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는 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결국 최후에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예술인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공연을 통해 공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안희철(48) 아트벙커(대구 남구 현충로 262 지하 1층) 소극장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대구 도시철도 3호선 남산역 인근 대명공연거리에는 이미 소극장들이 1980년대 초부터 빼곡하게 자리를 잡아 나갔다.2000년대에 들어서도 극단의 창단은 계속됐다. 대명공연거리 건너편 큰 도롯가에 있는 아트벙커는 2016년 문을 열었다.아트벙커는 2009년 2월 창단한 극단 초이스시어터의 연습실 겸 공연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관했다.남산역 앞 가장 먼저 아트벙커 소극장이 반기고 있어 소극장 1번지로도 불린다.대로변 작은 입구에 들어와 계단을 내려오면 트인 로비와 무대가 마주한다. 대명공연거리에 위치한 10여 개의 소극장 중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곳으로 쾌적함을 자랑한다.초이스시어터는 연극뿐 아닌 뮤지컬, 오페라 등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극단으로, 아트벙커 역시 연극을 기반으로 뮤지컬, 무용, 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아트벙커 개관공연은 연극 ‘럭키데이’다. 현진건 소설가의 ‘운수 좋은 날’ 소설에 상상력을 더해 대구 2·28 민주운동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작품으로, 이후에는 연극 ‘운수 좋은 날’로 재공연됐다.주요 작품으로는 ‘만나지 못한 친구’, ‘운수 좋은 날’ 등 연극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초청돼 선보인 창작지원작 ‘데자뷰’ 및 공식초청작 ‘1224’, ‘오! 미스리’, ‘역전에 산다’, ‘오비이락’, ‘카레’ 등이 있다.아트벙커의 대표 공연은 극단 초이스시어터의 ‘만나지 못한 친구’, 극단 창작플레이의 ‘그녀가 산다’다.아트벙커는 장기공연을 가장 많이 하는 등 연간 공연장 가동률이 가장 높은 소극장에 속한다.그 덕에 ‘항상 열린 공연장’, ‘항상 공연하는 공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안 대표는 “다른 소극장은 최대 일주일 이상 공연을 하지 않지만, 저희는 기본 3달을 꾸준히 공연한다”며 “극단의 기획공연 이외에도 공동기획, 대관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명공연거리에서 장기공연을 가장 많이 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극장 객석 수는 104석으로 화장실, 분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또 비교적 우수한 무대 조명이나 음향 장비 등을 갖춰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나가고 있다.관객용 스피커와 공연자를 위한 모니터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48채널의 조명과 다양한 조명기, 포그머신, 빔프로젝터 등을 갖추고 있다.관객들의 안전을 위한 자동심장충격기, CCTV도 비치하고 있다.아트벙커는 오는 13~14일 전 연령대가 함께할 수 있는 인형극 ‘소녀 순이’, 다음 달 17~18일에는 ‘돌아와요 미자씨’ 코믹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또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랜선 프로젝트로 전태일 열사를 다룬 연극 ‘만나지 못한 친구’가 영상 콘텐츠화를 통해 영화로 재탄생하는 시어터무비를 계획 중이다.안 대표는 “연극 중심의 공연장이지만 관객의 사랑을 받는 코믹, 호러, 로맨스 등의 연극, 뮤지컬 공연뿐만 아니라 역사, 철학 등 어렵고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어떠한 공연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