나왔다./ 5년 전쯤, 결혼한 딸이 마트에 갔다가 개를 안고 왔다. 하얀 말티즈 암놈.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는 새 개는 식구가 됐다. 아들과 딸이 개가 보고 싶어 일찍 귀가했다. 아내는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좋아했다. 홍랑은 그 반대였다. 개가 온 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아내는 개를 안고 잤다. 각방을 쓰게 되고 금슬도 나빠졌다. 홍랑은 개로 인해 꼴찌 순위로 추락했다./ 비 오는 날 개 비린내가 지독했다. 암컷이라 생리도 했다. 책이나 다이어리에 피를 묻혀놓기도 했다. 홍랑은 개를 싫어했다. 눈치 빠른 개도 홍랑을 싫어했다. 아내와 담판을 한 적도 있었다. 양자택일하라고 하니 아내는 서슴없이 개를 선택했다. 딸과의 갈등도 심했다. 개가 죽길 기대했지만 가련한 마음도 들었다./ 홍랑의 집은 마당 딸린 상가주택이다. 2층은 사무실, 3층은 살림집, 4층은 서재와 작업실이다. 개는 사무실로 내려와 영역 표시 차 오줌을 찔끔거렸다. 사장실에 똥오줌을 싸놓기도 했다. 하자보수 작업으로 밤을 새우고 들어온 날, 사장실로 들어서니 책상 앞이 똥오줌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다. 소리를 지르고 골프채를 휘둘렀다. 깔판유리가 깨지고 화분이 박살났다. 개를 없앨 거라고 선언하고 집으로 올라가 소주를 들이켰다./ 개를 없애는 세 가지 방법, 유기, 안락사, 분양. 아무리 생각해도 분양과 안락사는 힘들 것 같았다. 개 처분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군에 있을 때 개 한 마리를 구하려고 애썼던 일이 떠올랐다. 개가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강변 체육공원, 역사 대합실, 롯데마트. 자세한 유기장소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결심은 굳혔다./ 마당으로 내려갔다. 아내는 천연염색 일로 바빴고 개는 그 주위를 맴돌았다. 개를 잡으려다 아내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작전상 후퇴를 했다. 친구 타이어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와 다시 기회를 엿봤다. 아내는 마당에서 염색작업에 몰두하고 있었고 개는 3층에 있었다. 개를 몰래 잡아 차에 태우고 무작정 달렸다. 아내 전화가 득달같이 왔다. 사정 반 협박 반, 데려오라 했지만 거절했다. 전화가 계속 왔지만 받지 않았다. 시집간 큰딸 전화가 왔다. 개를 데려가겠단다. 절대 데려오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고 큰딸에게 개를 넘겼다. 집으로 오니 아내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평화가 왔다.…개는 애완에서 반려가 됐다. 허나 갈등은 존재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조건 하에서 개를 반려로 삼아야 할 터다. 개로 인한 갈등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개를 싫어하는 홍랑의 잘못인지 아니면 개를 식구로 편입한 가족들의 불찰인지 모를 일이다. 개 키울 권리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행복권도 존중돼야 한다.지구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개의 생존공간도 존재한다. 개를 독립된 생명체로 존중한다면 개답게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의미 있다. 개를 일방적으로 인간의 반려로 선택하는 것이 개의 천부적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이상적 선택이 불가하다면 현실적 접점을 찾는 방법이 차선이다.오철환(문인)

신뢰 사회를 위하여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입에 담고 싶지 않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불신 사회다. 그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압축 경제 성장 정책은 고도성장과 함께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 시기에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됐다. 정치권력과 기업은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건너뛰고 빨리 가시적 성과를 내는 길을 찾으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정경유착, 권언유착 같은 다양한 부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일반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서 요령과 편법, 탈법과 불법을 일종의 능력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나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남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내 가족, 내가 속한 집단이 아니면 무조건 믿지 않고 일단 의심을 하고 살펴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은 실패와 낭패를 줄이는 신중한 접근 방법이기도 했다. 출세와 돈벌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조가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번졌고, 우리는 저신뢰 사회로 전락하게 됐다. 민주화에 이어 수평적 정권 교체까지 이룩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구시대의 악습과 폐단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과 ‘질의응답’을 두고 말이 많다.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긍이 되는 내용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현 정권과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은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고 무조건 옹호하며, 반대 진영은 모든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거부하고 있다.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여유, 비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열린 마음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백신 확보’란 말을 두고 ‘확보’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계약’과 ‘확보’는 다르다고 비난한다. 부동산 정책은 어떤 말을 해도 국민적 분노와 좌절, 허탈감만 준다고 혹평한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결여된 굴욕적인 저자세라고 비난한다. 