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회장, 공약 이행하라

발행일 2003-01-17 20:23:0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15일. 2002한일월드컵조직위원장이자 대한축구협회 수장인 정몽준회장이 대구시청을 방문했다. 표면적인 방문 이유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개최도시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것.

당시 정회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던 만큼 조해녕시장을 비롯, 대구지역 신문, 방송 등 모든 언론이 정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여겨 지켜봤다. 본 기자도 그 자리에서 정회장의 말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메모했다.

정회장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대구시를 위한 달콤한 말을 늘어놓았다.

대표적인 말이 ‘대구시의 하계 올림픽개최.’

정회장은 “훌륭한 경기장 시설을 갖춘 대구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게 어떻겠냐”며 적극적인 지원의 뜻을 내비쳤다.

또 대구프로축구단 창단과 관련해서는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이 창단된다면 창단 가입비와 축구발전기금 40억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과 각 구단별로 11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씩의 선수를 대구구단에 지원하는 방법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시원시원하게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대구축구관계자들은 “아 선수 수급은 문제없겠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대구FC가 창단되고 선수구성이 시작되자 정회장의 말은 완전히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대구FC의 선수선발이 시작되자 각 구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선수들을 움켜쥐고 몸값을 올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평소 별로 기용하지도 않는 선수들인데도 놓아줄 생각도 안한다.

오죽했으면 박종환감독이 ‘선수들이 없어 K-리그에 참가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을까.

프로연맹에서도 창단가입비와 축구발전기금 40억원은 단 한푼도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회장의 대구FC에 대한 지원약속에 대해 프로연맹에서는 “정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이므로 프로연맹과는 관련이 없다”며 애써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왠만한 축구인이라면 정회장이 한국축구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마구 남발할 정회장도 아니다.

최근 정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직에 복귀,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젠 정회장이 대구시민들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차례다.

그리고 프로연맹과 각 구단에서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구FC는 대기업의 홍보 구단이 아닌 ‘어린 학생들의 코묻은 돈’이 모여 힘들게 창단된 순수 시민구단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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