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가 27일 조각명단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했다. 참여정부 1기 내각은 `젊은 대통령-힘있는 정부’의 구도속에 역동성과 개혁성에초점을 맞추면서도 안정의 받침대를 주요 포스트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청와대 비서실 인선에 이어 이번 조각에도 40-50대가 주류를 이뤘고, 여성4명이 포함되는 등 학력∙서열∙성(性)의 파괴 등 기존의 `장관=중량감’이라는 인사관행을 깨뜨림으로써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전반에 인사혁신의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특히 이번 인선은 기득권과 낡은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관료사회에 새 기운을 불어 넣어 국정운영의 활력으로 삼겠다는 노 대통령의 강한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정부 개혁도 예고하고 있다.

이와함께 민주화 운동 출신의 개혁적 인사가 대거 등용됨으로써 정부 출범 이후처음으로 정부의 중심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게 됐고, 이는 사회 각 분야 주류세력의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의 추천검증 절차를 거친 인사들에 더해 자신이 마음속에 두고 있던 일부 인사들을 합류시켜 검증작업을 벌이도록 했고 26일 고 건 총리인준 직후 실질적 협의 및 제청 절차를 거쳐 27일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두달 가까운 조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교육부총리의 경우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일괄발표에서 제외시킬 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쳐 인선된 1기 내각은 그 어느 때보다 `자리의 안정’이 보장되는 가운데 책임행정을 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개별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2년 내지 2년반 정도의 임기를 보장하고 지속적 개혁이 필요한 곳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겠다”고 밝힌 만큼 장수장관이 다수 배출될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조각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법무장관에 여성이자 40대 중반의 판사출신 강금실 변호사(사시 23회)를 전격 발탁한 것.

노 대통령의 주요 인재풀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부회장을 맡아온 강 신임 법무장관은 `법무행정과 검찰의 분리‘라는 노 대통령의 `문민법무’ 철학을 실현할 적임자로 꼽혀왔지만 서열과 경력을 중시해온 검찰의 강한 반대를 무릅쓴 인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앞으로 법무부가 검찰의 이익을 변호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검찰은 `권력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 다시태어나야 한다”고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 외교관 출신이 아닌 교수 출신 윤영관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 간사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향후 한미관계 등 대외정책에 `노무현식 외교노선’을 적극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인 김두관 전 남해군수를 일약 행자부 장관에 발탁한 것이나 `오아시스’ `박하사탕‘을 연출한 이창동 영화감독을 문광부장관에 임명한 것 등도 파격으로 꼽힌다.

이들은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지지자이자 동지적 연대로 맺어진 인물들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사회 부처의 파격과는 달리 경제부처의 경우 부총리에 김진표 국무조정실장, 기획예산처 장관에 박봉흠 현 차관을 임명하는 등 다소 기수의 파괴는 있었지만 기존 관료 출신을 중용함으로써 안정적 분위기속에서 경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또한 정보통신장관에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을, 과학기술부 장관에 박호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을 임명하는 등 `전문성’을 적극 고려한 인선도 눈에 띈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유임시키고, 조영길 전 합참의장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도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군의 안정을 기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 정부 조각 때마다 정치인 출신이 대거 중용됐던 관례에서 벗어나 김영진 농림, 김화중 보건복지 등 단 2명의 민주당 전국구 출신 의원만이 조각에 포함됐다.

아울러 노 대통령의 `양성평등사회’ 지향이 투영되면서 1-2명의 형식적 배려가 아닌 법무, 보건복지 등 주요 핵심부처 장관에 여성이 임명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인사추천에서 `숨은 진주’를 찾아내지 못한 채 `시도’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또한 야당이 `실험내각’이라고 비판했듯이 대표적 보수성향 부처인 법무∙외교부등에 초야에 묻혀있던 새 인물을 전격 발탁한데 따른 관료집단의 반발 가능성이나 국무위원 상호간의 이질성 등은 향후 노무현 정부 1기 내각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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