에너지 자원과 저탄소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원전 건설과 유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는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 검증은 공개 방식으로 하자는 제의에 대해서도 집권당이 야당이었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돌이켜 보라며 이 또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다.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을 둘러싼 논쟁과 비판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있는가를 알 수 있다.스탠퍼드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 나라의 경제는 규모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적 요인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라고 했다. 그는 서로를 신뢰하는 고신뢰 사회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서로를 불신하는 저신뢰 사회면 경제적 번영이 힘들다는 점을 예증하고 있다. 그는 개인주의,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저신뢰 사회의 특성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공동체적 연대와 결속의 기술을 터득해야 하며 신뢰는 경제와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놀라운 가치라고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음을 갖고 배려하고 협력한다면, 사회적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이 감소하고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신뢰는 사회 발전의 기반이 된다는 말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부의 81%를 사회적 자본으로 만들었지만, 후진국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일찍이 한국을 저신뢰 사회(Low Trust Society)로 규정했다.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식량과 에너지 자급이 안 되는 자원 빈국이다. 근면과 성실, 상상력과 창의력,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과잉으로 비정치적인 것을 정치화하고, 사적 이슈를 공적 이슈로 증폭 시켜 갈등을 일상화하고 있다. 우리는 상호 존중과 배려, 소통을 통해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한시바삐 신뢰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상생과 공존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은 주지 못할망정 갈등과 분열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결국에는 또 부동산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한동안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재건축 규제완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 호재와 같은 특정 이슈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그 외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해당 지역의 수요가 집중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곳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매월 발표하는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지수만을 놓고 주택시장의 현황과 상세를 따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가격 상승의 정도를 판단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고, 앞으로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주택가격전망과 주거비지출전망 같은 심리 지표들이 최근 들어 소폭이나마 하향 안정화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매수우위지수가 기준 미만으로 매도자가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실수요든 투기든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든 과도한 구매심리로 인해 주택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의 부담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주택시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낙관적인 기대에 의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택매매시장의 경우, 국지적이고 산발적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신고가 매매는 매물 공급 부족을 야기해 수요자의 심리를 흔들어 가격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은 물론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과의 사이에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시장 불안 요소로 시장왜곡현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빈말이 아닐 정도다.무너진 공공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향후 국내 주택시장의 안정화에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독점에 가까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가 공공부문에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함으로써 기대효과보다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책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곳으로 전이돼 해당 부문의 기능부전을 야기할 수도 있는 문제다.물론, 그 이면에 과도한 공공부문에 대한 의존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반성해 볼 문제다. 주택공급 주체 중 하나인 민간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화됐다고 해서 이들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정보의 집중과 이를 악용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불러 온 것은 아닌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정책의 투명성(policy transparency)에 관한 것이다. 