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대구지하철 대 참사 이후 이를 흉내낸 범죄나 방화사건이 잇따르는 등 곳곳에서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충격적 사건 발생 뒤 종종 나타나는 모방 심리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또 다른 희생을 불러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8일 밤 11시40분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모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곽모(38)씨가 출입구 계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다 나이트클럽 종업원에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술에 취해 소란을 부리다 종업원들에 의해 쫒겨 나자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곽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세상이 싫다. 모두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7시30분께 구루병을 앓아온 3급 장애인 강모(50)씨가 도시철도 공사에 `종로쪽 지하철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걸었다가 발신지 전화번호를 추적한 경찰에 의해 두시간만에 붙잡혔다. 강씨는 `평소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91년 10월17일 대구 서구 거성관 나이트클럽에서 K모씨가 나이트클럽 종업원들이 무시한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16명이 숨지는 초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K씨는 경찰조사에서 불을 지른 이유에 대해 단지 `촌놈`이라고 무시,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결국 피해자는 `촌놈`이라고 놀려댄 종업원이 아닌 평범한 일반 시민으로 나타났다. K씨와 일면 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가 된 셈이다.

정신과 전문의 관계자는“자신의 분노를 방화 등의 범죄로 나타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사회의 격변성, 빈부격차, 가치관 상실, 상대적 박탈감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18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은 그야말로 온 국민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수백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참극이 또 다시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이 사고가 단순한 정신질환자의 행각이 아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병폐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확인된 사실하나는 우리사회의 人命輕視 풍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 어느 특정인이 화풀이성으로 빼앗아 갈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때다.

정규성기자 kydjk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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