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지식재산(IP) 역량강화 용역사 제안서 평가에 참여하였다. 이 사업은 소상공인이 보유한 상표ㆍ레시피 등의 권리 확보와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상공인의 지식재산 피해를 막고 상표·디자인?특허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허청과 발명진흥회 주관으로 지역 지식재산센터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포항 덮죽’, ‘춘천 감자빵’ 사건을 계기로 2022년부터 시작되었다. ‘포항 덮죽’ 사건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방송되어 인지도가 높아진 ‘포항 덮죽집’과 유사한 상표를 타 업체가 선상표 출원하여 권리를 뺏긴 사건이다. 또한 ‘춘천 감자빵’ 사건은 대기업이 유사상품을 판매한 사건으로, 지식재산은 그 권리 여부에 따라 소상공인의 사업의 존망까지 좌우한다. 결과적으로 지식재산(IP) 지원사업은 브랜드로 상품을 차별화하고자 하는 지역 소상공인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업을 평가하면서, 지역에 소재한 소상공인들의 상표 출원 및 등록 지원을 위한 평가였음에도, 지역에 소재한 특허법인이 단 한곳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의 특허법인이 적어서 그렇다 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소상공인 외에도 로봇, 자동차 부품, 전자, 이차전지 등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로봇진흥원, DIGIST, 포항공대 등 기술창업을 위한 지원기관과 교육기관이 소재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재산 산업의 발전과 기술창업 활동을 지지할 지역 소재의 특허법인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지식재산(IP) 전문 인력과 지식재산 생태계 활성화와 육성에 대한 지방정부의 관심 부족을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술 등 무형의 자산 보호와 이를 활용한 수익 모델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늘날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기 위해서, 불모지에 대규모의 설비를 갖추어 인재를 데려오는 전략이 아닌, 연구개발 인재가 갖추어진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역 내 IP 전문인력 부족은 기업의 연구개발 정주여건을 악화시키고 지식재산 생태계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에, 이를 관리하고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지역의 전문 인력의 부족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의 지식재산(IP) 생태계 활성화와 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체계적인 지식재산(IP)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필요하다. 2024년 60회 변리사 시험에서 대학 합격자 170명 중 대구경북지역 대학에는 경북대에서 단 1명 나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지식재산(IP)을 기초로, 지역의 IP 전문성을 높이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 인턴제를 활용한 전문인력양성을 강화해야 한다. 창업유관기관에서 인턴 실무경험을 높인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인력풀이 증가하면 기술을 창업과 연계하여 투자가 선순환되는 생태계 조성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 셋째,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지식재산(IP) 및 운영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IP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기는 기업의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더욱 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오늘날 강한 기업이란, 기술과 환경변화에 대응해서 지속적으로 기술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업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기업을 강한 기업으로 만드려면, IP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 핵심이 바로 IP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다. 이제 지방정부, 기업, 교육기관 등이 협력하여 IP 인재육성으로 기업의 연구개발 정주여건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이동엽 (경북대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