주택 관련 세제 결정 구조, 신도시 개발 정책 및 이에 수반된 대규모 인프라 정책 등 관련 정책들의 투명성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정책은 사회적 추동력을 얻기도 어렵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도 애매해지기 마련으로 정책 실효성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덤이다.여하튼 앞으로도 부동산(주택) 정책은 투기 근절, 실수요자 보호,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큰 틀 하에서 계획되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뾰족한 대안이 없어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시원한 한 방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 만큼은 줬으면 한다. 그리고, ‘결국은 부동산’이라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이슈추적-인사이드/ 미술품 물납제도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그의 소장 미술품 규모가 알려진 초기, 미술계에서는 ‘미술품 물납제’가 큰 이슈였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소장 미술품 가치가 대략 2~3조 원, 시가로는 1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유족들이 이를 국가에 기부할 것인지, 아니면 상속은 하되 그에 따른 막대한 상속세는 미술품으로 낼 것인지가 관심거리가 됐다.결론적으론 유족들이 4월 말 이 회장 유산의 사회 환원과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술품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미술품 물납제는 일단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미술품 물납제란 말 그대로 미술품으로 상속세나 재산세를 납부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현재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해외 일부 국가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현행 국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가 2천만 원 이상이거나 상속·증여 재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일 때 물납이 허용되는데, 그 대상은 부동산과 국채,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한정돼 있다.2020년 5월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을 타개하고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삼국시대 보물인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과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을 경매에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미술품 물납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그러나 당시 미술품과 문화재들에 대해 적절한 가치평가를 내리기 곤란한 점과 관리의 어려움 등이 문제가 돼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미술품 물납제를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고, 정부도 미술계의 건의에 대해 관련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미술품 물납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미술계에서는 해외 유출 가능성을 우선 거론한다. 고가 미술품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주로 해외로 팔려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편 해외에서는 프랑스가 처음으로 1968년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해 상속세와 증여세, 재산세 등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해당 미술품을 5년 이상 보유했거나 상속세가 1만 유로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 타계 후 후손들이 상속세를 그의 작품으로 물납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피카소 박물관을 열고 그 작품들을 공개했다.일본과 영국에서도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장 시비가 되는 부분인 미술 작품의 감정평가 논란을 줄이기 위해 일본은 문화청이 외부전문가 자문을 받아 가격을 평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은 정부에 평가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슈추적/ 이건희 컬렉션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개창지다. 이는 한국 근대미술을 말할 때면 늘 나오는 얘기다. 왜 그렇게 주장할까. 당연히 근거가 있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시기적으로는 19세기 말부터 1960~70년대까지를 한국 근대미술기로 많이들 얘기한다.이 시기 대구에는 석재 서병오가 1920년대 초 발족시킨 ‘교남시서화연구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글씨와 문인화를 주로 한 서화계의 교류와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여기에서는 당시 막 들어오기 시작한 서양화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다.연구회는 1922년 서화를 위주로 한 첫 전람회를 개최한 데 이어 1923년에는 이를 확대해 서화 외에 서양화부를 별도로 둔 대구미술전람회를 개최했다. 또 당시 대구뿐 아니라 영남 일대 그리고 서울 등 더른 지역과의 교류에도 힘을 쏟았다. 대구 미술인들이 근대미술의 기초를 앞서 배우고 그 토양을 닦아 나갈 수 있는 배경이었다.한국 근대미술에서 천재화가로 불리는 이인성과 이쾌대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대구의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쾌대(1913~1965년)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어린 시절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28년 서울 휘문고를 거쳐 1934년 일본 도쿄제국미술대학교에 유학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했다.