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9시55분께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백명의 시민들은 꿈에서도 생각치 못했던 엄청난 대재앙 속에서 출입구를 찾아 헤매다 아까운 목숨을 잃어야 했다. 한순간에 번져 버린 화마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와 연기는 빠지지 않고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물조차 소용이 없었다.

더욱이 비상구를 표시하는 비상표시등 조차 보이지 않아 승객들은 결국 출입구를 찾지 못하고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쓰러졌다.

현행 소방법과 소방기술 기준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역사내에는 수동식 소화기와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송풍기, 공조기 등 제연설비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이 같은 소방시설물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화재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지하공간에 설치된 제연시설은 배연용량이 한계가 있다”며 “이번 대구지하철 같은 휘발유로 인한 화재사고에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원전문대학 소방안전관리학과 박형주 교수는 “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제연서리가 환기시설과 배연시설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우리나라는 기존의 제연설비가 환기시설과 배연시설의 겸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설비는 이번 화재시에는 별다른 배연효과를 줄 수 없다”며 “배연시설과 환기시설을 별도로 운영하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스프링클러도 화재시에는 연기의 확산을 막아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며 “승강장내에 연기 확산을 막아주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지하철 같은 지하공간에서는 한순간에 연기와 유독가스에 의한 인명피해가 심하다”며 “대피로를 출구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철로를 이용한 대피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보건전문대학 소방안전관리과 최영상 교수는 “이번 화재에서는 기존의 설치된 소방안전시설로서는 이 같은 대형화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였다”며“화재는 초기진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정정이 되었을때 피산동선 확보가 중요하다”며 “천정에만 설치돼 있는 비상등을 바닥에도 매설했더라면 긴급시 피난할때 비상등을 따라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근인 일본 지하철의 경우 환기장치는 전동차의 운전간격과 예상 승하차 인원을 기초로 공기의 순환이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화재시 방화에 나설 인력배치와 지상으로 향하는 피난통로를 2개 이상 반드시 두도록 하고 있으며, 역사의 비상구표시등은 정전이 돼도 꺼지지 않는 구조로 돼 있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이후 건설교통부는 뒤늦게 철도청, 한국도로공사 등과 합동으로 전국철도 및 도로 터널의 안전관리 실태를 일제 검거한다고 지난 21일 밝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률기자 parkj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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