반면 이인성(1912~1950년)은 대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교를 졸업한 뒤 상급 학교 진학을 못 해 그림을 독학으로 배워야 했다. 1931년 일본에 건너가 1935년까지 도쿄의 태평양미술학교에서 그림 수업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구 수창초교를 졸업했다.이인성은 대표작 ‘가을 어느 날’(1934년) ‘경주의 산곡에서’(1935년) 등을 통해 나라는 빼앗겼지만 여전히 우리 땅인 한반도에서 사는 한국인의 모습과 자연 풍광을 그려 한국의 전통을 그 뿌리부터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1950년 6.25 전쟁 중에 사망했다.이쾌대는 이념의 희생양이 돼 6·25전쟁 이후 한동안 남과 북 양쪽 모두에서 잊혔던 불운의 화가였다. 1980년대 해금 이후 남한에서 그의 천재성이 재조명됐다. 대표작 ‘자화상’과 함께 ‘군상’ 연작은 그에게 근대미술 최고의 군상작가라는 평가를 안겨 주었다.고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후손들이 유산 사회환원의 일환으로 소장 미술품을 정부와 각 지자체에 기증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출신 근대작가 8인의 작품 21점을 기증받은 대구에서는 대구 근대미술 재조명 분위기가 일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에서는 ‘(가칭)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구에 온 ‘이건희 컬렉션’ 21점대구시는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기증받은 대구미술관에 ‘상설 기증 전시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로 개관 10돌을 맞은 대구미술관에서 시민들이 기증된 최고 수준의 작품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또 시는 별도의 전시 공간 마련 외에, 기증된 21점이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통찰할 수 있는 작가들의 대표성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증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전문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미술관은 우선 8명의 작가별로 시리즈 8편을 제작해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물을 소개한다. 또 작가와 작품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12월께 이건희 기증작 21점의 기획전시도 할 예정이다.기증된 21점은 작가의 명성은 물론이고, 작품성에서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인성과 이쾌대 외에 한국 추상화의 거장 유영국, 서동진, 서진달, 변종하, 김종영, 문학진 등의 대표작이 모두 망라돼 있다.이인성은 1929년 제8회 조선미술전람회(이하 선전)에서 수채화 ‘그늘’로 처음으로 입선했다. 이후 일본에서 서양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그는 1934년 제13회 선전에 ‘가을 어느 날’을 출품해 특선을 차지했으며, 1935년 제14회 선전에서는 ‘경주의 산곳에서’로 최고상을 받았다. 대표작 ‘노란옷을 입은 여인상’(1934년)이 이번 기증 목록에 들어있다.이쾌대는 1932년 제11회 선전에서 처음 입선했다. 1941년 이중섭 최재덕 문학수 등과 함께 조선미술가협회를 조직해 도쿄와 서울에서 동인전을 열었다. 해방 이후에는 좌익계 미술 단체에 가담해 활동했다. 전쟁 중 국군에 포로가 돼 거제도수용소에 있다가 1953년 남북 포로교환 때 북쪽을 택했다.1908년생인 서진달은 일본 유학 후 1941년 대구 계성중에 출강했는데 당시 미술부에는 변종하 김우조 백태오 김창락 등이 있었다. 변종하는 1926년 출생으로 1956년 제4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하다 1975년 귀국했다. 유영국은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한국 추상미술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로, 한국의 자연을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추상 형태로 빚어내 최고의 조형감각을 지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전국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전국을 후끈 달구고 있다. 유족이 소장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기증한 뒤 대통령이 이들 기증 미술품을 위한 전용 전시공간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부터다.현재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창원 광주 의령 수원 대전 등,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지역에선 다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시는 ‘이건희 미술관’의 대구 유치를 위해 5월7일 지역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앞으로 민간 주도로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시는 대구와 삼성과의 오랜 인연을 유치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를 창업한 곳이 중구 인교동이고, 1942년 이건희 회장이 출생한 곳도 대구라는 점을 강조한다.또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대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강조한다. 서양화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던 1920년대, 이여성(이쾌대의 친형) 박명조 서동진 등 대구 출신 선각자들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구가 근대미술의 발상지나 다름없다는 것이다.이 외에도 현재 건립 중인 간송미술관, 기존 대구미술관에다 이건희 미술관까지 세워진다면 대구가 고전과 근대,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미술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절반 이상이 근대미술 작품이다.지역 미술계는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다. 대구시와 지역미술계에서는 이미 국립근대미술관 대구 건립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한국 근대미술의 보고가 될 이건희 미술관은 당연히 대구에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쏟아지는 폐 마스크, 처리 대책 찾아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자체마다 일회용 폐 마스크 처리가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다. 현재 폐 마스크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매립해도 잘 썩지 않는다. 태우면 공해물질을 내뿜어 환경을 오염시킨다. 재활용은 안 된다. 이래저래 천덕꾸러기 신세다.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탈출은 아직도 요원하다.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폐 마스크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대구시의 경우 250만 명의 시민이 하루 약 117만 개의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한 후 버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5천100만 명의 국민이 하루 2천만 개, 연간 73억 개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폐 마스크가 현재 별도의 처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법이 유일하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진 폐 마스크의 38%는 땅에 묻히고 23%는 소각된다. 폐 마스크는 위생문제 등으로 재활용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처리 방법은 매립과 소각하는 것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여러 겹의 필터를 사용한 마스크의 주요 재질이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이다. 소재 특성상 땅에서도 잘 썩지 않는다. 매립 시 완전분해까지 450년이 걸린다. 소각 시엔 유해 물질을 뿜어낸다.아직까진 폐 마스크가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지만 폐 마스크는 이래저래 환경오염 유발이 불가피하다. 폐 마스크는 함부로 버리면 애꿎은 동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환경부의 폐 마스크 폐기 매뉴얼은 귀걸이 끈을 잘라 돌돌 말아서 비말 노출을 최소화해 버려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효과가 떨어진다. 분리 배출과 수거도 인건비 등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벌여 마스크 착용률을 높였던 것처럼 이제는 마스크의 올바른 폐기와 폐 마스크 줄이기를 홍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일부에서는 마스크를 최소한 3, 4일은 쓰고 버리는, 배출량 자체를 줄이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한 해결 방안이 못 된다.비용 증가 등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면 마스크 등 친환경 자재를 사용토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거 처리 때 환경오염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혜를 모아 방법을 찾자. 정부와 지자체가 폐 마스크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도로 영남당 유감

오철환객원논설위원대통령선거가 열 달 앞으로 다가오자 각 정당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마치고 대선주자 선출일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참패한 충격으로 내부에서 파열음이 새나오고 있는데다 경쟁력 있는 후보마저 떠오르지 않아 대선일정을 연기하자는 말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참신한 인물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보자는 의미일 것이다.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당내에서 유력한 대권주자가 부상되지 않는 가운데 대선일정만 짠다고 될 일이 아닐 것이다. 당 외의 유력한 대권 출마예정자와 어느 시점에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야권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 다자구도에서 야권 대선주자가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당의 대선일정만 진행할 순 없을 터다. 당 밖 잠용들의 거취를 마음먹은 대로 관리할 입장이 되지 않는 점이 난제인 셈이다.어쨌든지 국민의힘은 대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당의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추는 일이 급하다. 당의 대표와 최고위원 및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지난 달 말 원내대표가 선출된 상태이나 다른 핵심 지도부는 이제 막 경선 출발선에 서있다. 출발도 하기 전에 원내대표가 울산 출신인 점을 들어 당 대표가 영남 출신이 되면 안 된다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이 유포되고 있다. 눈앞의 사탕만 보는 소갈머리 없는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이는 ‘도로 영남당’이 되면 확장성이 없다는 논리다. 한 마디로 비상식적인 언어도단이다. 이런 분열적 자해가 과연 같은 당내 인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번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전남 출신이었고 현 대표도 전남 출신이다.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호남당’이라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게 유권자를 존중하는 자세이고 민주주의 하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영남당이라는 표현은 영남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이자 모독이다.선출직의 경우, 그 선택이 어떻게 되든지 유권자의 뜻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유권자의 선택이 최종 결론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선거도 하기 전에 선거공학적인 측면을 들어 선출직의 성분을 정할 거면 무엇 하러 선거를 하고 경선을 하는가. 영남당 운운하는 것은 돈과 시간을 들여 굳이 번잡하게 선거를 치르는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그 어느 나라든지 선거를 통해 사후에 각 지역별로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다 마찬가지다. 정당별 지지가 전국적으로 같은 비율로 나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그런 까닭에 캘리포니아당, 텍사스당 하는 식으로 특정지역 정당이라고 빈정거리는 법은 없다. 우리나라만 유독 특별하다. 그것도 꼭 영남지역만 대놓고 빈정거린다. 과할 정도로 특정정당 편향이 극심한 호남지역엔 토를 달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말 희한하고 불합리한 불가사의다.백보를 양보한다하더라도 야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같은 지역 출신이면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맞지 않는다. 대선주자가 선정될 경우, 대선주자와 당 대표의 보완성이 표의 확장성에 영향을 미치고 대선 승패를 좌우할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 개연성은 분명 이론상 존재한다. 허나 유권자가 출신지역을 보고 판단한다는 가정은 유권자를 얕보는 외눈박이 발상이다. 어떻든지 간에 모든 것은 유권자나 당원이 각자 판단할 영역이다.정당의 지도자 선출은 정권창출에 초점이 맞춰질 일이다. 이를 위해 당원을 하나로 묶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할 터다. 그 적임자를 찾아내 당 대표로 뽑는 일이 작금 야당의 최대 과제이다. 리더십과 소통능력을 갖고서 중재하고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경륜과 리더십이 그 본질이다.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후보를 발굴·선출하고 선거승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현명하고 노련한 리더십이 그 필요충분조건이다. 뜬금없이 영남당 운운하는 것은 영남 뿐 아니라 전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들 안에 썩은 사과는 없는가

박운석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과일을 냉장보관하는 방법은 제각각 다르다. 특히 사과는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하지 않는다는 건 대부분 잘 아는 상식이다. 사과가 익으면서 뿜어내는 식물 호르몬의 일종인 에틸렌 가스가 다른 과일을 빠르게 숙성시켜 무르게 하기 때문이다.상한 사과는 그 부분을 도려내고 먹거나 잼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감귤에 피는 곰팡이는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곰팡이가 있는 감귤은 주저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감귤처럼 무른 과일의 경우 껍질에 보이는 곰팡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이미 과일 속 깊숙이 곰팡이가 번져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빵의 경우도 같다. 한쪽 귀퉁이에만 곰팡이가 피어있더라도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다른 곳까지 곰팡이가 침투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귤이든 식빵이든 눈에 보이는 곰팡이만 도려냈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썩은 사과’는 가능한 빨리 골라내야 한다. 부정적인 것은 전염력이 훨씬 크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우리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부정성 편향/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에코리브르).이 같은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악성 리뷰 하나가 배달전문 업체를 휘청거리게 한다. 별 하나만 주는 ‘별점 테러’를 보는 다른 고객들은 주문을 주저하게 된다. 긍정적인 리뷰 가운데에 자리 잡은 하나의 악성 리뷰는 기존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고객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입으로는 누구나 밝은 뉴스, 미담 혹은 가슴이 훈훈해지는 뉴스를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범죄, 자연재해, 극단적인 테러, 정치적 갈등에 관한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지 좋던 연예인들은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부정성 편향(부정성 효과라고도 한다)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뭔가. 책에서 저자는 ‘부정적인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네 가지 긍정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4의 법칙’이다.4의 법칙은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배달전문업체는 악성리뷰 하나에 최소한 긍정적인 리뷰 네 개 이상 달리도록 관리해줘야 한다. 제 할 일을 해내지 못하면서 매사에 비관적인 조직원 한 명의 영향력은 성실한 조직원의 긍정적 영향력보다 네 배 정도 높다. 때문에 조직 내에서 ‘썩은 사과’는 빠르게 골라내는 게 급선무다.또 다른 해결책으로 ‘저부정성 다이어트’를 제시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칼로리 식단 위주로 메뉴를 짜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부정적인 기사, 또 이를 악용한 가짜뉴스, 이런 뉴스만 퍼 나르는 사람의 SNS와는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다.저자는 이들을 ‘위기 장사꾼’으로 부른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전쟁이나 테러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는 일부 국회의원이나 언론인 등이 좌우 극단에서 국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위기를 팔고 있다.아무리 부정이 긍정보다 강력하다지만 그래도 해결방법은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쁜 일로 외상을 입은 사람의 20%만 이 장애를 겪는다. 60%가 넘는 사람들은 오히려 ‘외상 후 성장’을 이뤄낸다.코로나19로 우울한 1년 3개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울하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불안과 공포에 빠질 이유는 없다. ‘부정성 편향’이란 책의 저자도 “좋은 것, 긍정적인 것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다만, 조직에서 성실한 사람 4명이 일궈낸 성과는 ‘썩은 사과’ 한 명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 우리들 안에 우울하고 불안한 뉴스를 퍼뜨리는 ‘썩은 사과’는 없는지 돌아볼 때다.

산에서 답을 구하다/조안

마음이 무거운 날 홀로 산길 걷는다//벗을 수 없는 배낭은 무게로 다가오고//숨이 찬 고갯마루에서 올라온 길 돌아보네//멀리 바라보면 동화 같은 집과 사람이//왜 가까이에서는 벽이고 상처였을까//뾰족한 심정을 안고 칼바위능선 지나가네//한 발씩 옮겨 디딘 아찔한 낭떠러지가/베이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 하네//사뿐한 고요 한 채가 이제 산을 내려간다「화중련」(2020, 상반기호)조안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2012년 유심 신인상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지구에 손그늘’이 있다.살다보면 몸이 무거운 날도 있고 의외로 날듯이 가벼운 날도 있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산에서 답을 구하다’는 마음이 무거운 날 홀로 산길을 걷는 화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혼자 가는 산행은 호젓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벗을 수 없는 배낭은 무게로 다가올 것이다. 산행에서 배낭은 생명의 보루가 될 수 있기에 무거워도 벗지 못한다. 숨이 찬 고갯마루에서 올라온 길을 돌아보면서 과연 무엇 때문에, 무슨 일로 그리 마음이 무거워졌던 것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시선은 곧 먼 곳으로 향한다. 멀리 바라보면 동화 같은 집과 사람이어서 정겹기 그지없는데 왜 가까이에서는 벽이고 상처였을까, 라고 의문을 표한다. 아직도 화자는 뾰족한 심정을 안고 칼바위능선을 지나가고 있다. 자칫하면 실족하기 쉬운 험한 길이다. 그때 한 발씩 옮겨 디딘 아찔한 낭떠러지가 베이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일러주는 것을 귀담아 듣는다. 그 순간 몹시 무거웠던 마음의 무게가 몸속에서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뿐한 고요 한 채가 이제 산을 내려간다, 라는 결구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터다. 어떤 위치 혹은 어떤 마음 상태인가에 따라서 벽과 상처가 물러가고 사랑과 평화의 시간은 찾아오게 될 것이고, 사뿐한 고요 한 채가 돼 산을 가뿐하게 내려갈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방안을 산에서 답을 얻은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처럼 현명한 판단과 행보는 자신을 유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길이 된다. 산을 찾은 이에게 산이 선물한 답은 맑고 푸른 산바람과 골짜기의 물소리와 같은 청량한 기운이어서 심신이 회복되는 계기가 된다.그는 또 ‘이사를 하면서’라는 시조에서 무엇을 가져가나 어떻게 버려야 하나 고민하면서 묵직한 옛 주발과 쓸 만한 전자피아노가 이삿짐 추리는 동안 시르죽어 처져 있는 것을 유심히 살핀다. 땡땡이 원피스와 무거운 겨울 외투가 처음부터 한구석에 자리 잡은 건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한 틈에 되레 슬쩍 활기가 도는 것을 눈여겨본다. 그러면서 다른 인연을 만나서 반짝일 수 있을까, 사는 장소 달라지면 또 다른 세계 열릴까 하고 상상하면서 앞으로 기거할 새 보금자리에서 무엇을 되살려볼까 곰곰이 생각한다.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 자신이 자초한 것이 틀림없다.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기에 기후 문제와 생태환경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산에서 답을 구하다’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진다. 산 즉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길만이 바른 사람살이라는 것이다. 각자 욕심을 비우고,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을 마구잡이 훼손하는 착취의 길에서 돌아서야 마땅할 터다.참으로 아름다운 계절 오월에 산을 찾아 구름길을 살피다가 그 품에 지친 몸과 마음을 부려놓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루를 지내면서 한 번도 하늘을 우러러본 적이 없이 지낸다면 결코 제대로 된 삶이 아니기에….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